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절벽 조금 풀리자…조선 빅2 노조 "구조조정 멈추고 임금 올려라"

입력 2018-12-19 17:30  

다시 불거지는 '노조 리스크'
대우조선·현대重 노조, 민노총·정치권 손잡고 '투쟁'

대우조선 13.7兆 공적자금 받고 겨우 살아났는데…
노조,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사측 압박수위 높여

현대重, LNG선 수주 늘었지만 올해 3300억 적자
노조는 정치권과 함께 주주 배당까지 시비 걸어



[ 김보형 기자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달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력 구조조정 방안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직원 1000여 명을 줄이려던 당초 계획을 백지화한 것이다. 수주 확대로 실적이 개선됐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정치권 압박과 노조 반발 때문에 한발 물러선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등 조선 ‘빅2’ 노조가 업황 회복 조짐을 틈타 다시 강경 투쟁에 나서고 있다. 노조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구조조정을 통한 조선업 경쟁력 확보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 파업

대우조선해양은 대규모 분식회계와 각종 비리가 드러나 2015년 이후 13조7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지난해 6년 만에 흑자(7330억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독자 생존할 수 있을 정도로 자생력을 갖췄는지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의 ‘반짝 흑자’는 정부와 채권단이 2조9000억원을 투입한 덕분이라는 게 조선업계의 분석이다. 이마저도 작년 4분기만 떼놓고 보면 원화 강세 등의 여파로 35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1770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가까이 줄었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이 같은 대주주를 둔 현대상선이 발주한 선박을 잇달아 수주하면서 ‘셀프 수주’ 논란도 불거졌다. 현대상선이 지난 9월 발주한 3조1532억원 규모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은 조선 ‘빅3’ 중 가장 많은 1조2106억원어치(2만3000TEU급 7척)를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작년에도 현대상선이 발주한 4700억원 규모 초대형 유조선 5척을 싹쓸이 수주했다. 일본 조선업계는 지난달 “한국 정부가 공적자금을 통한 신규 발주로 자국 조선사를 우회 지원하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올 들어 선박 수주가 늘어나자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기본급 4.1% 인상과 성과급 지급 기준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6월엔 조합원 투표를 통해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그동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개별 노조였던 이 회사 노조가 민주노총의 산별 조직인 금속노조와 손잡고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 높이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왔다.

10월 열린 노조위원장 선거에서는 사내 노동운동 세력 중 강성으로 분류되는 ‘현장 중심 민주노동자 투쟁위’ 출신인 신상기 후보가 당선됐다. 사라졌던 ‘골리앗 크레인 시위’가 재등장한 것도 이 같은 노조 강성화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허리띠 풀고 머리띠 매는 노조

현대중공업은 2016년(59억달러)과 2017년(99억달러)의 ‘수주 절벽’ 영향으로 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 27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4분기에도 600억원가량의 적자가 예상된다. 2015년까지 20조원을 웃돌던 현대중공업 매출은 지난해 10조1058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이 회사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가 늘면서 올해 조선 부문 수주 목표액(132억달러) 달성엔 성공했다. 하지만 수주한 선박 건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20년까지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형편이다. 일반적으로 수주 이후 건조까지 1년 이상 걸린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은 지난 11일 열린 증권사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올해 수주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020년부터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복세를 띠고 있는 조선과 달리 해양플랜트(원유 및 가스 시추 설비) 부문은 여전히 일감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나스르 해양플랜트 이후 추가 수주가 끊겨 지난 8월 말부터 해양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10월 4년여 만에 5000억원 규모의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FPS) 수주에 성공했지만 내년 하반기에나 건조에 들어간다. 회사 측은 해양부문 유휴 인력 1200여 명에 대해 평균임금의 40%를 지급하는 유급휴직을 추진했지만 울산지방노동위원회가 이를 승인하지 않아 무산됐다.

이런 와중에 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7만3373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을 요구하고 있다. 조선 업황 호황기인 2008년 호봉승급분을 포함한 기본급 인상분이 9만880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노조는 하청업체 근로자에게도 정규직처럼 자녀 학자금과 성과급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사측은 경영 정상화 때까지 해양플랜트 사업본부 무급휴직자를 제외한 다른 직원은 기본급을 20%씩 반납하자고 맞서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임금협상에서 사측과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자 정치권과 손잡고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지배구조 개편과 그룹 지주사(현대중공업지주)의 배당 확대까지 문제삼으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 김종훈 민중당 의원 등과 함께 ‘현대중공업지주의 총수일가에 대한 고액배당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배당 확대는 주주 친화 경영 차원에서 8월 현대삼호중공업(투자회사)과 현대중공업 합병 당시 발표한 내용”이라며 “노조가 임금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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