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언의 데스크 시각] 마크롱 개혁이 잘되길 바라는 이유

입력 2018-12-18 17:25  

김수언 국제부장


[ 김수언 기자 ] 지난해 5월14일 프랑스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 에마뉘엘 마크롱은 만 39세였다. ‘프랑스 개조’를 외친 젊은 그에게 유권자들은 환호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때 경제장관을 지냈을 뿐인 정치 신인이었지만 그는 66% 득표율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마크롱발(發) 프랑스 개혁은 그렇게 본격화했고 세계 언론이 주목했다. 마크롱의 목표는 ‘일하는 프랑스’였고 ‘친시장 개혁’이었다. 독일(3.7%·2017년 기준)과 영국(4.3%)에 비해 두세 배나 높은 실업률(프랑스 9.3%)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금의 프랑스 시스템으로는 안 된다’고 그는 판단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국민이 달콤한 복지 유혹에 빠지지 않고 더 열심히 일하도록 하기 위해 세금과 노동정책을 바꾸고 공공부문을 개혁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일하는 프랑스' 위해 뛰었지만

프랑스를 떠나는 기업을 붙잡기 위해선 경직된 노동시장을 혁신하고 경제 활력을 높이는 게 급선무였다. 주 35시간인 근로시간에 유연성을 부여하고 산별노조 중심 교섭 관행을 깨야 했다. 절치부심 끝에 마크롱 행정부는 일정 규모 이하의 기업엔 강성 산별노조가 아니라 기업별 노조와 임금·근로조건을 협상할 수 있도록 했다. 노조 파업에도 국영철도공사(SNCF)의 합자회사 전환과 임직원 종신고용 폐지 같은 공기업 수술도 성공시켰다. 1938년 국영기업으로 출발한 SNCF 80년 역사의 최대 개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과거 3000쪽이 넘는 노동법 규정에서 보듯 해고·건강·안전 등과 관련한 시시콜콜한 규제를 줄이는 데도 공을 들였다. 2015년 파리 시내와 일부 관광지 상점에 한해 허용한 일요일 영업을 프랑스 전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년7개월 동안 이어진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은 때로는 거센 저항에 직면했지만 다수 국민에게 지지받은 때도 많았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프랑스병’에 질린 국민이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유류세 인상이 촉발한 서민층의 생활고 불만이 이른바 대규모 ‘노란 조끼’ 시위로 확산된 뒤 마크롱 행정부의 개혁은 기로에 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결국 시위대 요구를 받아들여 최저임금을 월 100유로 인상하기로 했고 유류세 인상은 백지화했다. 프랑스 정부는 또 저소득 연금생활자에 대한 세금 인상 계획도 취소했다.

성공 사례 드문 국가개혁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프랑스의 고질적인 고(高)실업률이 고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를 위한 개혁 드라이브에 유턴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개혁 전선의 전열을 재정비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프랑스는 1970년대 중반 이후 모든 대통령이 개혁을 추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지스카르 데스탱, 프랑수아 미테랑, 자크 시라크, 니콜라 사르코지 등 전임 대통령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프랑스병’을 치유하는 데 실패했다. 그 결과 1975년 독일과 영국을 앞섰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진작에 추월당했고, 청년실업률(21.5%·10월 기준)은 유로존 평균(17.3%)을 훨씬 웃도는 나라가 됐다.

마크롱의 개혁이 곤경에 처한 이유로는 소통 부재와 엘리트주의, 과속 추진 등 여러 가지가 꼽힌다. 이유야 어쨌든 지금 프랑스 상황은 덜 일하는 사회 시스템에 익숙해지면 그것을 바꾸는 게 너무나 어렵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올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고지를 돌파하는 한국이 새겨야 할 대목일 듯 싶다. 그리고 드문 선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마크롱 개혁은 꼭 성공했으면 한다.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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