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우정청과 사회적 기업의 만남…소멸 위기 산골마을 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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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2-21 18:58   수정 2019-02-21 19:00

경북우정청과 사회적 기업의 만남…소멸 위기 산골마을 살리다

Cover Story - 경북지방우정청과 경북 사회적 기업

우체국&사회적 생산(PSP) 실험
경북 사회적 기업이 초과 생산한
농산물·생활용품·식자재·식품
집배원들이 사회적 약자에 배달

사회적 기업 "홀몸 어르신 등
어려운 이웃 도울 수 있어 의미"
우체국 "집배원들이 아니면
찾아갈 수 없는 곳에 사랑의 손길"

경북지방우정청의 통큰 지원
우체국 쇼핑몰 입점 확대 등
사회적 기업 성장에 큰 기여



[ 오경묵 기자 ]
경북지방우정청 봉화재산우체국의 김태희 집배원(33)은 하루 최고 135㎞를 다닌다. 배달구역이 산간오지이기 때문이다. 갈산리 합강이라는 곳에 배달을 다녀오려면 오토바이로 10분, 걸어서 1시간 반이 걸린다. 강을 두 번이나 건너야 하는 곳도 있다. 장화를 신어도 바지는 물에 흠뻑 젖는다. 오토바이 바퀴는 석 달에 한 번꼴로 갈아야 한다. 배달업무 중 연료가 떨어져 동료가 연료를 가져다준 일도 있다.

오지 마을 어르신들은 집배원 김씨가 오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집배원을 보는 일이 하루 종일 방문객 한 명 없는 시골 생활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유일한 낙이자 세상과 연결해주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유엔미래보고서 2045는 무인자동차나 드론의 등장으로 사라질 직업 1순위로 집배원과 택배기사를 꼽았다. 하지만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경상북도의 산간이나 농어촌에서는 딴 나라 이야기다.

황중섭 군위의흥우체국 집배원(41)은 의흥면 신덕리와 수북3리 등 400~500가구를 맡고 있다. 시골지역 집배원들은 우편물 배달 외에 택배 업무도 함께한다. 집으로 배달한 공과금 고지서를 받아 읍내 은행에 대신 내주는 심부름은 기본이다. 의흥 장날인 5일과 10일에는 어르신들이 장에서 산 무거운 물건을 우체국에 찾아와 스스럼없이 맡긴다. 황씨가 집까지 물건을 친절하게 배달해준다. 올해로 우체국 근무 11년차인 황씨는 2016년에는 퇴근 후 안동시 서후면 5번 국도에서 전복된 차량에 타고 있던 여성 운전자를 구한 적도 있다. 운전자를 차에서 가까스로 꺼낸 뒤 차는 전소됐다.

농어촌이나 산간지역에서 집배원들의 역할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한국 집배원들의 이런 독특한 업무 특성을 활용해 경북지방우정청과 경북의 사회적 기업들이 착한 생산과 배달에 나섰다. 경북의 사회적 기업이 0.5~1%까지 의도적으로 초과 생산한 농산물과 생활용품, 식자재, 식품을 집배원들이 홀몸 어르신, 결식아동, 다문화가족들에 배달해주는 일을 지난 11일부터 시작했다. ‘우체국과 함께하는 미래의 사회적 생산’이라는 의미를 담아 우체국&사회적 생산(PSP: Post Social Production)으로 부르고 있다. 박철훈 지역과소셜비즈 이사는 “팔고 남은 것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부하기 위해 더 생산하는 사회적 생산”이라고 말했다.

우체국이 파트너가 된 것은 농어촌 지역에서 집배원만큼 구석구석을 잘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홀로 계신 할머니, 부모 잃은 아이, 도움이 절실한 소외계층의 얼굴 빛만 봐도 그들의 사정을 훤히 꿰뚫는 제3의 복지 담당 공무원이다. 적게는 수년, 많게는 20~30년간 매일 마을을 누비며 익힌 사람이 수천 명에 이른다. 집배원은 살아있는 인간 지도이자 시골마을의 유일한 심부름꾼 겸 메신저다. 어느 마을이든 사납기로 유명한 견공들도 집배원의 오토바이 소리를 들으면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사회적 기업인 문경미소 김경란 대표는 “사회적 기업들이 초과 생산을 하지만 추가 생산에 따른 고정비용이 크지 않아 기업에 많은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상학 경북지방우정청장은 “집배원들만이 할 수 있는 일로서 국민에게 서비스한다는 우정사업본부의 존재 이유에도 부합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우체국장을 지낸 이 청장은 “부산의 산복도로에는 번지가 없는 집들이 있는데 어떤 집은 남의 부엌을 지나야만 갈 수 있는 곳도 있다”며 “집배원이 아니면 찾아갈 수 없는 곳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경북 사회적 기업과 경북지방우정청의 협력은 소멸 위기를 맞은 농어촌에 아주 좋은 모델”이라며 “앞으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취임 후 청년 시골파견제, 이웃사촌 복지공동체 등 소멸 위기 농어촌에 청년들이 들어와 마을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는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경북지방우정청은 경상북도와 2009년부터 ‘우체국행복나르미’ 사업을 펴고 있다. 이 사업은 경북지역 1131명의 집배원이 위기상황 신고와 현장 조치, 취약계층의 동향을 파악하고 물품을 지원하는 활동이다. 2015년 이후 최근 4년간 3480건의 활동 실적을 보였다.

경주우체국 우편물류과는 지난해 집배원들이 ‘행복나눔 장바구니’를 배달하는 행복나르미 활동도 펼쳤다.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경주시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추천한 조손 가정, 한부모 가정, 저소득 장애인,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에게 필요한 물품을 구매한 뒤 배달했다. 김기련 경주우체국 집배원은 “짧은 시간이나마 안부도 묻고 말벗이 돼드릴 수 있어 집배원 생활이 즐겁고 보람 있다”고 말했다.

경북지방우정청은 사회적 기업의 성장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경북지방우정청은 소비자들의 신뢰가 높은 우체국 쇼핑몰 입점을 지난해부터 적극 지원하고 있다. 강민정 우편영업과 총괄계장은 “사회적 기업의 제품이 우수하지만 영세한 식품기업이 많아 온라인 쇼핑을 위한 상세 이미지 준비부터 상품 컨설팅 등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우체국 쇼핑몰에 입점한 경북 사회적 기업은 지난해 말 40개로 늘어났다. 올해는 1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경북의 사회적 기업과 경북지방우정청의 새로운 서비스 실험이 소멸 위기를 맞은 농어촌 공동체에 새로운 희망 모델이 되고 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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