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이슬람 사원·동대문 실크로드…낯선 서울을 마주하다

입력 2019-03-17 14:52  

여행의 향기

서울관광재단과 함께 하는 숨겨진 서울이야기 (10)·끝

도심 속 이국적인 거리



세계적인 도시 서울에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더불어 살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만 27만 명이 넘는다.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이어가며 살고 있는 주한 외국인들의 모습은 이채롭다. 지역의 특색이 물씬 풍기는 거리를 여행하다 보면 마치 세계여행을 떠난 듯한 즐거운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각 나라의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번 주말 서울 도심 한복판의 주한 외국인 거리를 찾아 이국의 향취를 맛보는 것은 어떨까?

무슬림의 정취 이슬람 서울중앙성원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우사단길 언덕을 오르면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사원이 나온다. 1960~1970년대 당시 중동지역의 석유 가격이 치솟고,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중동 건설업 현장에 뛰어들면서 이슬람권 국가들과 수교를 맺었다. 이슬람 서울중앙성원은 이슬람교를 믿는 국가들과 우호 증진을 위해 1971년 한국에 세워진 최초의 이슬람 사원이다. 이태원 언덕에 우뚝 솟은 이슬람 사원은 돔 모양의 지붕과 아라비아 문양이 아름다운 아라베스크 양식으로 지어졌다. 푸른 문양의 타일과 하얀 외벽이 조화를 이뤄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긴다. 사원 예배당에서는 매일 오전 6~11시까지 기도식이 열리며 사원 2층 남자예배실과 3층 여자예배실에서 하루 다섯 번 예배를 본다.

사원 입구에 들어서니 ‘예배를 드리는 경건한 장소이므로 짧은 치마와 바지, 민소매 셔츠, 비치는 옷을 금지한다’는 한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이슬람 문화가 사원에서의 옷차림을 중시하는 만큼 방문할 때 주의해야 한다.

사원 곳곳에선 낯선 아랍어가 들려온다. ‘지금 서 있는 이곳이 서울 한가운데인가’ 하고 의심이 들 정도다. 예배당 앞 계단에 서면 오래된 주택과 높은 빌딩이 공존하는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사원을 나와 이태원역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터키, 이집트, 파키스탄 등 이슬람계 음식점이 늘어서 있다. 주로 할랄음식점이 많다. 요즘 할랄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한국인도 즐겨찾는 명소가 됐다.

서울에서 만나는 베트남 퀴논길 테마거리

퀴논은 베트남 동부해안의 아름다운 휴양도시다. 용산구는 베트남 퀴논시와 자매 결연 20주년을 기념해 2016년 10월, 이태원에 퀴논시 골목을 옮겨놓은 듯한 ‘베트남 퀴논길 테마거리’를 조성했다. 이태원에 베트남 퀴논거리가 들어선 이유는 베트남 전쟁 당시 퀴논에 우리나라 맹호부대가 주둔했기 때문이다. 맹호부대가 용산구에 본부를 뒀던 것에 착안해 1996년부터 용산구와 퀴논시가 교류를 시작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였던 퀴논과 용산구는 전쟁의 아픔을 치유하고자 화해의 의미를 담아 이태원에는 퀴논거리, 퀴논에는 용산거리를 만들었다.


베트남 퀴논길 테마거리는 베트남 풍경이 그려진 벽화로 단장했다. 오래된 주택의 골목 담장에는 베트남 농촌 풍경이 펼쳐지고, 베트남 전통모자 논(non)을 쓴 여인이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벽화그림은 베트남 출신 이주민들이 그렸다. 퀴논거리의 돌바닥에는 베트남 국화인 연꽃이 그려져 있다. 거리 한복판에 마련된 퀴논 정원에는 논(non)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서 있다. 곳곳에 있는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면 베트남 문화를 물씬 느낄 수 있다. 퀴논거리는 베트남 음식을 맛보려는 관광객들로 늘 붐빈다.

‘동대문 실크로드’ 중앙아시아 거리

중구 광희동에는 ‘동대문 실크로드’라 불리는 중앙아시아 거리가 있다. 1990년대 초, 우리나라와 러시아가 수교를 맺으면서 동대문 시장에 물건을 사러 온 러시아 상인들이 이 일대로 모여들었다. 그 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몽골 등 중앙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이곳에 터를 잡았다. 동대문 시장의 뒷골목, 광희동은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생활을 위한 무역회사 음식점 식료품점 등이 문을 열었고, 중앙아시아 거리로 변모했다.

거리에는 뜻을 알 수 없는 키릴 문자가 적힌 낯선 간판이 줄지어 있다. 그래서 골목은 더 이국적인 냄새가 난다. ‘사마리칸트’(사마르칸트)라는 간판의 우즈베키스탄 음식점이 많은데, 사마르칸트는 우즈베키스탄 중동부에 있는 교역과 학문의 중심도시였다. 음식점 앞에서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현지인이 진흙으로 만든 화덕에서 우즈베키스탄 전통빵을 직접 굽고 있다. 화덕에서 구워지는 빵을 신기한 듯 바라보니 마치 우리가 이방인인 듯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주인이 친절하게 맞이한다.

러시아 생필품 마켓에서는 청어통조림, ‘케피르’라 불리는 고등어, ‘깔바싸’라는 소시지 같은 가공식품과 보드카를 판매한다. 러시아 전통인형으로 꾸며진 가게는 실제 러시아의 어느 마켓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키릴 문자가 함께 쓰인 한식당도 많이 있지만 이 거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는 우즈베키스탄 양고기 꼬치와 바비큐, 중앙아시아의 국수, 몽골식 양고기 요리인 호르호그 같은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것이다. 골목의 오래된 한옥과 고향에 대한 향수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화덕이 어우러진 풍경이 이색적이다.

히말라야의 신비 네팔 음식 거리

동대문역 3번 출구로 나와 창신동 골목시장으로 들어서면 그 옆길에 네팔 음식점이 늘어서 있다. 봉제 공장이 많은 창신동에서 외국인 이주자들이 봉제 일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특히 네팔인 이주노동자를 위해 문을 연 식당들이 많은 이곳을 ‘동대문 네팔 음식 거리’라고 부른다. ‘네팔거리’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지만 동대문 일대는 네팔 사람들에게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서울 한복판 오래된 골목에 세계의 지붕, 네팔의 히말라야 산맥이 펼쳐진다. 좁은 골목에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같은 장대한 산맥의 이름이 걸려 있다. 에베레스트는 우리나라 네팔 음식점의 원조다. 인도 커리의 원조인 네팔식 커리가 맛있다. 탄두리 치킨과 네팔 전통음식을 파는 이곳은 동대문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일이 없는 주말이면 네팔인들이 동대문 네팔 음식 거리로 삼삼오오 모여든다. 거리는 열심히 일한 네팔인들이 여가를 즐기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쉼터 같은 곳이다. 네팔 음식점에서는 네팔인들의 결혼식이 열리기도 한다. 좁은 골목에는 식료품이나 과자, 향신료 같은 소박한 네팔 물건을 판매하는 잡화점도 있다. 골목 담장에는 이주노동자를 위한 네팔 연예인 공연 포스터도 붙어 있다. 네팔 음식 거리의 작은 음식점마다 네팔음악이 흘러나오고, 네팔 민속 공예품들이 장식돼 있다. 그들이 믿는 힌두교의 여러 신도 모셔 놓았다. 작은 공간에서 네팔의 풍경이 그대로 전해진다. 네팔 음식거리를 빠져나오면 서민들의 소박한 삶이 담긴 창신시장과 이어진다.

글·사진=이솔 여행작가 leesoltou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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