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휘의 한반도는 지금] 왜 일본은 스톡홀롬에 북핵대표를 급파했야했나

입력 2019-01-22 15:57   수정 2019-01-22 16:19

삐걱대는 한·일, 북핵 공조도 ‘흔들’
스웨덴 남북미 실무협상에 예민해진 일본
왜 일본은 가나스기 북핵대표를 워싱턴이 아닌 스웨덴에 급파했나
비건 대표에 설명 듣고, 이도훈 본부장과는 못 만난 듯




스톡홀롬 시내에서 50㎞ 떨어진 하크홀름순드 콘퍼런스. 남·북·미 ‘북핵 대표’들이 2박3일 간 두문불출하며 협상을 벌이는 동안, 밖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이가 있었다. 가나스기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다. 그는 일본의 북핵수석대표라는 직함을 갖고 있다.

가나스기 국장은 꽤 오랫동안 북핵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인물이다. 2017년 11월, 북한이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감행했을 때 그는 당시 우리 정부의 수석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교섭본부장과 긴밀히 통화하면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물론, 미·일과 한·미 간 공조도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1년 여의 시간이 흘렀을 뿐이지만, 가나스기 국장은 스톡홀름의 산골로 급히 날아가면서 ‘정세 급변’을 실감했을 것이다. 21일(현지시간) 남·북·미 협상 종료 후 가나스기 국장은 스티브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면담을 가졌다. 하지만 김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는 만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협상 종류 후 강경화 장관에게 협상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곧바로 다보스포럼이 열리고 있는 스위스로 이동했다. 그는 24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번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드러난 ‘일본 홀대’가 향후 북핵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북핵 공조와 관련해 한·미·일 공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한·일 관계는 일제 강제징용자에 대한 대법원의 배상 판결, 국방 당국 간 끝이 보이지 않는 ‘레이더 갈등’으로 인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어떤 식으로 성사됐는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워싱턴 담판’을 보완하기 위한 실무협상 테이블로 사전에 준비된 것인 지, 아니면 김영철의 워싱턴 방문 전부터 ‘설계’됐는 지에 대한 의문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일체의 언급을 삼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워싱턴-스톡홀름으로 이어지는 협상이 사전에 준비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고위급 회담에 이어 실무급 협상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한국측의 적극적인 중재의 결과라는 얘기도 나온다. 일본이 워싱턴이 아니라 스톡홀름으로 가나스기 국장을 급파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라는 얘기다. 일본 입장에서 ‘워싱턴 담판’ 결과는 주미 일본 대사관, 주일 미국 대사관 등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충분히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스톡홀름 실무협상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예상치 못했던 데다 합숙이란 전례없는 형식 탓에 ‘베일’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우려스러워 하는 것은 남북미 협상이 ‘핵보유국 북한’을 인정하는 구도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안전과 직결되는 ICBM만 없애고, 일본을 위협하는 단거리 미사일과 생화학 무기 등은 협상에서 아예 제외되는 상황은 일본으로선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ICBM, ICRM(중거리탄도미사일) 폐기부터 해결하면서 북·미 신뢰회복을 이뤄야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정부 일각에선 이번 스톡홀름 실무협상을 준비하면서 “방해자들이 있을 수 있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북한의 뒷배를 자처한 중국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되지만,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강조하는 일본을 겨냥한 것일 수도 있다. 동북아시아 각국의 ‘동상이몽’이 북핵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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