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기업과 미래 논의하는 미국

입력 2018-12-10 17:17  

김현석 뉴욕 특파원


[ 김현석 기자 ] 제너럴일렉트릭(GE)의 새 사령탑이 된 래리 컬프 최고경영자(CEO)는 서른일곱 살에 산업 기기 업체인 다나허(Danaher)를 맡아 14년간 회사를 다섯 배로 키운 인물이다. 수억달러의 부와 명성도 쌓았다.

지난달 12일 CNBC방송은 컬프 CEO를 인터뷰하며 ‘왜 무너져 가는 GE를 맡았는지’ 물었다. 그의 답은 명료했다. “항공 에너지 의료기기 등은 미국에 꼭 필요한 산업이고 GE는 특히 미국에 중요한 회사다. 이 회사를 맡은 건 평생의 도전이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백악관에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IBM 등 기술기업 수장들과 만났다. 인공지능(AI), 퀀텀컴퓨팅, 5세대(5G) 이동통신 등 첨단 기술에서 미국 주도권을 키우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기업은 국익 추구 수단

트럼프 대통령은 가끔씩 아마존, 제너럴모터스(GM) 등을 비난하지만 일자리 창출, 세금 납부 등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도 검찰이 투입되거나 세무조사가 이뤄지는 일은 없다. 미국은 이처럼 기업을 국가와 사회의 근간으로 인정한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구글, 페이스북 등을 차단해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를 키웠다.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캐나다에서 체포되자 소셜미디어에선 “미국으로 치면 보잉 같은 기업을 볼모로 잡았다”며 난리가 났다. 사실 멍 부회장 체포도 중국이 국유기업들을 앞세워 5G 기술을 장악한 데 따른 것이다. 이를 막아내려고 미국이 힘을 동원했다. 기업 간 경쟁은 국가 간 전쟁의 또 다른 이름인 셈이다.

한국 반도체산업을 일군 기업인을 예전에 만났을 때 그는 “실패하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는 생각에 야전침대를 펴놓고 ‘월화수목금금금’ 일했다”며 “기업은 과거 군대와 비슷하다”고 했다. 옛날엔 총칼 든 군을 보내 다른 국가를 점령했다면 지금은 기업이 진출해 시장을 확보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금을 본국에 낸다. 그래서 각국 세무당국은 이전소득에 대해 눈을 부라리고 살핀다.

이런 역사는 영국이 인도를 점령해 만든 동인도회사에서 유래한다. 일본도 동양척식회사를 설립해 한국을 수탈했다.

미래 안 보이는 한국 기업들

최근 미국에서 뛰는 한국 기업인들을 만나면 사기가 말이 아니다. 입사 후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일했다는 한 기업인은 “평생 나라를 위해 뛴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죄인이 된 기분”이라고 했다. 오죽하면 월급쟁이들의 꿈인 대표이사를 맡지 말라는 얘기까지 나돈다고 한다. 언제든 법정에 설 수 있어서다.

“반미(反美)면 어떠냐”고 했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첫 해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내에서 “내가 이렇게 대접받는 게 모두 기업 때문 아니겠나”고 했다. 각국 정상이 한국 대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자신을 대접하는 걸 깨달아서다. 그 뒤 노무현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나서는 등 친기업 정책을 폈다. ‘좌측 깜빡이 켜놓고 우회전한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엔 오늘도 화려한 광고판들이 반짝인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전자가 그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상하좌우로 중국 기업 광고가 급속히 늘고 있다. 언제까지 우리 기업 광고판을 배경으로 자랑스레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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