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도 못 받는 '미생 변호사' 쏟아진다

입력 2019-01-29 17:32   수정 2019-01-30 07:28

로스쿨 졸업예정자들 취업난에 '울며 겨자먹기' 심정으로 인턴 응시

채용공고 절반 '최저임금 미만'
세전 월급 150만원 수준
사무공간·점심도 주지 않아

인턴제 악용 '블랙 로펌'도 기승
일정기간 평가 후 정규직 결정
허드렛일만 시키고 해고하기도



[ 신연수 기자 ]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하는 ‘미생(정규직 전환을 위해 노력하는 인턴) 변호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날이 갈수록 법조 시장이 침체되는 가운데 매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까지 쏟아져 전문직인 변호사들에게도 ‘취업 한파’가 불고 있어서다.

로펌들 “되레 교육비 받아야 할 판”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제8회 변호사시험을 마치고 합격자 발표를 앞둔 로스쿨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소형 법무법인(로펌)과 개인 법률사무소의 인턴 채용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달 들어 대한변호사협회 취업정보센터에 올라온 인턴 채용 공고를 전수조사한 결과 임금 조건으로 최저임금 미만을 제시한 곳이 절반 이상에 달했다. 통상적인 인턴 변호사 월급은 세전 150만원 수준에서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된 사무 공간은 물론이고 중식 제공조차 안 하는 곳이 대다수다.

세전 월급 100만원도 주지 못하겠다고 한 어느 법률사무소는 채용공고에 “변호사로서 성장에 필요한 노하우를 알려주기 때문에 오히려 교육비를 받아야 할 정도”라며 “인간적인 대우 차원에서 실비를 지급하고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면 별도 협의를 통해 보상하겠다”고 적어놨다.

이들 대부분이 최저임금법을 어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시간당 8350원으로 주 40시간 근로 기준 월 환산액은 174만5150원이다. 고용노동부의 ‘일 경험 수련생(인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연수형 인턴’ 조건을 충족하지 않은 인턴은 모두 정식 근로자로 보고 최저임금 이상을 줘야 한다. 연수형 인턴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회사가 사전에 마련한 연수 프로그램에 따라 팀·그룹으로 과제를 부여받고 △과제를 멘토나 코치의 지도를 받아 수행한 뒤 △구체적인 평가 및 교육이 수반되는 등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부 대형 로펌을 제외하곤 이를 만족시키는 로펌이 드물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로스쿨은 마르지 않는 화수분”

‘정규직 전환’ 조건을 걸고 헐값으로 고용했다가 계약이 끝나자마자 내보내는 ‘블랙 로펌(변호사 커뮤니티에 소문난 악덕 로펌)’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턴 활동 평가와 사무실 상황에 따라 정식 채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자료 조사, 서면 작성을 비롯한 허드렛일을 시키고 몇 개월 뒤 해고하는 식이다. 일부 로펌은 해마다 로스쿨 졸업예정자 채용과 해고를 반복하며 인턴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정식 변호사에겐 월급으로 최소 350만~400만원을 줘야 하기 때문에 비용을 아끼려고 취업난에 시달리는 로스쿨 학생들을 착취하는 셈”이라며 “요즘 서초동에선 로스쿨을 두고 마치 ‘마르지 않는 화수분과도 같다’는 농담도 돈다”고 말했다.

로스쿨 도입 후 국내 개업 변호사 수는 매년 가파르게 증가 중이다. 29일 기준 국내 등록 변호사 수는 2만5876명이다. 2022년께 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최대 지방변호사단체인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소속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수임 건수는 꾸준히 감소해 2건이 채 안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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