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그리운 내 고향의 봄

입력 2019-03-10 17:38   수정 2019-03-11 09:12

이기우 < 인천재능대 총장 gwlee@jeiu.ac.kr >


고향. 말만 들어도 아련한 향수가 묻어나는 곳이다. 우수(雨水)가 겹친 정월 대보름날, 그리운 고향을 만났다. 거제에 봄은 왔건만, 양광(陽光)은 먼 듯 바람이 찼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타향에서 오래 살아봐야 실감이 난다. 사실 애타게 가고 싶어도 막상 가기 힘든 곳이 고향이다. 얼었던 대동강도 풀린다는 우수가 겹친 정월 대보름에 고향 방문은 감회가 새롭다. 경남 거제시 상문동에서 주최하는 ‘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에 초청됐다. 마침 부산에 행사가 있어 일정을 마치고 거제로 향했다. 차창 너머로 다가오는가 싶더니 속절없이 멀어지는 부산 신항만의 위용이 놀라웠다.

상념에 젖는 사이, 차는 어느새 가덕도를 횡단하고 있다. 남해바다는 푸르다 못해 시리다. 바다를 압도하는 거가대교가 반겼다. 재경향인회 회장 자격으로 대교 준공식에 참석한 때가 엊그제 같은데 바다 밑에 놓인 침매(沈埋)터널을 지난다니 감개무량하다. 바다 밑을 달린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저도가 눈 아래 아름답게 전개된다.

바다는 언제나 마음의 고향이다. 파도 속에 청운의 꿈을 키우던 때가 있었다. 추억은 어느새 진한 그리움으로 변하고 고향을 앞두고 마음이 더욱 설?다. 만물이 소생하는 희망찬 초봄이 아닌가. 화향에 취한 채 꽃길을 달리다 보니 동백꽃과 매화가 자태를 자랑한다. 삼동(三冬)을 이기고 피어난 동백꽃과 매화는 어떻게 추위를 이겨냈을까. 계절의 전령사가 이렇게 빠르니 거제는 축복받은 땅임에 틀림없다.

6·25전쟁 당시 포로수용소에서 조선경기 호황으로 상전벽해를 이룬 상문동은 달집을 태우는 현장이다. 생솔가지 화목(火木)에 불이 붙어 힘차게 타오른다. 나는 액운과 소원을 적은 소원지를 접어서 활활 타는 달집 속에 던졌다. “액운이여 날아가고 소원이여 오라!” 체증이 사라지듯 가슴 속이 후련했다. 보낼 것은 보내고 알릴 것은 알린 홀가분함이다. 나는 기원했다. “따뜻한 기운이 고향을 감싸게 하소서. 다시 이곳에 올 때는 따뜻한 봄날이기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고향에 봄은 왔는데 아직 춥다. 조선업 불황으로 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있다. 봄은 왔건만 아직 추운 고향에 춘풍이 불기를 학수고대한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런가. 무의식 속에 잠재된 귀소본능이 꿈틀거린다. 대륙의 기가 모여 상승하는 포구에 닻을 내리는 꿈이다. 불야성을 이룬 항구가 보인다. 고향에 봄이 빨리 찾아와 주름살 펴진 얼굴에 웃음꽃이 필 날을 소망한다. 그렇다. 나는 고향을 사랑한다. 고향에 ‘진정한 봄’이 오는 꿈을 꾸며 귀향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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