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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경고' 하루 만에 '親기업'…냉·온탕 오가는 대통령의 메시지

입력 2019-01-24 14:35  

현장에서

박재원 정치부 기자



[ 박재원 기자 ] “주관이 강한 생산자 언어로는 자기의 이익에 충실한 소비자들과 소통하기 힘들다. 디자이너는 생산자의 언어를 소비자 언어로 전환시키는 기술자다.”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손혜원 의원이 쓴 《브랜드와 디자인의 힘》이라는 책에 쓰인 문구다. 손 의원의 본래 직업은 브랜드아이덴티티(BI) 디자이너다. 여당 당명인 ‘더불어민주당’도 손 의원 작품이다.

대한민국을 디자인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메시지는 아쉽게도 지극히 생산자 중심적이다. 게다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시장과 투자자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24일 대전 대덕연구단지를 방문해 “정부는 (기업을) 간섭하거나 규제하지 않겠다”며 “혁신하는 기업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를 언급하며 대기업에 엄포를 놓은 지 불과 하루 만에 나온 친기업 메시지에 기업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의 엇갈린 소통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쓰겠다”고 했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에 힘들어하던 기업인들은 순간 환영했지만 문 대통령은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있지만 기존 정책 방향을 유지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현장에선 “당장 올해를 넘길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뭘 더 감수하라는 얘기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다음날 문 대통령은 창업지원공간인 ‘메이커 스페이스’를 찾아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활발한 혁신 창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새해 들어 유독 청와대에선 ‘기업에 활력을’ ‘피부로 느끼는 성과’ ‘현장에서 답을 찾아라’ 등 화려한 수사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수시로 뒤바뀌는 대통령 발언에 시장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황에 따라 메시지가 달라질 수 있지만 대통령이 지닌 ‘말의 무게’를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 역시 “대통령의 진의가 무엇인지 의아스럽다”며 “간결하고 일관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헛구호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손 의원은 저서에서 자신의 주관에만 사로잡힌 생산자 중심 언어는 ‘불통’을 초래한다고 꼬집었다. 독서광 문 대통령의 책장에 이 책이 꽂혀 있을지 궁금하다.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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