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금지령…일등 트리 수출국의 역설[조아라의 소프트 차이나]

입력 2018-12-25 07:00  


오늘은 크리스마스입니다. 가정집부터 길거리, 백화점 등 쇼핑몰 어딜 가도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장식된 트리를 볼 수 있습니다. 트리 위에는 전구뿐 아니라 인형과 리본 등 각종 오너먼트(장식)가 있어 풍성하고 예쁩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트리와 트리 장식들은 중국산인 경우가 많습니다. 중국이 전 세계 최대 트리 장식품 수출국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중국 당국이 '크리스마스 금지령'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랑팡시 도시관리국은 공문을 통해 도시 전역에 크리스마스 장식물 설치 및 상점들의 크리스마스 관련 판촉행위를 금지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공원이나 광장 등 공공장소에서 종교활동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를 목격할 경우 당국에 신고까지 해야 된다고 하는데요. 크리스마스 트리나 복장을 팔거나 관련 물품을 매장에 비치하기만 해도 처벌받을 수 있다니 정말 쌀벌한 조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중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법정 공휴일이 아닙니다. 1949년 중국 공산당이 집권한 이후 현재까지 종교는 정부 통제 아래 두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현재까지도 비티칸과 미수교 상태입니다. 중국에서 종교 활동을 하려면 정부 관리 아래 있는 사찰, 교회, 사원에서만 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의 종교활동 또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죠.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중국에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거의 느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10~20여년 사이에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 길거리에서는 트리와 장신구 등이 거리를 메우기 시작했고 호텔과 음식점, 쇼핑몰 등지에서 각종 판촉행사를 경쟁적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만큼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과거보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려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크리스마스 금지령'을 내릴 이유가 궁금합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이 서양문화 대신 자국의 전통문화를 육성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크리스마스 '보이콧'에 나섰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문명의 위대한 부활'을 주창한 후 사상 통제를 강화하면서 종교 관련 활동 일체가 위축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크리스마스 역시 통제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후싱더우 베이징이공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국이 크리스마스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사실상 서방문화를 억압하는 것으로 편협한 민족주의의 발현이자 문화대혁명의 변종"이라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크리스마스 특수로 돈을 버는 나라에서 역설적으로 크리스마스 금지령이 내려지고 있다는 게 참 신기합니다. 중국 서구 문화와 종교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며 크리스마스 분위기 확산 막기에 힘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중국 내부에서도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고 합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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