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의 문화살롱] 다빈치 500주기, 그의 비밀 노트

입력 2018-12-27 18:12  

고두현 논설위원


[ 고두현 기자 ] 내년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500주기(週忌)가 되는 해다. ‘르네상스의 완성자’로 불리는 그는 1452년 이탈리아 피렌체 근교에서 태어나 1519년 프랑스 앙부아즈에서 삶을 마감했다. 67년간 그가 쌓은 예술·과학의 금자탑은 인류 문명의 시간표를 단숨에 앞당겼다. 시골뜨기 사생아에 변변한 교육도 받지 못한 그가 ‘위대한 발견자’와 ‘전인적 르네상스맨’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 비밀 중 하나가 방대한 분량의 ‘다빈치 노트’에 담겨 있다. 그의 노트는 유품으로 확인된 것만 1만3000여 쪽에 이른다. 이후 뿔뿔이 흩어져 지금 남은 것은 7200쪽 정도다. 이 가운데 72쪽짜리 노트는 1994년 빌 게이츠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3080만달러(약 345억원)에 구입해 화제를 모았다. 다빈치 노트에는 그가 젊을 때부터 구상한 세계 최초의 자동차와 헬리콥터, 낙하산, 잠수함, 장갑차 등의 제작 개념도가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다르게 보기'로 입체적 관찰

그는 호기심이 생기면 의문이 다 풀릴 때까지 관찰과 탐구를 계속했다. 인물을 그릴 때는 그 사람의 본성을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을 들였다.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장소를 찾아 그들의 습관과 행동을 살폈다. 특이한 점을 찾아내면 곧바로 노트에 적고 스케치했다. 이렇게 충분한 자료를 수집한 뒤에야 붓을 들었다.

그의 관찰 방식은 남달랐다. 평면적인 모습 외에 옆면과 뒷면을 함께 아우르는 입체적 시각으로 대상을 보았다. ‘다르게 보기’ 방식의 입체형 관찰법은 그에게 새로운 상상력을 선사하곤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회화에서 원근법의 이론을 정립해냈다. 사물의 윤곽을 없애거나 연하게 처리하는 스푸마토 기법의 ‘공기 효과’ 역시 남다른 관찰법에서 얻은 결실이다.

그의 별명인 ‘르네상스맨’은 좌뇌(이성)와 우뇌(감성)를 통합한 ‘전뇌형 인간’을 의미한다.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과학적 사고(좌뇌)와 풍부한 상상력의 예술적 감각(우뇌)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한 인물이 그였다. 이 때문에 그의 관심은 한곳에 머물지 않았다. 인체의 신비를 풀기 위해 해부에 몰두한 그는 1500여 편의 해부도를 그렸다. 이를 통해 의사들이 450년 뒤에 밝혀낸 대동맥 판막의 작동 원리를 먼저 알아냈다. 모나리자의 신비스러운 미소도 해부학에 심취했던 그의 관찰력 덕분에 가능했다.

좌·우뇌 아우른 '전뇌형 사고'

아인슈타인과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평전》에서 “다빈치의 끊임없는 호기심이야말로 창의성의 원천”이라고 분석했다. 그의 작품 중 미완성인 게 많은 이유도 이 원리로 설명한다. 시작만 해놓고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것은 병적인 완벽주의 탓이 아니라 새로운 기법을 탐색하고 실험하는 과정의 희열이 작품 완성보다 더 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하루 20시간씩 연구와 작업에 몰두했다. 그러고도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을 허비했다”며 한탄했다.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창의와 상상의 날갯짓을 멈추지 않았던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려는 마음만으론 충분치 않다. 해야만 한다.”

내년에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세계 곳곳에서 그의 500주기 행사가 펼쳐진다. 한국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단순히 기념 행사로만 대할 게 아니라, 5세기 전 한 위인의 거울을 통해 21세기의 ‘신(新)르네상스형 인간’이 갖춰야 할 조건이 무엇인지를 비춰 보면 더욱 의미 있겠다.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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