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 새해 첫 '순수 신장기증자' 안병연 씨

입력 2019-01-02 17:48  

"내 몸 건강하게, 한 생명 살리면 그게 축복이죠"

회사 해고 뒤 관악산 오르다 '생명살리기' 홍보문구 보고
곧바로 장기기증본부 등록

지금껏 67회 헌혈 기록…나눔 관심 많은 '봉사왕'
17년 만성신부전증 환자 "환갑 선물 받았다"며 눈시울



[ 조아란 기자 ]
2019년의 세 번째 날. 아픈 곳 하나 없는 안병연 씨(58·사진)가 수술대에 오른다. 전신마취를 하고 4~5시간 동안 수술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대수술을 하루 앞둔 안씨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안씨는 “이 나이가 되면 혈압이 높고 당뇨도 있어 약을 몇 가지씩 먹는데 몸이 건강해 수술을 받을 수 있다”며 “한 생명이라도 살릴 수 있는 게 감사하다”고 했다.

경기 수원에서 세탁소를 하는 안씨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배출한 2019년 첫 번째 ‘순수 신장기증인’이다. 역대 969번째다. 순수 신장기증은 혈연 및 친분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 자신의 콩팥을 떼주는 것을 말한다.

안씨가 장기기증을 처음 결심한 건 1998년도다. 회사에서 해고당한 뒤 관악산을 등반하던 안씨에게 ‘생명을 살리는 장기기증에 참여하세요’라는 홍보 현수막 문구가 울림있게 다가왔다. 안씨는 그 길로 장기기증운동본부에 사후 장기기증자로 등록했다. 살아 있을 때 기증하기로 결심한 건 헌혈활동을 하면서다. 그는 “지금까지 헌혈을 67번 했는데 그때마다 의사선생님이 ‘건강해서 콩팥 기증도 할 수 있겠다’고 하더라”며 “기왕 장기기증을 하기로 했으니 나눌 수 있는 건 나누자는 생각에서 지금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신장기증 결정을 하면서 2002년 세상을 떠난 누나 생각이 많이 났다”고 했다. 안씨의 누나인 고(故) 안병순 씨는 2002년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았다. 안씨는 “사고 직전 함께 간 가족여행에서 누나가 장기기증에 대해 ‘당연히 해야 하는 좋은 일’이라고 말했던 게 생각났다”며 “7남매와 가족 모두가 동의해 누나의 장기 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고 했다.

복지사업을 꿈꿀 만큼 나눔에 관심이 많은 그는 ‘봉사왕’으로도 통한다. 매일 아침 수원에 있는 노숙자쉼터 ‘연무동 나눔의 집’에 출근해 100여 명의 노숙자에게 식사를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장애인 복지기관에 후원한 지는 30년이 됐다.

안씨의 선행 덕분에 17년간 만성신부전증을 앓던 장모씨(60)는 활기찬 새해를 꿈꿀 수 있게 됐다. 장씨는 1999년 어지럼증을 호소하다 갑자기 쓰러진 뒤 병원에서 신장결핵 판정을 받았다. 병원에서 약 6개월간 휴식을 권했지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한 달도 쉬지 못했고, 2001년 신장결핵이 만성신부전으로 이어졌다. 이후 17년간 투병생활을 하며 혈액투석을 받았다.

그는 “큰형님은 신장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다 10년 전 세상을 떠났고, 두 누나도 신장투석을 받고 있을 만큼 가족력이 있었다”며 “아내가 신장기증을 결심했는데 검사 결과 건강에 이상이 발견돼 그마저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장씨는 “올해 환갑을 맞아 선물을 받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신장이식을 받을 수 있을까, 그런 기적이 내게 올까 생각했었다”며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수술대에 오르겠다고 나선 기증인의 뜻을 이어받아 열심히 건강하게 살아가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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