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악역 전문' 반감 끝에…'SKY캐슬' 김서형, 눈물로 빚은 '쓰앵님'

입력 2019-01-30 14:19  

'SKY캐슬' 김서형 "연출, 대본, 연기 3박자 잘 맞아 흥행"
"'악역 전문 배우' 타이틀 반감 가진 적도 있었죠"
"김주영 역 연기하다 눈물…촬영 딜레이 되기도"



"제2의 전성기라고요? 전 늘 전성기인데...하하."

더이상 배우 김서형을 두고 '아내의 유혹'을 거론하기 힘들어졌다. JTBC 'SKY캐슬'을 통해 새로운 인생 캐릭터 '쓰앵님' 김주영을 만났기 때문이다.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만난 김서형은 극중 캐릭터가 상상되지 않을 정도로 달변가였고, 유머러스했다.

올해 방송가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SKY캐슬'은 18회 방송에서 tvN ‘도깨비’(2016~2017)가 보유한 비지상파 최고기록 20.5%를 깼다. 첫 회 1.7%로 시작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19회 23.2%로 자체 최고 기록을 다시 한 번 경신했다. 쑥쑥 오르는 시청률의 중심엔 김서형이 있다.

"솔직히 처음에 배우들이 너무 좋아 '기본타'는 나오겠다고 예상했습니다. 입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예상 못했죠. 1%대 시청률이 나왔을 땐 불안하기보다 10%만 나오면 다행이겠다 싶었는데, 점점 시청률이 오르더라고요."

'SKY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극이다.

김서형은 극중 입시코디네이터 김주영 역할을 맡아 캐슬 엄마들을 손에 쥐고 흔들며 드라마 전회를 장악했다. 특히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연기와 특유의 바른 발성으로 몰입감을 높였다. "김정난 선배가 1,2화에서 연기한 것을 보고 남은 배우들은 '아, 이렇게까지 연기했단 말이야? 우리는 얼마나 더 잘해야 하나'하고 고민했어요. 자극제가 됐죠. 첫 스타트를 잘 끊어주고 가서 배우들끼리 선의의 경쟁도 할 수 있었습니다."

김서형은 'SKY캐슬' 대본을 받고 김주영 역할을 고사했었다고 털어놨다. 작품이, 캐릭터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는 아니었다. 김주영의 무게를 짊어지고 갈 자신감이 부족했다.

"작품할 때마다 거절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네요. 제가 못할 것 같아 거절한 적이 많아요. 이 작품도 시놉시스를 봤는데 자신감이 없더라고요. 과거 '아내의 유혹' 신애리를 연기할 때 정신적으로 많이 아팠기도 했고요. 이런 역할을 할 때 트라우마가 생기는데, 혼자 극복하기엔 힘에 부쳤습니다. 오랜시간 배우로 살고 있지만 제 역량은 캐릭터를 만나야 체크할 수 있거든요. 소속사 대표는 '촉이 왔다'고 하면서 밀어 붙였죠. 저를 다독이기 바빴어요. 억지로 끌려가는 지점도 있었고요.이러다 '아플 것 같다'고 선전포고 했죠. 조현탁 감독님이 아니었으면 못 버텼을 것 같아요."



그는 'SKY캐슬' 인기 요인에 대해 "저만 잘해서가 아니다"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대본, 연출, 배우 3박자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특히 조 감독님은 배우를 대하는 점이 존경스러워요. 전체를 이끌어가는 선장이면서 배우 개개인을 감정적으로 잘 만져줘요. 현장에서 울면서 캐릭터에 대해 호소할 때도 잘 다독이며 믿음을 주셨어요."

드라마는 김주영을 비롯해 한서진(염정아), 노승혜(윤세아), 이수임(이태란), 진진희(오나라)의 연기 앙상블이 뛰어나 캐릭터를 입체감있게 그려내고 극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서형은 네 명의 '엄마들' 사이에서 차별화된 캐릭터를 그리기 위해 외형적인 부분에 많은 고민을 했다.

"처음 콘셉트 회의를 할 때 방송에서 처럼 올 블랙 의상과 4명의 엄마들과 같은 의상 시안을 준비했습니다. 김주영도 비싼 돈을 받고 입시 코디를 하면 그런 모습들이 묻어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감독님과 상의 끝에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됐어요. '올백' 머리 때문에 평소에 화도 많이 나 있었고요. 정말 아팠거든요. (웃음)"

'입시 코디'하면 떠오르는 얼굴은 이제 김주영, 아니 김서형이다. 감정이 배제된 차가운 인물이자, 뒤에서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김주영 연기를 위해 디테일을 살렸다.

"외형을 먼저 설정하니 단순해 졌어요. 요즘은 좀 부드럽게 걷는데, 초반엔 '로봇'처럼 걸었죠. 모퉁이를 지날 때에도 몸을 각 잡고 튼다던가, 가방도 흔들리지 않게 힘을 딱 주고 걸었어요. 손도 많이 안 쓰고요. 감독님이 관찰력이 되게 좋으세요. 제가 준비한 연기를 하면 왜 그렇게 연기했는지 간파하시더라고요. 아무리 힘들어도 현장에만 가면 연기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샘솟았죠. '언제까지 하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카메라가 계속 돌아요. 이수임이 '천벌 받을 년'이라고 할때 문이 닫히고 호흡이 끝나는데, 카메라가 계속 켜져 있어서 커피까지 마셨죠. 방송을 보니 다 쓰셨더라고요. 제가 카메라를 이렇게까지 좋아했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난 26일 방송에서는 드디어 김주영의 감춰진 과거가 모두 수면 위로 떠올랐다. 라이벌이었던 송희주를 향한 패배감과 열등감, 경쟁심이 불러온 딸을 향한 빗나간 모정 등이 드러났다. 그간 김주영은 캐슬 엄마들을 손에 쥐고 흔들며 늘 강한 모습으로 극 중 유일하게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스테리한 인물로 매 회차마다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사무실에 '내가 악역인거 알고 시켰냐'고 우스갯소리로 묻기도 했어요. 남편 살인에 대한 정확한 마무리가 없이 로라정과 이수임의 대화로만 풀어냈죠. 김주영은 지금까지 쌓아온 연기 커리어를 통틀어서 '도전'이었어요. 거기다 머리 꼭대기에 있는 여자였죠.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감독님께 결말을 알려달라고 해도 절대로 말씀해주지 않더라고요. 답답했죠."

마치 손발이 꽁꽁 묶여 있는 듯, 절제된 연기를 하기 위해 괴로움의 시간을 버텨냈다. 그는 "외로웠다"고 그간의 시간을 토로했다. 극 초반엔 현장서 울다가 촬영이 딜레이 되기도 했다. '쫑파티' 때 오나라가 '언니 왜 그랬어요?'라고 묻자 그자리에서 펑펑 울었다고.

"내가 이 경력에 왜 이렇게 답답하고 힘들지? 염정아 선배나 다른 배우가 했다면 나처럼 괴로워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돈 받고 하는 일인데 괴로울 수 있는거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죠. 이태란도 선역인 이수임을 연기하고도 질타를 많이 받았어요. '웬 오지랖이냐'고요. 현장에서 아무 표현없이 해내고 있는 걸 보면 제가 태란이 보다 못하다 싶어요. 혼자 너무 티 낸거 아닌가 싶고요."

극 중 한서진(염정아)이 '김주영 선생님'을 부를 때 '쓰앵님'이라고 들린 탓에 시청자로부터 '쓰앵님'이라는 귀여운 애칭도 얻었다. 뿐만아니라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어머니',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어머니' 등의 대사를 유행시키며 신드롬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전적으로', '감수하시겠습니까, 어머니' 이런 대사들은 현대적으로 사용하지 않아서 대사 톤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렇게 재밌게 받아들이실 줄 몰랐죠. 배우 단체 채팅방에 서로 패러디 사진을 캡처해서 올려요. 저도 '내가 이렇게 연기했나'라고 생각하면서 영상을 보고 따라하기도 해요."



'SKY 캐슬'은 한국 사회의 광적인 입시 경쟁을 그리며 교육계에도 화두를 던졌다. 김서형은 "네티즌들이 결말에 대해 추측해서 막 쓰시는데, 설득이 되더라. 솔직히 감독, 작가님이 배우들에게도 엔딩을 이야기 해주지 않으셔서 저도 그걸 믿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상상하셨던 것 처럼 혹시나 김주영이 비겁하고, '막장'으로 끝날까봐 걱정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서형은 극중 가장 안쓰러웠던 장면으로 '부모 아닙니까'라고 한서진에 일침하는 신을 꼽았다.

"그 신을 찍을 때, 끓어오르는 것이 있었습니다. 저도 부모는 아닙니다. 자식으로만 지내고 있죠. 하지만 부모 비슷한 역할을 해요. 반려견을 키우거든요. 그런 연기를 할 때 반려견을 생각해요. 개와 인간을 어떻게 비교하냐고 할 수 있지만, 반려견들도 채찍질을 하면 숨어버려요. 아이들과 패턴이 같죠. 배 아파서 안 낳아봐도 입양이라는 것을 하면서 '모성애'가 생기죠. 저는 억지로 시키면 반감을 갖는 성향이에요. 드라마에서 예서쪽에 가깝죠. 아이들의 인생은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해요. 자신이 선택하는 인생이라면 좋겠어요."

1994년 KBS '딸부잣집', '내일은 사랑'으로 데뷔한 김서형은 올해 연기 25년차를 맞았다. SBS '파리의 연인'(2004)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고, 4년 뒤 SBS '아내의 유혹' 신애리로 '악녀의 교본'이 됐다. 이후 SBS '자이언트'(2010), '샐러리맨 초한지'(2012), MBC '기황후'(2013) 등 브라운관에서 활약하더니 영화 '악녀'(2017)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기도 했다.

김서형의 악역은 유독 인상적이다. 그는 늘 '제 살을 깎아먹듯' 연기한다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의 기대치와 전작과의 비교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발버둥쳤다.

"'기황후'부터 '개과천선'까지 무수한 작품을 했는데도, '아내의 유혹' 이후 아무것도 안한줄 아는 사람들도 있어요. 악역이란 것이 각인이 된 거죠. 이렇게 '힘이 들어 가는 것'은 안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어떤 사람들은 제가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에서 '에로배우'로 데뷔하고 '아내의 유혹'으로 얼굴을 들이 밀었다고 생각해요. 그럴 수도 있죠. 25년차지만 연기를 알게된 건 10년 정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하면서 발전해나가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SKY캐슬'이라서 열심히 한 것은 아니에요. 모든 작품을 열심히 했습니다."

그를 뒤따라 다니는 '악역 전문배우' 타이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악역'이라는 말이 싫은 건 아닙니다. 아마 대중에게 단순하게 설명하기 위해 그렇게 표현하겠죠. '아내의 유혹' 신애리도 날 때부터 악한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 안 해요. 주변 환경 때문에 악하게 변하는 사람도 있죠. 저보고 '악역 전문배우'라고 하면 예전엔 반감도 있었어요. 배우로서 가져가야 하는 고민 중 하나죠. 'SKY캐슬'이 제 전성기라기보다 '이런 류의 연기라면 역시 김서형'이라는 점을 만든 것 같아요. 10년의 시간을 허투루 보내진 않았나봐요. 하하."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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