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한국판 구글이 나오려면

입력 2019-02-07 18:09  

초연결 시대는 AI 플랫폼 기업들이 선도
한국도 대기업의 적극적 M&A 허용하고
인재육성과 함께 노동시장 유연성 높여야

권태신 <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



지난달 8~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는 ‘미리 보는 미래’ 그 자체였다. 상식을 깬 기술, 상상을 현실로 만든 기술이 참가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대표적인 것이 네이버랩스의 5세대(5G) 이동통신을 활용해 뇌를 클라우드에 두는 ‘뇌 없는 로봇’일 것이다. 이제껏 로봇에서 뇌(고성능 프로세서)가 차지하는 부피와 무게 때문에 활용도가 낮았던 현실을 감안하면 로봇 발전사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활용하면 똑똑하면서도 작은 로봇을 개발할 수 있으며 제조비용과 전력소모도 줄일 수 있다.

CES의 꽃인 가전 분야에서도 주인공은 한국 기업들이었다. 4500개 참가 기업 중 관람객 수가 가장 많았을 뿐 아니라 상도 가장 많이 받았다. 플렉서블 화면 수백 장으로 전시관 입구에 설치한 거대한 폭포는 규모와 기술력에서 단연 압권이었다. LG전자의 롤러블 TV와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TV는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한국 기업들의 선전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하지만 이런 뿌듯함은 구글관을 보면서 조금씩 걱정으로 바뀌었다. 구글 전시관에는 스마트폰, 헤드셋, TV, 스피커 등 다양한 전자기기가 빼곡하게 전시됐는데 모두 구글의 인공지능(AI)과 연동돼 있었다. 구글의 설명에 따르면 무려 10억 개의 기기가 구글 어시스턴트의 음성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고 한다. 삼성과 LG의 전자제품뿐 아니라 독일 BMW, 아우디 등의 무인차에도 구글 AI가 탑재돼 있었다.

미래 시장의 주인공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전자기기, 자동차뿐 아니라 도시 전체가 AI에 연결돼 움직이는 미래에는 구글과 같은 AI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다. AI는 오랜 기간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해야 하다 보니 다른 기업들이 따라잡기도 어렵다. 제조업체는 치열한 단가 경쟁을 벌이겠지만, 구글 같은 기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 속에 높은 수익을 올리게 될 것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AI 기업이 버는 미래가 예견돼 씁쓸했다. 이젠 더 이상 CES에서 한국 기업이 누리던 인기와 감탄에 취해만 있어선 안 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CES 기간 방문한 미국 혁신기업에서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먼저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해야 한다. 구글, 아마존 등 미래를 이끄는 기업들의 핵심 비결은 공격적인 M&A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업종 간 장벽이 사라지고 다양한 기술이 집약되는 융복합 시대다. 한 기업이 모든 기술과 트렌드를 파악해 직접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M&A가 중요한 성장 전략이 된다. 아마존은 로봇 기반 물류회사 키바를 인수해 물류혁명을 선도했고,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나이스를 인수해 웹 클라우드 기술과 인재를 영입했다. 구글도 키홀이란 회사를 인수해 구글맵의 기반을 닦았고, 알파고로 유명한 딥마인드를 인수하면서 AI 강자 위치를 확고히 했다.

만일 이들이 한국 기업이었다면 어땠을까. 한국 대기업이 이런 M&A를 추진했다면 기술 약탈이니, 문어발식 경영이니, 거대 자본을 앞세워 중소기업 생태계를 교란한다느니 비판을 받고 정부 당국의 온갖 규제와 압박에 시달렸을 것이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우리 기업에도 적극적인 M&A를 허용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유연한 노동정책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구글 직원들은 팀별, 개인별 목표는 있지만 정해진 근무시간이 따로 없다고 한다. 꼭 회사 내에서 일할 필요도 없고 목표를 달성하면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필요하면 알아서 밤을 새우고, 식사 시간도 아껴가며 일한다. 자기 일에 몰입하고, 성과에 따라 보상받고, 목표에 미달하면 회사를 떠나기도 한다. 이런 프로 정신으로 무장한 인재들과 고용 시스템이 구글의 가장 큰 자산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경직적인 우리 노동시장과 많은 대비가 됐다.

인재 육성도 절실하다. AI, 클라우드 등의 분야는 우수한 인재 없이 글로벌 기업을 따라잡을 수 없다. 세계 최초로 뇌가 없는 로봇을 만든 네이버랩스가 단기간에 세계적인 성과를 이룬 비결은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던 우수한 한국 과학자들을 영입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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