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오픈, 반전드라마 문턱서 멈췄지만…'화끈한 뒷심' 뽐낸 김시우

입력 2019-02-18 18:08   수정 2019-05-19 04:07

제네시스오픈 3위 '기세등등'

최종일 5언더파 '데일리 베스트'
선두와 10타차 열세 뒤집을 뻔
강풍 속 발군의 쇼트게임·퍼팅
올시즌 10개 대회서 '톱5' 두번

홈스, 토머스에 1타차 역전 우승
한 라운드 '이글 두방' 우즈 15위
'양파 깐' 스피스 10오버파 자멸



[ 이관우 기자 ] “쇼트게임과 퍼팅이 편해졌다. 자신감이 붙었다.”

K골퍼 ‘막둥이’ 김시우(24)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시즌 열 번째 대회 만에 두 번 ‘톱5’에 진입했다. 2016년 정규투어 정식 데뷔 이후 최고의 성적. 통산 3승과 메이저 타이틀 수집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김시우 자신도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18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네시스오픈(총상금 740만달러)을 단독 3위로 끝마친 소감이다. 대회에는 타이거 우즈(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조던 스피스, 더스틴 존슨(이상 미국) 등 메이저 챔프 대다수가 출전했다.

타이거 앞에서 ‘데일리 베스트’

김시우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CC(파71·7192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2개를 묶어 5언더파 66타를 기록했다. 5언더파는 이날 경기를 뛴 선수 중 최고의 성적이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2타를 기록한 그는 4년 만에 챔피언에 오른 J B 홈스(미국·14언더파)에게 2타 뒤진 3위에 올랐다. 지난주 치른 AT&T 페블비치프로암(공동 4위)에 이어 2주 연속 톱5에 진입했다. 2016년 데뷔한 그가 2주 연속 톱5에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대회 초반 연속 버디로 선두권에서 플레이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며 “페블비치 톱10 진입 이후 마음도 편해졌다. 그 영향이 이번 주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차세대 황제그룹’의 리더 저스틴 토머스(미국)가 13언더파 2위로 김시우보다 한 계단 위에 자리했다.

대회는 악천후와 일몰 탓에 나흘 내내 지체됐다. 전날 3라운드를 다 끝내지 못해 마지막 날에도 꼭두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36홀을 돈 선수가 많았다. 김시우는 최악의 조건 속에서 치러진 3라운드에서 3타를 덜어낸 뒤 숨 돌릴 겨를도 없이 이어진 4라운드에서 상승세를 탔다. 7언더파 10위로 최종라운드에 들어선 그는 전반 9개 홀에서만 버디 5개, 보기 1개로 4타를 줄이며 선두그룹을 추격했다. 초반 선두였던 토머스와는 10타 차가 나 우승을 염두에 두진 않았다. 그보다는 자신의 플레이를 묵묵히 이어갔다. 후반 들어서도 김시우는 버디 2개, 보기 1개로 1타를 추가로 덜어냈다.

오후 들어 바람이 강해진 탓에 티샷은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흔들렸다. 페어웨이와 그린을 절반 정도 놓쳤다. 위기에 빛을 발한 ‘비장의 무기’가 쇼트게임과 퍼팅이었다.

쇼트게임 지표 눈에 띄게 개선

통산 2승을 수확 중인 김시우는 그동안 그린 주변 쇼트게임이 숙제였다. 첫 승(윈덤챔피언십)을 올린 2016년 20위(62.32%)였던 스크램블 능력은 지난해 118위(57.23%)까지 떨어졌다. 올 시즌엔 67.14%로 7위다. 스크램블은 그린을 놓친 위기 상황에서 파나 버디 등의 좋은 성적을 내는 능력을 말한다. 이번 대회에선 83.33%를 기록해 1위에 올랐다.

퍼팅도 좋아졌다. 우승이 없었던 지난 시즌 -0.168(151위)에 그쳤던 SG퍼팅(퍼팅으로 얻은 이득 타수)이 올 시즌 플러스로 돌아섰고, 이번 대회에선 7.245타로 전체 4위에 올랐다. 제네시스오픈에서만 7타 이상을 퍼팅으로 벌었다는 얘기다. 장활영 프로(SBS골프해설위원)는 “세계 최강들까지 모두 고전한 악조건 속에서 올린 성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김시우는 우승 경쟁을 펼친 홈스와 토머스가 흔들리면서 한때 연장전이나 우승까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기회의 홀이었던 16번홀(파3)과 17번홀(파5)에서 각각 보기, 파에 그치면서 10타 차 열세를 뒤집는 드라마를 쓰진 못했다.

최종합계 14언더파로 신승을 올린 홈스는 2015년 4월 셸 휴스턴오픈 이후 약 3년10개월 만에 투어 통산 5승을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133만2000달러(약 15억원)다. 한때 5타 차까지 벌리며 선두를 질주했던 토머스는 마지막 날에만 4타를 잃고 역전패했다.


‘이글 이글’ 우즈, ‘쿼드러플 보기’ 스피스

우즈는 이날 3라운드 잔여경기 11개 홀과 4라운드 18홀 등 29홀을 연속해서 뛰었다. 그러고도 6언더파 공동 15위라는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3라운드에서는 1번홀(파5)과 11번홀(파5)에서 모두 이글을 잡아 갤러리를 열광하게 했다. 우즈가 한 라운드에서 이글 두 개를 쏘아올린 건 2012년 3월 혼다클래식 이후 약 7년 만이다.

우즈는 마지막 라운드 초반엔 3타를 추가로 덜어내며 한때 10언더파까지 타수를 끌어올렸다. 공동 4위였다. 하지만 바람이 강해진 후반 들어 티샷이 좌우로 흩어지는 등 집중력이 급격히 흔들렸다. 우즈는 “바람이 강했고 피곤했다”고 말했다. 버디 3개 이후 보기만 4개가 쏟아졌다. 우즈는 이날 새벽 2시께 일어나 29홀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머스의 절친이자 ‘차세대 황제그룹’으로 꼽히는 스피스는 ‘섕크(shank)’로 무너졌다. 3라운드까지 9언더파 공동 4위를 달리다 마지막 날에만 10오버파를 쳤다. 버디는 첫 홀(파5)에서 잡은 게 전부였다. 이후 보기 2개, 더블 보기, 트리플 보기, 심지어 쿼드러플 보기까지 내줬다. 2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섕크성으로 오른쪽 언덕 덤불로 들어가면서부터 샷이 갑작스럽게 흔들리더니 퍼트와 벙커샷까지 급전직하했다. 10번홀(파4)에선 벙커에 빠진 티샷을 다섯 번 만에 그린에 올리는 ‘벙커 투 벙커’ 플레이를 했다. 이후 2퍼트로 홀아웃했을 때의 성적은 속칭 ‘양파’인 쿼드러플 보기였다. 순위는 공동 51위까지 떨어졌다.

초청대회에서 본선 진출에 성공해 목표를 이룬 이태희(35)가 6오버파 공동 70위에, 강성훈(32)이 5오버파 공동 64위에 올랐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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