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달의 뒷면

입력 2018-12-10 18:07  

고두현 논설위원


[ 고두현 기자 ] 지구에서는 달의 한쪽 면만 볼 수 있다. 달 자전주기가 공전주기와 똑같은 ‘동주기자전(同週期自轉) 현상’ 때문이다. 지구에서 볼 수 있는 쪽을 달의 앞면, 볼 수 없는 반대쪽을 달의 뒷면이라고 한다. 미지의 영역은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곳에 외계문명의 구조물이나 나치 일당의 기지가 있다는 음모론이 난무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류가 달의 뒷면을 처음 확인한 것은 1959년 10월이다. 옛 소련 무인탐사선 루나 3호가 달 궤도에서 카메라로 찍었다. 사람이 직접 확인한 것은 1968년 12월이다. 미국 아폴로 8호 우주인 3명이 달 주위를 돌면서 관찰했다. 이듬해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처음 착륙한 곳은 달의 앞면이었다.

지금까지 달의 뒷면에 착륙한 탐사선은 없다. 지구와 교신이 되지 않고 운석 충돌구가 너무 많은 게 걸림돌이었다. 아무도 가 보지 못한 이곳에 착륙하기 위해 중국이 지난 8일 탐사선 ‘창어(嫦娥) 4호’를 쏘아올렸다. 교신 문제는 6개월 전 발사한 통신중계위성 ‘췌차오(鵲橋·오작교)’로 해결하고, 험난한 지형은 수직하강 방식으로 극복한다고 한다.

탐사선이 이달 말이나 내년 초 착륙에 성공하면 로봇을 통해 지질층과 토양, 지하 구조를 조사할 계획이다. 작은 속씨식물인 애기장대를 심고 온실을 만들어 식물이 자랄 수 있는지도 시험한다. 이번 탐사로 중국의 우주개발 열기는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적어도 달 뒷면에 대해서는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게 됐다.

달의 뒷면은 지구의 전파 방해를 받지 않고 먼 우주에서 오는 저주파를 연구할 수 있는 최적지로 꼽힌다. 달에는 핵융합 연료인 헬륨이 많아 이를 이용하면 지구보다 쉽게 로켓을 발사할 수 있다. 중국은 2020년 ‘창어 5호’를 달에 보내 유인 기지 건설을 준비할 방침이다. 같은 해 화성 탐사선까지 발사할 예정이다.

중국의 야심찬 ‘우주몽(夢)’에 자극받아 미국도 달 착륙 50주년을 맞는 내년부터 다시 달에 착륙선을 보내기로 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록히드 마틴과 딥스페이스시스템스 등 민간기업 9곳을 경쟁업체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는 2020년 시험용 달 궤도선을 발사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은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상상력을 함께 키워준다. 중국 탐사선 ‘창어(嫦娥)’는 신화 속 달의 궁전에 사는 여신 ‘월궁항아(月宮姮娥)’에서 따온 이름이다. ‘창어’는 달에서 대학생들의 누에고치·감자 키우기 실험 과제도 수행하기로 했다. 미래 세대의 꿈을 위한 배려이자 투자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가 직설적인 서양문화에 비해 은유적인 동양문화의 특성을 ‘달의 이면(裏面)’이라고 표현한 뜻을 새삼 되새겨 본다.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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