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다 신타로 "중고거래 아마존 될 것…세계시장 진출"

입력 2019-03-07 16:40  

Global CEO & Issue focus

야마다 신타로 日 '중고거래 앱' 메루카리 회장
인도 여행중 '벼룩시장'서 아이디어…휴지심부터 다이아몬드까지 거래



[ 김형규 기자 ]
헌 옷, 가전제품, 자동차, 다이아몬드, 휴지심, 도토리, 야구장 흙…. 이 제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눈을 씻고 봐도 비슷한 점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이 제품들의 공통점은 일본 중고거래 플랫폼인 메루카리에서 모두 거래되고 있다는 점이다.

메루카리는 간편하고 빠른 중고거래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창업 5년 만에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앱 다운로드가 1억 건을 돌파했다. 최근에는 인도 출신 대졸자를 대거 채용하며 아마존과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과 경쟁하겠다는 파격적인 목표를 발표했다. 창업자인 야마다 신타로 회장은 ‘중고거래의 아마존’을 목표로 일본을 넘어 세계 이용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해가고 있다.

틈새시장 공략

야마다 회장이 메루카리를 창업한 2013년 일본에선 라쿠텐, 아마존재팬이 전자상거래 시장을 꽉 잡고 있었다. 품목별 전문 전자상거래 업체들도 속속 등장해 시장은 포화상태였다. 야마다 회장은 중고거래라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틈새를 찾아내 메루카리를 창업했다. 메루카리는 라틴어로 ‘거래하다’를 뜻한다.

야마다 회장은 이용 방법을 간소화해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판매자는 제품 사진을 찍어 스마트폰 앱에 가격을 정해 올리면 된다. 구매자는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원하는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메루카리가 거래 안전성을 보장하니 이용자로선 사기당할 위험도 없다. 주부들을 중심으로 명성을 얻은 메루카리는 일본인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야마다 회장이 처음부터 성공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다. 20대부터 시도했던 다양한 창업에서 실패한 뒤에야 메루카리 성공신화를 쓸 수 있었다. 9개월간 세계 여행을 떠났던 그는 여행 도중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인도와 캄보디아 등을 여행하면서 그는 문득 ‘벼룩시장에서 팔리는 불용품(쓰지 않는 물건)을 스마트폰으로 거래하게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야마다 회장은 “신흥국에도 스마트폰 보급이 늘 것으로 봤고 세계를 대상으로 한 중고거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담한 창업으로 성공한 야마다 회장은 ‘대담해지라(Go bold)’를 기업 문화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당돌하고 무모한 도전을 거듭하라는 주문이다. 야마다 회장은 NHK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가지 기획안 중 가장 무모하고 당돌해보이는 것을 선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획이 실패해 회사가 손해 보더라도 이는 자산으로 남을 것”이라며 “무모한 도전으로 사고 친 직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불용품의 경제학

메루카리에서 거래되는 물건은 다양하다. 헌 옷, 가전제품 등 일반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중고품부터 자동차, 315만엔어치 다이아몬드까지 종류가 무척이나 다양하다. 두루마리 휴지를 다 쓰면 남는 종이심도 판매된다.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둔 부모가 학교 미술품 준비물로 이를 구매한다. 심지어 산에서 주워온 도토리, 야구장의 흙 등도 거래된다.

메루카리는 이 불용품들에 가치를 부여해 부가가치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이들 불용품 가치는 약 7조6254억엔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국내총생산(GDP)의 1.3~1.5%에 달하는 시장에 메루카리가 숨을 불어넣고 있다.

메루카리는 단순 중고거래를 매개하는 것을 넘어 서비스산업에 긍정적인 효과도 만들어내고 있다. ‘메루카리노믹스’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다. 게이오대는 메루카리 거래의 경제 파급 효과가 서비스산업에 최대 752억엔 규모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중고 상품 발송을 위해 편의점과 우체국 이용이 늘어나고 포장을 위한 자재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중고품을 고칠 수 있는 가전 수리점과 의류점, 액세서리점의 매출도 덩달아 늘었다.

물론 중고 시장 활성화가 신제품 판매를 줄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소비자가 경쟁력 있는 상품을 중고 거래를 통해 한 번 이용하면 다음에 같은 브랜드의 신제품을 사는 효과가 있다는 게 메루카리의 분석이다.

메루카리는 문자 그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설립 4년 차인 2016년 3월 메루카리는 당시 일본의 유일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떠올랐다. 출시 4년 만에 앱 다운로드 수는 1억 건을 넘어섰다. 지난해 1~11월 기준 처음으로 거래액이 1조엔을 돌파했다.

지난해 6월에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상장 이후 한때 시가총액이 7000억엔(약 7조원)으로 불어나 일본 맥도날드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서기도 했다. 12월에는 일본 대표 기업들이 모인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에도 가입했다. 게이단렌에는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 분야의 대기업 회원사가 많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신입사원 절반 외국인 채용

야마다 회장은 “중고거래의 아마존이 되겠다”며 “일본 고객이 내놓은 상품을 아프리카와 남미 소비자가 사는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메루카리는 회사 창립 1년여 만에 미국 시장에 진출한 뒤 계속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앱 다운로드 수는 3500만 건 이상으로 늘었다.

메루카리는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해 10월 신입사원 100명 중 절반에 가까운 44명을 외국인으로 뽑았다. 대학 졸업생이 대다수인 이들은 일본에서 일하는 게 처음인 경우가 많고, 일본어를 아예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일본 기업으로서는 파격적인 행보다. 야마다 회장은 “일본 직원만으로는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없다”며 “일본어를 못해도 입사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만들었다”고 했다. 인도를 대표하는 인도공과대학(IIT)에서 소프트웨어 경연 대회 등을 열어 채용한 인도인이 32명이나 된다.

다만 유럽 시장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영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 만인 지난해 12월 자회사 메루카리유럽을 청산했다. 지난 3년간 43만엔의 매출밖에 올리지 못해서다. 영국 등 유럽에서는 동네 벼룩시장이나 교회 등에서 개인 간 오프라인 매매 또는 물물교환이 오랜 문화로 자리잡은 영향이 컸다.

야마다 회장은 “단순 중고거래 앱이 아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 IT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QR코드를 이용한 메루페이를 만들고 인공지능(AI) 기술도 도입했다. 소비자들의 거래를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제품 사진을 올리면 AI가 이미지를 인식해 품명과 금액 등을 자동으로 표기하는 것이다.

메루페이를 통해서는 소비자의 구매 정보를 파악해 구매한 지 오래된 품목이 있으면 자동으로 추천해주거나 계절 변화에 따라 필요한 제품을 먼저 제시하고 있다. 증강현실(AR)을 이용해 제품을 면밀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소비자가 메루카리 앱을 여는 동시에 원하는 상품을 띄워 검색하지 않아도 되는 기술이 목표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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