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새가슴' 레이서지만 시속 300㎞ 유혹 벗어날 수 없어요"

입력 2018-12-24 17:38  

데뷔 첫해 CJ슈퍼레이스 최연소 우승한 김종겸

"승부의 70%, 팀원들이 좌우…개인 우승이 아닌 팀의 우승"



[ 조희찬 기자 ] 눈 깜짝할 새 속도계가 시속 300㎞를 향해 달려간다. 분당 200회 가까이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핸들을 틀면 중력의 세 배가 넘는 힘에 눌려 피가 하체로 쏠린다. 한순간의 실수는 치명적인 부상, 때로는 죽음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부담감을 뚫고 만 27세의 김종겸(아트라스BX·사진)은 올해 현존하는 한국 최고 레이서들이 모인 ‘2018 CJ 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캐딜락 6000클래스’에서 챔피언에 오르며 국내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가 됐다. 데뷔 첫해 이룬 성과다. 정의철(2016년·당시 만 29세)이 보유하던 최연소 우승자 기록도 약 2년 앞당겼다.

김종겸을 지난 18일 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 시상식을 앞두고 서울 성수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올해의 선수상을 받기 위해 말끔한 양복에 동그란 안경을 착용하고 나온 그는 레이서라기보다 ‘똘똘한’ 회사원 이미지를 풍겼다. 김종겸은 “외모처럼 실제로도 겁이 아주 많은 겁쟁이”라며 “아직도 자동차 엔진 소리에 깜짝 놀라곤 한다”고 껄껄 웃었다.

2018 슈퍼레이스 캐딜락 6000클래스 우승 경쟁은 지난 10월28일 끝난 최종 9라운드에서야 가려질 정도로 치열했다. 같은 팀 조항우가 시즌 막판까지 매섭게 추격해왔다. 8라운드를 앞두고 챔피언십 포인트가 10점 차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조항우가 8, 9라운드에서 포인트 8점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김종겸은 마지막 9라운드에서 16점을 추가해 135점으로 승리를 자축했다.

김종겸은 “내 우승은 개인의 우승이 아니라 팀의 우승”이라며 “레이스에선 드라이버 능력이 전체 승부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 70%는 메카닉 등 팀원이 채운다”고 몸을 낮췄다. 이어 “스토카(6000 클래스에 참가하는 자동차 모델)를 풀타임으로 타는 건 처음이었는데 차 이해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팀원들이 도와줬다”고 강조했다.

김종겸은 다섯 살 때부터 ‘기름 냄새’를 맡았다고 했다. 국내 한 자동차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아버지를 따라 경기장에 갔다가 이 길로 접어들었다. 아버지가 취미로 카레이싱을 했고 김종겸도 그 DNA를 물려받았다.

그는 “겁도 많고 엔진 소리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데도 레이싱의 중독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레이싱은 단순히 ‘운전’을 하는 게 아니라 미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써야 한다. 타이어가 타는 냄새를 맡고 쇳덩이 같은 페달을 밟아 스티어링 휠로 지면을 느끼며 차와 한몸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담배는 피우지 않고 술도 좋아하지 않지만 확실히 중독성에선 레이스가 최고인 것 같다”며 “스피드는 남자의 숨겨진 욕망을 일깨운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자동차 팬들을 위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보다 공도(일반도로)에선 안전하게 운전합니다. 열한 살부터 카트를 탔지만 성인이 돼 운전면허를 따려고 준비할 땐 한 달간 학원을 다녔어요. 레이스는 나 혼자 잘하면 되지만 공도에선 주변과의 호흡이 중요하니까요.”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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