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로 소설이 진화한다…카톡처럼 대화하듯, '채팅형 소설'이 뜬다

입력 2019-02-28 17:54  

웹소설보다 더 진화한 형식…삽화 대신 영상으로 묘사하기도
채팅 소통에 익숙한 10대 겨냥…토종 '채티' 가입자만 65만명



[ 김남영 기자 ] 정보기술(IT)이 소설의 형식과 읽는 방법까지 바꿔놓고 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메신저’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채팅 방식을 차용한 소설이 부상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구독하는 이른바 ‘채팅형 소설(chat fiction)’이다.


IT가 바꾸는 소설 쓰기·읽기

채팅형 소설은 등장인물들이 채팅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스토리를 종이책 대신 웹상에서 쓰고 전달하는 웹소설보다 더 ‘진화’한 형식이다. 텍스트뿐만 아니라 비디오, 사운드, 이미지까지 지원한다.

가령 ‘텅 빈 지하실에 나만 있었다. 누군가 말을 걸었다. “일어났네?”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누구세요? 여긴 어디예요?”’로 스토리가 전개된다고 하자.

채팅형 소설에서는 빈 지하실 이미지가 화면에 나타나고, 화면을 터치할 때마다 대사가 채팅 말풍선 안에 담겨서 차례로 올라온다. 인물의 ‘프로필 사진’도 있다.

텍스트는 짧고, 묘사는 이미지로 대체한다. 살인하는 장면에 피가 튀는 효과가 들어가는 식이다. 독자들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 위해 스마트폰 화면을 계속 터치해야 해 게임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채팅형 소설은 2015년부터 등장했다. 미국의 얀(Yarn), 훅트(Hooked), 탭(Tap), 클리프행어(Cliffhanger) 등이 채팅형 소설 앱(응용프로그램)이다. 이들은 이용자들의 정기구독으로 수익을 낸다. 구독자들이 앱을 내려받는 것은 무료지만 1주, 1개월, 1년 단위로 결제를 해야 한다. 요금은 2.99달러(약 3400원)부터 39.99달러(약 4만5000원)까지다.

아마존도 출시해 주목받아

채팅형 소설 시장의 성장 잠재성이 커지면서 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얀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맘모스미디어는 지난해 1300만달러(약 145억원)를 투자받았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2016년 11월 채팅형 소설 앱인 아마존 래피즈(Amazon rapids)를 내놨다. 래피즈는 월 구독료가 2.99달러였으나 지난해 무료화했다. 아마존은 인공지능(AI) 음성비서 알렉사를 통해서도 래피즈 콘텐츠를 제공한다.

한국에서는 스타트업 아이네블루메가 운영하고 있는 채팅형 소설 앱 ‘채티’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5월 출시된 채티는 6개월 만에 앱 다운로드 50만 건을 기록했고, 누적 가입자 수가 65만 명에 달한다. 최근엔 25억원을 투자받았다.

채티는 PC와 모바일에서 누구나 쉽게 채팅형 소설을 창작할 수 있는 편집툴도 서비스하고 있다. 창작된 소설은 편집툴 기술에 기반해 채팅 방식으로 구독자에게 표출된다. 일반인 도전 코너에 하루 최대 1000개까지 콘텐츠가 게재되고 있다. 올라온 누적 소설 수는 15만 편이다.

10대 중심으로 독자 형성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얀, 훅드 등 채팅형 소설 앱이 미국 1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채팅으로 의사소통을 해온 젊은이들에게 채팅 형식 소설이 더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채팅형 소설이 텍스트와 영상을 조합하는 형식이어서 영상에 익숙한 10대들이 선호한다는 분석도 있다.

김해원 이화여대 인문예술미디어융합전공 교수는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을 가미해 생동감과 몰입감을 높인 채팅형은 ‘영상화된 소설’로 웹소설의 진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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