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된 남자' 여진구, 웃음으로 시작해 전율로 마무리 '인생 연기 시작'

입력 2019-01-09 09:23  


‘왕이 된 남자’의 광대 여진구가 동생의 복수를 위해 스스로 ‘가짜 임금’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시청자를 웃겼다가 울렸다가, 전율로 마무리하는 ‘왕이 된 남자’의 전개에 한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렸다.

지난 8일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극본 김선덕/ 연출 김희원/ 제작 스튜디오 드래곤) 2회에서는 하선(여진구 분)이 이헌(여진구 분)을 대신해 가짜 임금 노릇을 시작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영문도 모른 채 궁에 끌려온 하선은 이규(김상경 분)로부터 왕의 대역을 하라는 명을 받고 아연실색했다. 하선은 어명이라며 겁을 주는 이규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거부의사를 드러냈지만 ‘물질 공세’ 앞에서 한방에 무너져내려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하선은 이규-조내관(장광 분)과 함께 본격적으로 왕을 대신하기 위한 속성 과외를 시작했다.

하지만 평생 궁궐 문턱도 넘어본 적 없는 천한 신분인 하선이 임금 노릇을 그럴듯하게 할리 만무했다. 의복을 정제해주는 대전 지밀 김상궁(민지아 분)의 손길에 괴성(?)을 내는가 하면, 수라상 앞에서 체통 없는 행각을 일삼아 웃음보를 자극했다. 특히 이규가 ‘반드시 피해야 할 인물’로 알려준 중전 소운(이세영 분)과 맞닥뜨린 하선은 버선발로 줄행랑을 쳐 폭소를 유발했다.

이 가운데 하선은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다. 역모 누명을 쓰고 의금부에 하옥되어 있는 ‘소운의 아버지’ 유호준(이윤건 분)을 참수하라는 신치수(권해효 분)의 청을 윤허해버리고 만 것. 이 소식을 들은 소운은 대전으로 달려와 하선 앞에서 은장도를 빼 들었고, 놀란 하선은 유호준을 구명해주기로 약속했다. 뒤늦게 이 소동을 알게 된 이규는 하선에게 불같이 화를 낸 뒤 진짜 임금의 명을 듣기 위해 이헌의 은신처로 향했다.

그러나 은신처에 있는 이헌은 나날이 타락하고 있었고 급기야 그는 장인의 참형까지 허락했다. 이규는 씁쓸한 마음으로 돌아와 하선에게 진짜 임금의 명을 전했다. 그렇지만 하선은 ‘중전마마와의 약조는 어떡하느냐’며 발끈했고, 이규는 “약조는 그걸 지킬 힘이 있을 때나 하는 것이다.

네깟 놈이 뭣도 모르고 지껄인 말이 무슨 힘이 있단 말이냐? 무사히 살아서 돌아가고 싶으면 명심 하거라. 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둘 뿐이다. 철저히 밟아서 숨통을 끊어 높거나 철저히 외면하거나”라고 자조 섞인 분노를 쏟아냈다.

그러나 하선의 돌발 행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차마 소운과의 약조를 저버릴 수 없었던 하선이 조내관의 조언을 얻어 참수형 대신 ‘위리안치(유배형)’를 명한 것. 나아가 하선은 이규에게 소운이 아버지의 유배길을 배웅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이 일을 계기로 소운은 비정했던 지아비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급기야 소운은 자신의 손에 개암나무 열매를 쥐어주면서 “소원을 들어준다”며 해사하게 미소 짓는 임금의 모습에 닫아 뒀던 마음의 문을 살포시 열어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안겼다.

하선의 존재와 함께 조금씩 사람 냄새가 스며들던 궁궐에 또 다시 피 바람이 불어 충격을 안겼다. 하선이 동생 달래(신수연 분)처럼 생각해 각별히 마음을 써온 수라간 나인 계환(박시은 분)이 하선 대신 음식물에 섞인 독을 먹은 것.

놀란 하선은 쉴새 없이 피를 토해내는 계환을 안고 내의원까지 달려갔지만 이미 숨은 끊어진 뒤였다. 슬픔의 눈물을 쏟던 하선은 불현듯 두려움에 휩싸였다. 임금이 자신을 대역으로 세운 이유가 자기 대신 죽을 자를 찾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 버린 것. 이에 하선은 이규와 소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궁에서 도망쳐버렸다.

하지만 궁 밖의 상황은 더욱 처참했다. 자신이 궁에 있던 동안 달래가 양반 남자에게 몹쓸 짓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더욱이 달래를 겁탈한 이가 간신배 신치수의 아들인 신이겸(최규진 분)이라는 것을 전해들은 하선은 격분해 그의 집에 쳐들어갔다. 하지만 하선은 복수는커녕 신치수로부터 개만도 못한 취급을 당하고 참담하게 짓밟혔다.

이와 함께 극 말미에 반전이 일어났다. 이규는 호위무사 무영(윤종석 분)으로부터 밤새 임금이 돌아왔다는 전언을 듣고, 하선이 돌아왔다고 생각해 부리나케 편전으로 향했다. 그가 본 것은 장검을 꺼내 들고 서늘한 표정으로 용상에 앉아있는 임금의 모습. 이규는 순간 이헌이 돌아온 것으로 생각하고 황급히 예를 갖췄다. 허나 그는 하선이었다.

참담한 슬픔과 분노에 휩싸인 하선에게서 얼핏 국왕의 위엄이 뿜어져 나온 것. 이어 하선은 이규에게 “제게 궁궐에서 살아남는 법은 둘 뿐이라 하셨지요? 방법을 배우러 왔습니다. 철저히 밟아 숨통을 끊어놓는 법. 알려주십시오. 그 방도”라며 형형한 눈빛을 빛내 시청자들을 전율케 했다. 동시에 하선이 목숨을 걸고 자기 의지로 궁궐에 돌아온 만큼,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증을 수직 상승시켰다.

한편 ‘가짜 임금 노릇’이 시작됨과 함께 여진구의 다채로운 연기력이 또 한번 돋보였다. 김상경과 장광의 구박을 받는 허당 모습은 엄마 미소를 자아냈고, 이세영을 향한 다정한 눈길은 여심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또한 극중 동생 신수연을 품에 안고 오열하는 오빠 여진구의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까지 아리게 만들 정도였다. 무엇보다 엔딩 씬에서 보여준 결의에 찬 눈빛은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담아내며 ‘인생 연기를 펼치고 있다’는 대중의 평가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앙상블 역시 날로 돋보이고 있다. ‘비밀 동맹’ 여진구-김상경-장광의 조합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유발하고, ‘광대’ 여진구와 이세영의 핑크빛 기류는 설렘과 애틋함을 오가며,이들의 로맨스를 향한 기대감을 날로 고조시키고 있다.

한편 이날 방송은 자체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월화극 1위를 수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왕이 된 남자’의 2회 시청률은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가구 평균 6.6%, 최고 7.5%를 기록하며 지상파 포함 전 채널 1위를 차지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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