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4년 전 워싱턴 진입…그때도 美 정부가 쫓아냈다

미식축구팀과 와이파이 계약


[ 주용석 기자 ]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가 2014년 미국 유명 미식축구팀 ‘워싱턴 레드스킨스’와 와이파이(무선인터넷) 서비스 제공 계약을 맺었지만, 보안을 우려한 미 정부가 개입해 계약이 파기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미국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화웨이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등의 사용을 막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조치가 수년 전부터 취해졌다는 걸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화웨이는 2014년 메릴랜드주의 레드스킨스 홈구장(페덱스필드) 스위트룸 관람실에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대신 경기장 전광판에 광고를 내보내기로 계약했다. 그 뒤 최소 두 경기에서 화웨이 로고와 회사 이름이 전광판에 노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뒤 미 의회연구자문기구에 근무하던 직원이 이 계약에 대한 기사를 읽고 미·중 경제 안보와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위원회에 계약 사실을 알렸다. 미 의회는 2년 전 화웨이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보고서를 냈다.

레드스킨스 홈구장의 스위트룸 관람실은 워싱턴 정책당국자들과 법조인이 즐겨 찾는 곳이다. 국방부 인사들도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중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건이 발생할 경우 관람실 안에서 이뤄지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대화가 중국 당국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얼마 뒤 미 정부 전화를 받은 브루스 알렌 레드스킨스 단장은 화웨이와 계약을 즉각 종료하기로 했다. 그는 버지니아주 주지사와 상원의원을 지낸 조지 알렌과 형제 사이다.

WSJ는 “그동안 (보이지 않는) 뒷방에서 이뤄진 이 작전은 중국의 거대 기술기업을 견제하려는 미국 관료들의 수년간에 걸친 노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