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날 불붙은 '낙태죄' 찬반 논쟁…"태아생명 경시 우려" vs "여성 자기결정권 제한"

입력 2019-03-08 16:15  

내달 위헌심사


[ 정의진/신연수 기자 ]
유엔 지정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낙태죄 폐지 찬반 집회가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렸다. 헌재가 4월 중 낙태 여성과 시술 의료인을 처벌하는 현행법에 대한 위헌 여부를 선고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찬반 단체가 각각 압박에 나섰다. “태아의 생명은 언제나 소중하다”는 주장과 “낙태를 금지하는 현행법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제약하고 있다”는 반박 사이에서 사회적 논의가 다시 가열될 조짐이다. 법조계에선 ‘위헌’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낙태 살인행위” vs “여성 인권 존중을”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 등 41개 시민단체는 이날 서울 헌법재판소 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는 살인행위”라며 “낙태죄를 처벌하는 현행 법률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의 박경미 공동대표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이유로 태아 인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건 야만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곧이어 같은 장소에서 낙태죄 폐지 찬성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낙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1항과 낙태 시술 의료인을 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1항에 대해 헌재가 위헌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의 문설희 대표는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고유한 권리”라며 “임신 상태를 유지할지 중단할지 판단은 여성이 아닌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헌재는 2012년에 한 차례 낙태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재판관 8명의 의견은 4 대 4로 갈려 양측이 팽팽했으나 위헌 정족수인 6명에 못 미쳐 결국 합헌으로 결정됐다. 합헌 의견을 밝힌 재판관들은 임신부의 자기결정권보다 태아의 생명권에 무게를 뒀다. 김종대·민형기·박한철·이정미 당시 재판관들은 “태아는 성장 상태와 관계없이 생명권의 주체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며 “만약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낙태가 만연해져 인간 생명에 대한 경시풍조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강국·이동흡·목영준·송두환 재판관 등은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은 해외 입양, 영아 유기 등 우리 사회 전체에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선 형사처벌보다 성교육이나 피임 교육 등이 더 실효성 있는 수단”이라고 반박했다.

외국은 임신 12~14주까지 허용

법조계에선 7년 만에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6기 재판부에 진보 성향 재판관이 대거 입성해서다. 유남석 소장을 비롯 이은애·이영진 재판관은 임명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낙태 허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진행한 공개변론에서 여성가족부 등도 위헌 의견을 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달 중 헌재에 낙태죄 형사처벌을 반대하는 내용의 공식 의견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이르면 다음달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해당 조항에 수정을 권고하는 ‘헌법불합치’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 낙태 허용 시기를 언제까지로 할지를 두고 국회와 여성계 등의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대다수 선진국은 임신 초기인 12~14주까지는 임신부의 요청에 따라 사유를 묻지 않고 낙태를 허용한다.

정의진/신연수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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