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는 多産과 풍요의 상징…재물과 행운을 가져다주는 '복덩이'

입력 2018-12-31 16:27  

문화 속 돼지 이야기


[ 서화동 기자 ]
십이지신(十二支神) 중 열두 번째 동물인 돼지가 한반도에 서식하기 시작한 것은 구석기 시대부터였다. 멧돼지를 사육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2000년 전쯤으로 추정된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는 부여의 관직으로 마가(馬加)·우가(牛加)·구가(狗加) 등과 함께 저가(猪加)가 나온다. 저가는 돼지에서 따온 벼슬 이름이다. 같은 책의 한반도 남부 한(韓)에 관한 기록에는 ‘주호(州胡·제주도)에서 소와 돼지를 기른다’는 내용도 있다. 기원 전후에는 돼지가 완전히 가축화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사람 곁에서 살게 된 돼지는 마을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제의나 고사상, 굿판의 희생물로 바쳐졌다. 집 가(家)는 지붕() 밑에 돼지(豕)가 함께 사는 모습을 표현한 상형문자다. 제주도에는 친환경적인 돼지 변소인 ‘돗통시’가 있다. 가옥 아래 화장실에 돼지를 키우는 건 돼지가 독사 등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일본 오키나와, 중국 산둥성에도 돗통시가 있다.

흔히 돼지를 미련하고 더러운 동물이라 여기지만 실제로는 영리하고 소나 닭보다 깨끗하다고 한다. 공간만 충분히 확보해주면 잠자리와 배변 장소를 가릴 줄 안다. 잡식성이지만 먹이도 일정량 이상은 먹지 않는다. 돼지우리가 더러운 것은 돼지 탓이 아니라 좁은 우리에 가둬놓고 제때 오물을 치우지 않은 사람 탓이다. 돼지의 지능지수(IQ)는 75~85로 개(60)보다 높다. 후각도 매우 발달해 돼지의 후각수용체 유전자 수는 1301개로 개(1094개)보다 많다. 돼지가 값비싼 송로버섯을 찾아내는 건 이런 까닭이다.

돼지꿈을 꾸면 복권을 사는 사람이 많다. 예로부터 돼지는 재물과 행운을 가져다주는 복의 근원이라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돼지저금통이 많은 것도 이런 까닭이다. 1970년대 이발소에서는 새끼돼지들이 어미돼지에게 빼곡히 달라붙어 젖을 먹는 그림(사진)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한꺼번에 많이 낳고 빨리 크는 돼지 새끼처럼 재물이 확 불어나기를 소망해서였다. 돼지해에 태어나면 재물복이 넘치고 잘산다는 오랜 믿음도 있다.

기해년 ‘돼지의 해’를 맞아 국립민속박물관은 오는 3월1일까지 인간의 수호신이자 희생물, 식재료로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돼지를 주제로 특별전 ‘행복한 돼지’를 열고 있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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