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박항서 매직'은 계속돼야 한다

입력 2019-01-15 17:30  

정태웅 레저스포츠산업부장


[ 정태웅 기자 ] 2019년 새해 들어 ‘박항서 매직’이 주춤하고 있다. 베트남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고 있는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두 차례 패하며 본선 탈락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AFC U-23 축구 선수권 대회 첫 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56년 만에 4강,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10년 만에 우승 등 베트남 축구 역사를 새로 쓴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의 질주가 새해 들어 멈춰서는 모양새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베트남의 목표는 본선 진출이었다. 동남아 국가들끼리 겨루는 스즈키컵과 달리 아시안컵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베트남보다 높은 순위의 국가들이 다수 출전한다. 지난해 성적에 고무돼 눈높이가 한껏 높아진 베트남 국민들을 만족시키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박 감독에게 정상에 섰을 때 떠나야 한다며 지난해 말 물러날 것을 충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감독은 올해까지인 계약기간 약속을 지키겠다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과학과 감성으로 거둔 성과

아시안컵에서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그가 지난해 거둔 눈부신 성과는 지금도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을 4강에 진출시킨 거스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을 배우자는 ‘히딩크 경영학’이 세간에 회자됐듯 ‘박항서 경영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베트남 선수들의 체지방이 적다는 단점을 파악한 뒤 아침식사로 나오던 쌀국수를 중단시키고 스테이크 등 고단백 식사로 바꾸는 등 과학적 훈련법을 도입한 것은 우리가 2002년에 경험해 그다지 새롭지 않다. 하지만 데이터 확보를 통한 과학적 접근은 경영의 기본이라는 점을 되새기게 한다. 더구나 빅데이터가 중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베트남 국가가 나올 때 가슴에 손을 얹고 부상당한 선수의 다리를 직접 마사지해 주는 등 베트남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한 점 등은 국내 경영계에서 오래전부터 중시된 ‘감성경영’의 21세기형 버전이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 직원을 폭행하고 머리 염색을 강요하는 등 일부 비뚤어진 경영자들의 잘못된 행태가 사회 문제가 된 점을 감안하면 토닥이며 스킨십을 강조하는 박 감독의 ‘파파 리더십’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배워야 할 도전정신

스즈키컵 우승 축하 당시 “내 조국 대한민국도 사랑해 달라”고 한 박 감독의 말도 베트남과 한국 두 나라 국민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줬다. 삼성전자 등 많은 기업과 K팝 스타들이 베트남에서 한류를 퍼뜨리고 있는 것에 못지않은 민간외교관으로서의 성과다. 국가 브랜드의 위상 제고와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또 한 번 깨닫게 해 준다.

무엇보다 박 감독의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본받을 만하다. 박 감독은 국내에서 자리 잡기 어렵다고 판단해 중국을 노렸다. 그러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쉽지 않아 베트남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고백했다. 말이 안 통해 쓰다듬는 등 스킨십을 자주 할 수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진정성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베트남 대표팀은 젊은 선수로 구성돼 있어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라며 조별리그 최종전을 대비하는 박 감독은 “더 높은 목표를 꿈꾸고,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갈수록 악화되는 세계 경제 침체에 고전하는 기업 경영자들이 꼭 새겼으면 하는 말이다.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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