드론 갖고 다니는 中 경찰…규제 손발 묶인 국내 '治安 드론'

입력 2018-12-07 17:32  

경찰팀 리포트

선진국 경찰 드론 '종횡무진'
덴마크 경찰, 마약거래 현장 추적…美, 총격전 때 피의자 위치 파악
中 치안용 드론, 美·유럽 수출…일본선 테러 대응 드론부대도

국내 드론, 아직 걸음마 단계
비행금지구역 곳곳에 많아
제한구역도 사전승인 받아야

경찰, 내년부터 드론 적극 활용
예산 늘려 지방청에 드론 배치…실종자 수색용으로 적극 활용
전문가 34명 특별채용 예정



[ 이수빈 기자 ]
지난 6월 중국 선전을 방문한 경찰청 고위 관계자들은 현지 공안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저마다 소형 드론(무인항공기)을 갖고 다니며 필요할 때마다 무전기를 꺼내듯 드론을 띄웠던 것. 10월 중국 랴오닝성 링위안시 교도소에서 탈옥한 죄수 3명을 추적해 검거한 것도 바로 드론이었다. 인근 허베이성 청더시 공안이 띄운 드론이 한 마을에 숨어 있던 용의자 한 명을 발견했다. 이어 나머지 탈옥수 두 명도 드론의 감시망을 피하지 못하고 공안에 붙잡혔다.

해외에서 맹활약하는 경찰 드론

해외에서는 경찰 드론이 용의자 검거, 범죄 단속, 실종자 수색 등 각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예산 부족, 항공법 규제 등에 걸려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국은 치안용 드론을 미국, 유럽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 최대 치안 드론업체 AEE의 주력 모델인 경찰용 드론은 공중 영역을 설정하면 스스로 비행하면서 인근을 순찰한다.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으로는 행인들의 얼굴을 인식해 신원을 파악할 수 있다.

경찰 드론은 이미 효과가 입증됐다. 덴마크 코펜하겐지방경찰청이 작년 말 크리스티아니아 마약 거리에서 대대적 단속을 벌였을 당시에도 드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마약 구매자가 마약상과 거래를 마친 뒤 현장을 벗어나는 과정이 고스란히 드론 카메라에 담겼다. 코펜하겐 경찰은 피의자 60여 명을 적발하고, 11.7㎏에 달하는 대마초를 압수했다.

총기 소지가 허용된 미국에서는 무장한 용의자를 상대할 수 있는 공격형 드론도 등장했다. 2015년부터 일부 주 정부는 테이저건을 탑재한 경찰용 드론을 운영 중이다. 뉴욕주 경찰은 중국 드론업체 DJI가 제작한 세 가지 모델을 도입해 범죄자 수색, 현장 채증, 위험사고 수색, 대규모 행사 경호 등에 쓰고 있다. 총격전이 벌어질 때면 드론을 띄워 용의자 위치를 파악하고 반격하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일본도 대테러 전문 드론 부대를 운영하고 있다. 도쿄마라톤 등 대형 행사 때마다 반환점이나 결승점 등 주요 지점을 집중 감시한다. 드론을 활용한 테러를 막기 위한 ‘드론 잡는 드론’도 있다. 신고되지 않은 드론을 발견하면 대형 그물을 펼쳐 포획한다.


내년엔 지방경찰청에 드론 배치

국내에서도 치안용 드론을 활용해 성과를 거두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4월 전남 진도군에서 실종된 84세 할머니를 수색 2시간 만에 인근 야산에서 찾아낼 수 있었던 것도 드론의 기여도가 컸다. 경찰은 산지가 험해 인력을 동원한 수색으로는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색용 드론 한 대가 경찰관 100명을 투입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절벽, 저수지 등 위험한 지역에서 수색할 때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경찰청도 내년 드론 예산을 대폭 늘려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실종자 수색용 드론 도입에 올해보다 20배가량 늘어난 28억원가량이 배정됐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 각 지방경찰청에 드론 두 대를 배치하고, 수색 작업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첫 드론 조종 특별채용으로 관련 전문가 34명을 뽑는다. 지금까지 경찰 내부에 드론 전문가가 없다 보니 민간 동호회 등의 도움을 받아 시범 운영해왔다. 지난 3일부터는 드론 조종기술 및 수색 특화임무 교육도 진행 중이다. 국제해사기구 매뉴얼에 따른 드론 수색방법을 중앙경찰학교 생도들에게 훈련하고 있다.

비행금지·제한 구역 너무 많아

그럼에도 국내에서 치안용 드론을 본격적으로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비행금지구역이 너무 많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항공법상 인구밀집지역 등 비행금지구역에서 드론을 띄우려면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보다 한 단계 완화된 비행제한구역에서는 사전 승인 없이 상공 150m 이하까지 드론을 자유롭게 띄울 수 있지만 그나마 서울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정부가 부랴부랴 규제를 조금씩 풀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야간 비행이 허가된 것도 지난해 11월이었다. 해외에서 적극 활용 중인 안면인식 기술, 범죄자 추적 등 기능은 개인정보보호법에 가로막혔다. 해양경찰청은 내년 드론 예산 6억원가량을 편성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상 한강 북쪽으로는 드론을 띄울 수 없다고 보면 된다”며 “그 외에도 각 지역 비행금지구역 관할 부서가 국방부, 항공 관제탑, 국토부 등 제각각이어서 별도로 협의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반면 미국 중국 일본 등 선진국은 일단 걸림돌을 모두 제거한 뒤 시행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날 경우 사후적으로 해결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중국은 치안용 드론과 관련한 어떤 규제도 없으며 일본 역시 공항, 발전소 등 주변을 제외하고는 상공 150m 이하에서 드론을 날릴 수 있다. 미국도 버지니아주 등에서 응급상황일 때 영장이 없어도 경찰이 치안용 드론을 날릴 수 있도록 법안을 마련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드론이 제대로 활용되려면 일선 경찰서마다 최소 1~2대씩은 필요하지만 아직 시작 단계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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