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성의 블로소득] 정치인의 '내로남불' 언행, 블록체인에 영구 기록하면 어떨까

입력 2019-01-07 11:51  

상황 따라 원칙 달라지고 시간 지나면 잊혀지는 행태 많아
블록체인에 기록해 활용하면 국회 발전에도 도움




“의인인 척 위장하고 순진한 표정을 만들어 청산유수로 떠드는 솜씨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국채 발행 관련 폭로로 논란이 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을 겨냥한 손혜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의 페이스북 글이다. “고시공부 기간이 긴 편”이라거나 “막다른 골목에 이른 도박꾼의 모든 것을 건 베팅 장면” 등 인신공격성 발언도 포함됐다. 그는 “퇴직한 사람이 헛소문을 퍼뜨리는 건 양아치 짓”이란 내용의 글도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신 전 사무관 비판을 이어갔다.

손 의원은 과거 최순실 국정농단을 제보한 고영태씨를 ‘의인(義人)’이라 표현한 적 있다. 폭로 대상이 된 정권이 다를 뿐, 유사한 상황에 전혀 다르게 대응한 셈이다.

뿐만이 아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신 전 사무관에 대해 스타 강사가 되려고 폭로했다는 등 추측 섞인 비하도 서슴지 않았다. 메시지에 대한 논박이 아닌 메신저에 대한 비방이다.

고영태씨에 대한 인신공격이 벌어졌을 때나, 거슬러 올라가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을 폭로하면서 “달(메시지)을 가리키는 손가락(메신저)만 보면 안 된다”고 했을 때의 민주당 행보를 생각하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문구가 떠오른다. 한 마디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태라 할 수 있다.

물론 막말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수차례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선거 전에는 저자세를 취하다가 선거 후 허리를 펴고 고자세로 전환하는 의원들의 모습도 항상 지적 대상이다.

문제는 이같은 정치인의 내로남불 행태나 ‘아니면 말고’ 식 막말이 온라인상 정보의 홍수에서 쉽게 잊힌다는 데 있다. 현실에서도 국회의원들은 면책특권 덕분에 특별히 처벌 받지 않는다.

원칙은 단순하고 일관적이어야 한다. 지난 2014년 김현미 당시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은 버스를 대절해 현장조사를 가던 날, 야당 위원 상당수가 지각하자 “세월호 참사도 약속을 지키지 않아 벌어진 것”이라며 약속된 버스 출발시각을 늦추지 말고 가자고 주장한 적 있다. 누구든 원칙을 지키지 못하면 신뢰도 얻을 수 없다.

국회의원 후보자의 재산·병역·전과·납세 등 정보공개의 연장선상으로 정치인들의 언행을 블록체인에 남겨 영구적으로 기록하는 것을 제안한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신뢰 네트워크에 기록해 어느 지역구의 어떤 정당 소속 의원이 무슨 일을 했는지 누구나 볼 수 있게 한다면 내로남불 행태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블록체인 기반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지난해 북미정상회담 선언문을 기록, 영구적으로 보관한 전례가 있다.

국민들이 언제든 내로남불 행태로 물의를 빚은 의원이나 정당을 확인할 수 있다면, 정치인들도 자극적인 돌출행동 대신 보다 건설적인 토론에 임하려 할 터이다. 실추된 정치인들의 품격을 되찾아줄 신뢰 네트워크로서의 블록체인을 진지하게 검토할 때 아닌가 싶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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