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내년 봄 재개발 '핵폭탄' 터지나

입력 2019-02-18 09:58   수정 2019-02-18 16:40

2012년 2월 전 구역지정된 추진위원회
내년 3월까지 조합설립 못 하면 '일몰'




내년 봄 서울시 내 재개발구역 곳곳에서 시한폭탄이 터질 전망이다. 일몰제 적용으로 정비구역 무더기 해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일몰제란 정비사업이 일정 기간 진행되지 않으면 시·도지사가 이를 직권으로 취소하는 제도다. 이미 박원순 시장 들어 400여 곳에 가까운 정비구역이 해제됐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일몰제로 중장기적으로 주택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개발 ‘핵폭탄’ D-1년

18일 집코노미가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정보 사이트인 클린업시스템을 전수조사한 결과 추진위원회설립~조합설립 단계를 넘었지만 아직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 초기 단계 재개발사업장(도시환경정비사업 포함)이 73곳에 달했다. 추진위 단계에 머문 사업장은 34곳이다. 이 가운데 30곳이 내년 봄 일괄적으로 일몰제를 적용받는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은 일정 기간 사업 진척이 없는 정비구역에 대해서 시·도지사가 직권으로 구역에서 해제할 수 있도록 근거를 두고 있다. 2012년 1월 31일 이전에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승인된 추진위는 2016년 3월 2일부터 2020년 3월까지 4년이 기한이다. 내년 3월까지 조합설립신청을 하지 못하면 구역에서 해제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한강변을 따라 50층 높이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추진 중인 성동구 성수동 성수전략정비구역이다. 2011년 2월 4개 지구가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2지구와 3지구는 아직 조합을 설립하지 못했다. 내년 봄까지 조합을 설립하지 못하면 일몰 대상에 든다.

상전벽해를 거듭 중인 동대문구 청량리역세권의 전농8구역과 12구역 등도 올해가 재개발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시점이 될 전망이다. 이들 구역은 각각 2008년 7월과 2009년 6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아직 조합설립 신청을 하지 못했다. 전농12구역 추진위 관계자는 “동대문구청에서 내년 봄까지 조합 단계에 가지 못하면 사업이 끝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율 75%를 거의 다 채운 만큼 4월 말까지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집값이 급등한 동작구 흑석뉴타운에서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한강을 바로 앞에두고 7구역(아크로리버하임)은 입주를 마쳤지만 1구역은 내년 3월 일몰제를 적용받는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일몰 대상에 들 경우 구역해제 여부를 심의하게 된다”며 “재개발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속도를 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개발 구역에 따라서는 앞으로 1년 안에 추진위에서 조합설립 단계까지 사업을 진행시키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추진위원회 설립은 토지등소유자 과반수(50%) 이상의 동의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조합설립은 토지등소유자 75% 이상의 동의와 토지면적 절반 이상의 토지소유자 동의가 필요하다. 사업장 면적이 크고 토지등소유자의 숫자가 많다면 동의서를 다 걷지 못한 상태에서 시한을 넘길 수 있다.

◆6년 간 361곳 구역 해제

2012년 2월 1일 이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들도 안심할 수는 없다. 이들 구역은 △정비구역 지정 이후 2년 이내 추진위설립을 신청하지 않거나 △추진위 승인 이후 2년 이내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않거나 △조합설립인가 이후 3년 이내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서울시가 구역에서 해제할 수 있다.


일몰이 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심의를 거쳐 구역해제 여부를 가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토지등소유자 30%가 동의하면 일몰제 적용을 최대 2년 연장할 수 있다. 송파구 거여마천뉴타운 마천4구역의 경우 2015년 7월 조합설립 후 3년째인 지난해 여름까지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못해 일몰이 적용됐다. 그러나 주민동의를 얻어 2020년 7월까지 일몰제 적용을 2년 연장했다.

하지만 정반대의 사례도 있다.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 증산4구역은 일몰제 적용을 연기해달라는 소송에서 대법원까지 갔지만 이달 초 최종 패소했다. 이 구역은 2012년 7월 정비구역 지정 이후 2014년 8월 추진위를 승인받았다. 그러나 2년 뒤인 2016년 8월까지 조합을 설립하지 못해 일몰제가 적용됐다. 32%의 주민동의를 얻어 일몰제 연장을 요청했지만 서울시 도계위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송을 진행했지만 결국 진 것이다. 정비구역 지정을 시·도지사의 재량행위로 법원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은 2011년 취임 이후 철거 중심 재개발사업을 지양하면서 정비구역을 대거 해제해왔다. 역사문화 보존을 이유로 직권해제를 결정한 종로구 사직2구역이 대표적이다. ‘뉴타운 출구전략’도 내세웠다. 주민 30%의 동의만 있으면 직권해제할 수 있도록 한시 조례(2016년 3월~2017년 12월)를 만들어 적용했다. 윤영일 민주평화당 의원이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2018년 6년 동안 해제된 정비구역은 361곳에 달했다. 같은 기간 신규지정된 곳은 70곳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이 서울시 내 아파트 수급 불균형을 우려하는 이유다.

◆재추진도 곳곳에 ‘암초’

재개발구역에서 해제되면 주민들이 직접 나서 사업을 재추진해야 한다. 옛 전농9구역(전농동 103)과 금호21구역(금호동3가), 마천2구역(마천동 183) 등이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됐다가 주민 주도로 재개발을 재추진 중인 곳들이다. 그러나 과정이 녹록지는 않다. 주민들이 10% 이상의 동의를 얻어 자체적으로 사전타당성조사를 각 구청에 제안 한 뒤 사전검토 여부가 확정되면 다시 전체 주민 의견조사 등을 거쳐 정비구역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일부 구청은 정비구역 지정 제안 단계에서 아예 조합설립에 필요한 75% 동의를 얻어오라고 주민들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이 표류하는 동안 개발행위제한이 해제돼 신축 빌라 등으로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정비구역으로 재지정되면 이들 건물이 모두 지분 쪼개기(신축 쪼개기)에 해당돼서다. 쪼개기란 재개발구역 안의 단독주택을 허물고 빌라 등을 지어 분양대상자를 늘리는 수법이다. 전농동 R공인 관계자는 “행위제한 해제 이후 20여 채 이상의 빌라가 신축되면서 가구수가 150가구 정도 늘었다”며 “신축 빌라가 자꾸 늘어나면 결과적으로 노후불량건축물 비율을 맞추지 못해 구역지정이 반려되거나 향후 분양대상자 선정 과쟁에서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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