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피눈물 났던 거제 지역주택조합, 눈물 닦아준 이 사람

입력 2019-01-23 11:04   수정 2019-01-23 16:25

김하나의 시선집중-바른자산운용 구중목 대표 인터뷰
침체된 거제 부동산 시장, 직격탄 맞은 지주택 사업
조합원들, 신용불량자 내몰리기 전 사업형태 임대주택으로 전환




집값이 떨어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비명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 강남이야 작년의 상승분에도 못미치게 떨어졌다지만 지방은 상황이 심각한 상태다.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물론 기존의 아파트들도 집값이 폭락하고 있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산 집은 매입 당시보다 떨어졌다. 문제는 이 같은 분위기가 단순히 주택시장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역경제의 기반이 흔들리면서 주택시장까지 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주택시장 중 기존의 아파트나 분양 아파트도 문제지만, 지방에서 가장 문제로 꼽히는 사업장은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아파트다. 무주택 지역주민들이 조합을 만들어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사업기간이 일반 분양 아파트 보다 길지만, 저렴한 가격에 내집 마련을 하려는 지역민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지방에서 사업을 진행중인 지역주택조합들은 마냥 늘어지는 사업기간만 탓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조합원들의 실직과 이로인한 이탈, 금융비용의 증가 등으로 신용불량자까지 내몰리고 있어서다.

이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주택조합 시장에서 최근 단비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임대주택으로 변경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미분양과 지역경제 침체로 어려운 경남 거제시에서였다. 임대주택이 되다보니 내 소유의 집은 아니다. 하지만 분양으로 전환할 수 있는 조건이 붙었고, 사업이 일단 진행되면서 안정적인 주거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조합원들의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다. 지역주택조합이 임대주택으로 전환된 건 국내에서 처음이었다. 전환과정에서 금융·관리·실무 등을 총괄한 바른자산운용의 구중목 대표(사진)를 22일 만나 그간의 과정을 들어봤다. 구 대표는 한양증권 투자금융팀 팀장과 바로투자증권 기업금융센터 상무를 거쳐 작년 1월 바른자산운용을 설립했다.

◆임대주택으로 전환된 지역주택조합 사업장은 어디인가?

"경남 거제시 연초면 한내리에 연초 지역주택조합이다. 2015년 4월에 1040가구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았고 2015년 8월에 토지소유권 이전이 완료됐다. 이후 '연초한내 서희스타힐스'라는 이름으로 조합원을 모집했다. 당시 조선업 업황도 좋았고 고현항 항만재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조합원 모집이 수월했다고 한다. 당시 거제도 아파트들의 가격이 3.3㎡당 800만원 중반정도였는데, 이 단지는500만원 후반~ 600만원대에 모집했다. 그러니 조합원 모집이 수월했고 700명 가량의 조합원을 모았었다."

◆사업 초기에는 순조로워 보인다. 언제부터 문제가 발생했나.

"조선경기 침체 등으로 조합원들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조합원이 이탈하고 주변 집값이 빠지면서 사업성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주택 사업은 일반 분양을 통해 사업성을 높이는데, 주변 집값이 폭락하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사업시행기간은 2017년 6월부터 2019년 12월까지였다. 조합원 개개인 명의의 토지비대출이 만기가 경과되기 시작했다. 2016년 8월에 대출을 1차 연장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상태였다. 조합원들은 거제 조선사나 관련 기업 종사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조합원들이 일자리를 잃은데다 대출을 안고 있으니 신용불량자로 내몰릴 처지였다. 그 때즈음 조합쪽에서 연락이 왔다."

◆아파트 규모를 1040가구에서 883가구로 줄이는 등 사업계획승인 내용을 변경했다.

"2017년에 이 쪽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는데, 정말 심각한 상태였다. 사업이 망가진건 둘째치고 이로인해 조합원들의 가정도 파탄나기 일보직전이었다. '돈을 얼만큼 벌자' 보다는 '사업을 살리고 보자'는 마음으로 뛰어들었다. 사업을 살리자면 사업성을 높이는 게 우선이었다. 그러자니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했는데, 조합의 의결 정족수도 채우기가 어려웠다. 사업성도 잡고 의사결정을 위해 단지의 가구수를 줄였다. 보통 아파트 시행에서 가구수를 늘리려고 하는 것과는 반대로 간 거다. 다행히 2017년 4월에 883가구로 사업계획승인을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5월에는 대출을 연장할 수 있었다."

◆대출을 세번이나 연장했다. 일반적인 지주택 사업장에서는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렇다. 사업이 불확실한데 대출을 연장해줄 금융기관은 없다. 가장 깔끔한 방법은 사업주체에게 부지를 매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거제도의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어떤 사업주체가 분양리스크까지 감수하면서 들어오겠는가. 여기서 생각한 게 임대주택으로의 전환이다. 사업부지를 임대주택건설사업자에게 매각한 후, 조합원이 임대아파트에 입주하는 방안이다. 아파트가 준공되고 4년 후에는 분양전환되는 방식이다. 조합원들에게는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집을 '소유'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우선'임대'밖에 방법이 없다고 제안을 했으니 말이다. 최선은 아니지만 손실을 최소화하자고 설득했다."

◆조합원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접고 임대로 전환을 수락하던가.

"당연히 어려웠다.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의 자격조건을 보면 안다. 조합원이 되려면 청약통장은 필요없지만, 무주택 세대주이거나 전용 85㎡ 이하 주택소유자여야 한다. 남아 있던 조합원들은 거제에서 오랫동안 무주택으로 살아온 분들이었다. 피눈물이 나는 시간들이었다. 이제야 집없는 설움을 털겠다고 기대했는데, 또 임대아파트에 들어가라니 당연히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지주택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를 분양받듯 시간만 지나면 입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조합원들은 이러한 점을 간과했다가 날벼락같은 일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울고 싸우고를 반복했다. '임대주택이라도 최대한 안정적으로 주거조건을 만들자', '신용불량자는 되지 말자'며 서로를 다독였다."

◆사업 계획 변경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지주택에 포함됐던 사업자들도 있었을 텐데.

"사실 이 부분이 우리 회사와 내가 할 일이었다. 지주택이 임대주택으로 변경된 사례가 없다보니 사업 계획 변경 작업이 이만저만 어려운 게 아니었다. 부지매각에 있어서는 기존 임대사업부지 대비 우량한 위치에 임대주택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임대사업자 입장에서는 안정적 사업부지를 우선 확보한데다 미분양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 조합원들이 일단 임대로 들어가니 안정적인 수요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시공사로 이미 선정됐던 서희건설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토지를 매각하고 사업주체가 바뀌면 시공사를 다시 선정해야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모델이었지만 1년여를 뛰어다니면서 승락을 받아냈다."

◆사업은 어떻게 정리됐나.

"작년 11월말에 최종적으로 마무리가 됐다. 조합총회를 통해 해산을 결정했다. 부지가 매각되면서 대출상환도 완료했다. 새로운 시공사로 시온건설을 선정했고, 단지명도 '한내 시온 숲속의 아침뷰'로 변경했다. 883가구 중 659가구는 공공임대이고 224가구는 민간분양 형식이다. 659가구는 조합원 분으로 일단 임대로 들어가지만, 4년을 거주하고 5년차에는 분양으로 전환할 수 있다. 사업시행기간은 2021년 4월말까지다."

◆전국에 지역주택사업이 멈춰있는 곳들이 많다.

"현재 파악되는 것만도 전국에 200여개의 지역주택조합 사업장이 있다. 이들은 임대주택사업으로 사업을 변경할 수 있는 대상지인 셈이다.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은 무주택 서민으로 주거안정화를 절실히 필요하다. 조합에 가입한 것 때문에 안정적인 주거생활이 불가능하고 신용불량의 위험까지 떠앉고 있다. 임대주택으로라도 주택을 적기게 공급하게 되면 주거안정성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바른자산운용의 향후 계획은?

"올해 1월로 설립 1주년을 맞았다. 우선 닥친 사업은 대구문화방송(MBC) 매각이다. 현재 주관사를 맡고 있고 매각 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오는 5월 말 최종 인수후보자를 정한 후 이르면 상반기 중으로 거래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펀드도 꾸준히 운용할 예정이다. 지주택을 임대로 전환한 경험을 살려 다른 사업장들도 도와주고 싶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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