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애환 보듬은 10년…"힘들 때마다 기사 보고 위로 받았죠"

입력 2018-12-10 18:05  

한경이 만든 직장인 사랑방 '김과장&이대리' 10주년

원고지 1만2840장 분량 기사 쏟아내
TV 시트콤으로, 책으로…영역 확장

'젊꼰' '페북 사찰' 등 신조어 알려
때로는 성토장, 때로는 사랑방 역할

"힘든 직장생활 알리는데 그치지말고
정책적 대안 제시로까지 이어지길"



[ 박종서/박진우/조아란 기자 ] 10년 전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직장인의 생활은 고달팠고, 앞날은 불안했다. 하소연할 데도 마땅치 않았다. 화요기획 ‘김과장&이대리’의 등장에 직장인들이 폭발적으로 반응한 이유다. 이들의 성원은 한국경제신문이 10년간 88명의 기자를 동원해 총 999개의 기사(원고지 1만2840장 분량)를 쏟아내도록 한 원동력이 됐다.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을 거치면서 ‘김과장&이대리’도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시트콤으로 제작돼 TV 전파를 탔고, 책으로도 출간됐다. 그렇게 ‘김과장&이대리’는 직장인의 애환을 나누는 사랑방이 됐다.


시트콤 제작으로 최우수작품상 수상

‘김과장&이대리’ 시리즈는 2008년 12월2일 첫선을 보였다. ‘불황기 땐 자격증을 따라’는 제목을 달고서였다. 문헌규 LG화학 차장, 김윤정 국민은행 대리, 김성수 서울세관 심사전문관(당시 직책) 등이 지면을 장식했다. 3명이 보유한 자격증만 25개에 달했다. 바로 전날 한국경제신문이 5대 경제지표를 긴급 점검하겠다고 나섰을 만큼 경제 상황이 나빴던 터라 ‘자격증 부자’ 이야기는 높은 관심을 끌었다.

1주일 뒤 ‘윗사람에겐 찍소리도 못하면서 조지기만 하는 상사는 꼴불견’이라는 기사가 나오면서 ‘김과장&이대리’는 장안의 화제가 됐다. 35세 과장급 직원 4명에게 술자리를 마련해주고 직장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차고 넘칠 정도로 상사 험담이 쏟아졌다. 기사를 읽고 속이 후련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이후로도 직장 안에서 벌어지는 성희롱, 말실수, 재테크 등을 주제로 한 기사들이 연이어 인기를 끌었다. 매주 화요일은 ‘김과장&이대리’ 보는 맛에 산다는 직장인이 늘어났다. 하루평균 기사 조회 수 100만 건에 달하는 초대형 기획 시리즈의 탄생이었다.

‘김과장&이대리’는 승승장구했다. 2010년 9월 공식 홈페이지가 개설됐다. 10월에는 TV 시트콤으로 방송도 탔다. 시트콤 ‘김과장&이대리’는 한국경제TV에서 방영됐고 이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보유한 28개 채널과 방영 계약을 맺었다. 이듬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김과장&이대리’를 드라마 부문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신문과 TV를 오간 첫 크로스오버 시트콤이라는 타이틀도 차지했다.

“못 해먹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펼쳐든다”

2011년에는 ‘김과장&이대리’가 책으로도 출간됐다. 53가지 에피소드를 △직장은 관계다 △삶이다 △능력이다 △정글이다 등 모두 7개 주제로 나눠 구성했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이렇게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그려내주는 책이 있을 줄은 몰랐다(아이디 po**50)’, ‘책 속에 나 같은 사람이 많이 나와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더러워서 못 해먹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한 번씩 다시 꺼내본다(ne**1)’ 등의 호평이 나왔다.

2013년 1월8일자는 특별한 관심을 받았던 지면으로 꼽힌다. 직장 상사들이 신세대 부하 직원의 생활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따져보자는 취지에서 ‘제1회 신세대 이해능력검정시험’이라는 형식으로 25개 문제를 냈다. 직장마다 반타작도 못 한 사례가 속출했다. 난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원색적 비난(부장급 이상)과 이 정도도 모르냐는 한탄(과장급 이하)이 극명하게 갈렸던 시험이었다. 캐러멜마키아토, 그린티프라푸치노, 아포가토, 샤커레토 가운데 커피가 들어가지 않는 음료를 묻는 항목 등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답은 그린티프라푸치노).

‘김과장&이대리’는 세월의 흐름에 맞춰 새로운 코너를 지속적으로 투입하며 진화했다. 2015년에는 ‘우리회사 별별스타’를 통해 사내 유명인사를 소개했다. 2016년에는 회사 생활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사진이 ‘요즘 직장인은’이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직장인의 단골집을 알려주는 고정란도 ‘김과장&이대리’의 한쪽을 차지했다.

직원들 인스타 사찰하는 상사들

‘김과장&이대리’는 시시각각 생겨나는 직장 내 신조어를 신속하게 전달하고 확산했다. 요즘 흔히 쓰는 ‘젊꼰(젊은 꼰대)’이 대표적. ‘김과장&이대리’가 반년 전에 소개한 내용이다. 자유분방함의 상징이었던 그 옛날 ‘X세대’가 사사건건 잔소리를 하고 주말에는 등산까지 강요하는 ‘꼰대’로 변신했다는 기사(2018년 5월15일자)를 통해서였다. 최근에는 ‘젊꼰’을 ‘꼰망주(꼰대 유망주)’로 부르는 사람도 많다.

직장 상사가 직원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내용을 엿보는 ‘페북 사찰’ ‘인스타 사찰’도 ‘김과장&이대리’에 실리며 전국구 유행어의 반열에 올랐다. “이대리, 주말에 그렇게 놀았으면 일해야지?…상사의 ‘인스타그램 사찰’에 계폭(계정 폭파)하고 싶어요ㅠㅠ”(2017년 1월17일자) 기사에는 수천 건의 ‘좋아요’가 달리며 ‘상사 관음증’의 성토장이 됐다.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직장인의 애환을 통해 사회적 트렌드를 읽어내려 했던 노력이 ‘김과장&이대리’를 장수하게 한 원동력”이라며 “직장 생활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정책적 대안 제시에도 정성을 기울여준다면 기획의 생명력이 더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서/박진우/조아란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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