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미식회] ② 부산 업무추진비 '공개' 불과 30%…'세금맛집' 이름만 쏙 지운다

입력 2019-02-17 09:03   수정 2019-02-17 09:18

로컬 맛집 찾는 '까칠한' 새 패러다임
맛있는 데이터저널리즘 #세금미식회
② '겨울여행 성지' 부산에 가면 2편

- 자갈치 BIFF거리 남포동 '세금맛집' 여기
- #서면 #영도 등 세금미식회 '선정 불가'
- 업무추진비 사용처 공개 불과 30%
- 공개 '제로' 동구, '1%' 영도·부산진·사하구



[편집자 주] 뉴스래빗이 맛집을 찾는 '까칠한'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그것도 대한민국 전국 단위로 말입니다. 여행지 맛집 찾을 때 가장 궁금한 게 '로컬(local·지역민) 맛집'이죠. 그 '로컬 맛집'을 어떻게 아냐구요?

비밀은 바로 '세금'에 있습니다. 뉴스래빗이 결정적 힌트를 드립니다. 맛있는 집이라면 반드시 다시 방문하게 되어 있는 법이죠. '재방문'은 만족도를 증명하는 가장 분명한 행위입니다. 재방문을 많이 했다면 '단골'이 되고, 그만큼 그 집에 쓴 돈도 많아지겠죠.

뉴스래빗은 '로컬'들이 '재방문'하는, 맛집의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목록을 확보했습니다. 그것도 정부 공식 공개 데이터에서 추출한 믿을 만한 '진짜배기' 정보입니다.

이른바 '맛있는 데이터저널리즘' #세금미식회.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전국 106만6288명(2018년 9월 30일 기준) 공무원들. 이들 100만 공무원이 업무추진비, 즉 국민의 세금으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굴한 '공공의 맛' 지도를 여러분께도 공유드립니다.

세금미식회 ②회 부산 1편 '겨울여행 성지' 부산…해운대·광안리 '세금 맛집' 톱20 에서 이어집니다.



부산은 한국 대표 '관광도시'입니다. KTX를 타고 가면 웬만한 지역보다 서울에서 가깝고, 시 전역이 지하철·버스 등으로 사통팔달 연결돼 있어 구석구석 다니기에 제약도 없어 전 국민이 즐겨 찾죠.

타지에 사는 젊은 층에겐 '겨울여행의 성지'로 손꼽힙니다. 전통의 겨울바다 명소, 강릉·속초 등 동해권보다 거리는 더 멀지만 세련된 핫 플레이스와 젊은 층이 많고, 무엇보다 맛집이 넘쳐나는 곳이 '따뜻한 남쪽 나라' 부산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식당도 많고, 정보도 많아 맛집 검색 난이도가 '최상'이란 점입니다. 이쯤 되면 '로컬'에게 물어보는 것도 무의미합니다. 그래서 뉴스래빗이 믿을 만한 데이터로 까칠한 '맛집' 리스트를 뽑았습니다.




세금미식회② '부산에 가면' 2편을 공개합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은 광활한 도시입니다. 그래서 두 편으로 나눠 세금미식회를 엽니다. 1편에 이어 부산 서부, 남부 9개 구(區)를 살펴봅니다.

서면, 부산역 앞, 자갈치시장, BIFF거리, 광복동, 남포동 등 부산의 이름난 번화가들이 다수 모여 있는 곳입니다. 번화가(서면·남포동 등)이자 교통의 중심(부산역)이며, 국내 최대 수산시장(자갈치시장)을 아우르는 부산 속의 진짜 부산 9개 구입니다. 1편에서 다룬 해운대·광안리에 이어 오래도록 사랑 받고 있는 바다여행지인 영도도 포함했습니다. 세금미식회 ②회 부산 2편 #어서오이소 !.!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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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광역자치단체 17곳은 업무추진비를 의무 공개한다. 업무추진비는 지방자치단체가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데 쓰는 돈이다. 하루에 한 번 공개하는 곳도 있지만 1년에 한 번 몰아서 공개하기도 한다.

뉴스래빗은 부산 강서구·남구·동구·부산진구·사상구·사하구·서구·영도구·중구청이 공개한 업무추진비 내역 전수를 분석했다. 총 7222개 문서에서 지출 내역 3만4084건을 수집했다. 9개 구청장 및 각 부서의 지출 내역을 포함한다.

각 구별 조사 기간 및 사용처 관련 데이터는 상이하다. 최고 2011년(영도구)부터 2019년 1월 최신 내역까지, 구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8년치에 이르는 업무추진비 내역을 '총집합'했다.

부산시 남부, 서부 9개 구청이 지출 장소를 명시한 곳 중 음식점만 추렸다. 해당 음식점에 쓰인 업무추진비 전액이라고 보긴 어렵다. 아예 장소가 써있지 않거나, '음식점' 등으로 뭉뚱그려 표기한 내역이 많기 때문. 다만 파악 가능한 집행 횟수나 액수는 분명한 '맛집의 증표'인 만큼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다각도로 분석했다.

부산 남부, 서부 전체
업무추진비 1, 2, 3위 식당은 바로




9개 구청을 통틀어 업무추진비를 가장 많이 쓴 식당은 '태청마루'입니다. 남구청에서 약 800여m 떨어져 있는 고깃집입니다. 소고기, 돼지고기를 함께 팔고 자리가 넓어 회식 장소로 딱인 식당입니다.

남구청 공무원들은 2014년부터 태청마루에 꾸준히 방문했습니다. 해마다 적게는 17회(2014년), 많게는 79회(2015년)까지 이 곳을 찾았죠. 2014~2019년을 합하면 총 250회 방문해 9179만6500원어치를 먹었습니다. 100g당 1만7000~2만원 수준인 소고기와 150g당 8000원인 돼지고기(삼겹살, 목살)를 함께 팝니다.


'동해참가자미'가 2위로 뒤를 이었습니다. 역시나 남구에 위치합니다. 남구청 큰길 건너 태청마루 바로 옆입니다. 1인분에 2만5000~4만원 정도 하는 가자미회·모듬회 코스가 주 메뉴입니다. 제아무리 해양도시의 횟집이라도 '단체석 완비' 회식 장소를 이기긴 어려운 모양이네요.

3위 역시 남구 소재 '제일집'입니다. 남구청에서 350m 정도 옆에 있죠. 오리구이, 오리백숙 등이 주 메뉴인 오리 전문점입니다. 역시나 '단체석 완비'된 집인 걸 보니 공무원들에게 미식은 곧 회식인 모양이네요. 오리소금구이가 한마리에 3만5000원, 오리백숙은 한마리에 4만2000원에 달하는 만큼 단체 손님이 아닌 이상 엄두 내기가 쉽지 않긴 합니다. 남구청에서 2014~2019년 이 식당에 쓴 업무추진비는 1위 태청마루의 절반 수준인 4740만5500원입니다.

자갈치·BIFF거리, 부산역·남포동
'세금 맛집' 1, 2, 3위 식당은 바로


줌(zoom)을 좀 더 당겨볼까요. [세금미식회] 부산 2편이 다루는 9개 구엔 부산역·남포동에서 자갈치시장·BIFF거리로 이어지는 '전통의 번화가'가 속해 있습니다.




자갈치시장 최고 맛집은 '신동아23호'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중구청에서 업무추진비를 가장 많이 쓴 곳이죠. 2016년부터 2018년까지 279만8000원이 쓰였습니다. 자갈치시장은 여행객이 맛집 찾기 힘들기로 특히 유명합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어서 외지인에게 '난이도 최상'인 곳이죠. 1회 방문에 10~15만원 정도를 쓴 것으로 추정되니, 가격 흥정 부담 없이 '공무원 업무추진비 기준'으로 이 곳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2위는 '한성각'입니다. 2016~2018년 업무추진비 150만1000원을 썼네요. 중구청 바로 옆에 있어 공무원들이 편하게 갈 수 있습니다. 여행객 방문기나 메뉴 설명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일반적인 중국집입니다. 3위는 업무추진비 130만9000원이 쓰인 용두산공원 인근 '좋은쌀로밥짓고'입니다. 자리가 전부 방으로 되어 있어 간담회 장소로 안성맞춤이겠네요. 한상 가득 반찬이 올라가는 정통 한정식을 2만7000원에 팝니다. 돌솥밥 단품도 1만7000원으로 가격이 좀 나가죠.



좀 더 내려와 서구청 관할을 살펴보면 BIFF거리 인근 맛집이 보입니다. 1위는 부산 지하철 서대신역 인근 소고기집 '우담'입니다. 서구청(자갈치역 인근)과 지하철 2정거장 정도로 거리가 있는 편입니다. 모듬한우가 500g에 7만원, 한우스페셜이 500g에 9만원인 고급 맛집입니다.

'동경초밥'이 304만7420원으로 2위입니다. 동경초밥 역시 서대신역 근처에 있습니다. 스시, 모듬회 등을 파는 평범한 일식집입니다. 3위는 서구청 바로 옆에 위치한 고기집 '고주몽'입니다. 서구청이 남포동, 자갈치시장 인근인 데 비해 횟집은 상위권에 없네요.

서면·영도 등 '세금미식회'
초유의 '선정 불가' 왜?


사실 이번 [세금미식회]에서 분석한 9개 구엔 부산 최대 번화가 서면(부산진구청 인근)이 포함돼 있습니다.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여행지인 영도(영도구 관할)도 포함돼 있죠. 하지만 이 두 곳 '세금 맛집'은 선정할 수 없었습니다.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 지출 식당 등의 이름을 성실히 써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재차 강조하지만, 업무추진비는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정확히 의무 공개해야 하는 사항입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7조 '예산 집행의 내용 등 행정감시를 위하여 필요한 정보'를 정기적으로 공개하라고 명시합니다. 업무추진비가 이에 해당합니다. 실제 모든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은 '사전정보공표' 대상에 업무추진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용처 표기 '제로' 동구
'불과 1%' 영도·부산진·사하구

열심히 표기한 남구, 서구


심지어 동구청은 총 251건, 2억9706만4590원 중 단 한 건도 사용처를 써놓지 않았습니다.



6419건 중 31건(0.48%) 뿐인 영도구, 5561건 중 9건(0.16%) 뿐인 부산진구, 5847건 중 62건(1.06%) 뿐인 사하구도 거의 안 적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수준입니다.

비어 있지만 않으면 있다고 치고 집계한 '관대한' 결과가 이 정도입니다. 써있긴 하지만 불명확한 곳까지 세세히 살펴보면 비중은 더 높아집니다. 종합 '톱20' 맛집들이 대부분 특정 지역에 몰려 있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반면 남구, 서구는 사용처를 꼼꼼히 채워놓았습니다. 남구청은 2014~2019년 총 7552건 중 98%에 이르는 7391건에 사용처가 표기돼 있었습니다. 서구청도 역대 400건 중 384건에 사용처를 표기했죠. 서구청의 경우 전체 건수는 적지만, 업무추진비 내역이 6419건에 이르면서도 사용처 표기는 31건 뿐인 영도구 등에 비하면 훨씬 풍부한 맛집 정보라 할 수 있습니다.

업무추진비 사용처 공개 불과 30%
왜 식당 이름만 지웠나요?



부산 9개 구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3만4084건을 다 합하면 금액은 97억1379만3592원에 이릅니다. 그 중 '간담회'나 '식사'에 쓴 금액은 전체의 60% 수준인 58억8886만2166원 정도입니다. 건수로 따져도 전체 3만4084건 중 2만455건으로 60% 정도입니다. 이 2만455건 중 어디서 사용했는지 적혀 있는 건은 6165건 뿐. 전체 식사 중 30%에 불과합니다.

이번 편에선 역대 [세금미식회] 중 가장 황당한 케이스도 발견했습니다. 9개 구 중 사상구청 '1등 맛집'은 황당하게도 'OO식당'입니다. 그 외에도 'OO횟집'이 5위, 'OO집'이 10위죠. 업무추진비 내역에 적은 사용처를 하나하나 굳이 가리는 '마스킹' 처리를 했습니다.

그것도 업무추진비 사용처 중 유독 식당 이름만 지웠습니다. 사상구 'OO식당', 'OO횟집', 'OO집' 금액만 합해도 2000만원이 넘습니다. 작지 않은 건을 비밀에 부치고 있네요. 먹은 곳을 밝히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 걸까요. 너무 맛있어서인가요.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으신지요.

한국 제2의 도시를 통해 본 업무추진비 공개 현실은 처참합니다. 굳이 써있는 상호명에 일일히 마스킹까지 해 숨긴 정보. 시민은 행정기관을 어떻게 믿고 세금을 내야 할까요. 맛집, 그러지 말고 함께 가시죠, 부산 공무원님들 !.!





# 세금미식회 맛집, 어디서 찾으시나요.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한 번 먹어봤을 뿐인' 이들의 후기를 보며 갸우뚱하고 계신가요. 혹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음식 사진 때깔만 보고 '하트' 누르시나요. 아니면 골목식당이나 수요일마다 나오는 미식회 같은 TV 프로그램 보고 줄 서시나요. 뉴스래빗 세금미식회가 전국 맛집을 찾는 새로운 대안이 되겠습니다. 지역·메뉴·부서별로 업무추진비를 파헤쳐 '공무원이 다시 찾는 맛집'을 쌓아나갑니다.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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