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눈이 부시게' 남주혁에 대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

입력 2019-03-20 08:37   수정 2019-03-20 10:52

'눈이부시게' 준하 役 남주혁 인터뷰
"김혜자 선생님과 연기, 아직도 꿈 같아"
"연기력 호평, 아직 쑥스러워"
"가볍지 않은 연기자 되기 위해 한 계단 밟는 중"



배우 남주혁의 연기 커리어는 JTBC '눈이 부시게'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모델 출신 배우'라는 지겨운 꼬리표를 뗐다.

남주혁은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혼자만의 힘으로는 만들어 갈 수 없었다. 김석윤 감독님과 김혜자, 한지민 선배 등 든든한 존재들이 있었다. 제가 잘해서 이룬 건 하나도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연기력이 급격히 성장했다는 평가에 대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그런 칭찬을 즐길 수 있는 성격이면 좋은데, 항상 쑥스럽다.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칭찬을 받아야 한다면 감독님과, 다른 배우 선배님들이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자연스러운 연기로 질타를 받던 순간은 마치 오래전 일 같다. 남주혁은 "그런 지적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연기자는 쉬운 직업이 아니다. 댓글을 최대한 안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당시엔 연기뿐 아니라 제가 아는 모든 것에 있어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지금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눈이 부시게' 연출을 맡은 김석윤 감독은 그래서 남주혁에게 '은인' 같은 존재다. 그는 "좋은 선배님과 감독님을 잘 만나서 이런 이야기도 듣고 있는 듯 하다. 감독님은 배우를 배려해 주시고 연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남주혁이 연기한 준하는 훤칠한 외모와 강직한 성품을 가졌지만 알코올 중독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지닌 기자지망생. 후반부에선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혜자(김혜자)의 주치의로 등장했고, 이내 젊은 혜자(한지민)의 연인 준하의 모습을 연기해 여심을 저격했다.

그는 준하의 상처, 우울, 슬픔, 분노 그리고 기쁨까지 온전히 소화해내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몰입감을 줬다. 남주혁은 "준하는 안타까운 아이다. 감정이 바닥까지 간다. 이런 역할을 언젠가 한번은 해보고 싶다고 소망했었지만 연기를 하며 너무 힘들기도 했다"고 밝혔다.


준하와 남주혁은 많은 면에서 닮아 있다. 그는 "연기를 하며 제가 인생을 살아가며 느낀 것들, 많지는 않지만 그 속에서 비슷한 것이 있으면 캐릭터를 위해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과거 많은 경험을 한 것이 네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하는 선배님들도 많았다. 그런 경험들을 캐릭터에 대입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남주혁은 '눈이 부시게'에서 연기를 하려 애쓰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예전 작품에서 슬픔, 분노와 같은 감정을 카메라에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살면서 나와 다른 이들을 돌아봤을 때 화가 나도 티를 안 내는 사람이 있고, 너무 슬픈데도 울지 않고 나가서 우는 사람도 있다. 제가 스스로 보여줘야 겠다는 생각에 한정지어 연기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눈이 부시게'의 준하라면 감정을 숨기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안타까운 친구일 수록 자기 감정을 얘기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냥 서있어도 서있는게 아니다. 가만히 있어도 뭔가 쳐져 있어 보여야 했다. 될 수 있도록 (연기를) 안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을 통해 남주혁은 주연 배우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상처 입은 감정선을 풀어내 여심을 자극하기도 했고, 대선배인 김혜자, 한지민과의 호흡도 안정적이었다.

남주혁은 "매 순간 촬영장을 떠나고 싶지 않을 만큼 행복했다. 주눅 들거나 그런 순간도 없을 정도다. 모든 선배들이 다 너무 잘 해 주셨다. 항상 웃으면서 연기에 대해 고민하고, 칭찬 많이 해주시고 정말 이야기 많이 하고, 그래서 혜자 선생님 옆에 자주 있었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한지민과 남주혁의 로맨스로 시작해 알츠하이머를 앓는 노년 김혜자의 이야기로 마무리 짓는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

남주혁은 함께 살고 있는 할머니의 반응을 전했다. 그는 "중학교때 집에서 티비를 보다가 할머니께서 '주혁이도 저런데 나왔으면 좋겠다'고 한적이 있다. 당시엔 연예인에 대한 꿈이 없었고 농구 열심히 하고 있는 학생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땐 농구선수가 되면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연기를 하고 있을거라는 생각을 한적이 없다. '눈이 부시게'를 같이 보는데, 꿈을 이뤄드린 것 같아서 뿌듯하고 좋았다. 할머니가 원래 일찍 주무시는데 늦은 시간까지 함께 드라마를 보고 있는게 행복했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모델 출신 남주혁은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2014)라는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잉여공주'로 데뷔했고, 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 '치즈인더트랩',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에 출연해 주조연급으로 대중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그가 주연으로 발돋움 한 것은 '역도요정 김복주'와 tvN '하백의 신부 2017', 그리고 영화 '안시성'을 통해서다. 이로써 남주혁은 2018 청룡영화상 신인 남우상, 제10회 올해의 영화상 신인남우상을 거머쥐며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남주혁은 "21살 때 연기자의 꿈을 처음 꿨다. 그땐 참 내가 잘 될수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10년이라는 목표를 세웠고, 30살이 됐을 때 남주혁은 어떤 배우가 되어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 목표는 시청자와 같이 울고 웃을 수 배우가 되고 싶다"면서 "당장 내일 그렇게 잘 될 수 있는 보장은 없지만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한 계단씩 밟고 올라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10개의 계단이 있다면 지금 다섯 번째 계단쯤 밟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남주혁은 "제가 공감을 하고 시청자에 공감을 줄 수 있는 캐릭터라면 역할에 상관 없이 어느 작품이든 하고 싶다"면서 "거친 역할 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도전해 많은 사람에게 좋은 피드백을 듣는 것도 꿈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목표와 꿈이 뚜렷한 것이 제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게는 자신의 연기를 평가하고 매일 해야 할 일을 적어둔 '체크 리스트'가 있다. 그 수첩 속엔 어떤 일들을 적어놓냐고 묻자 남주혁은 "이번 작품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앞으로 배우 활동을 하려면 가져야 하는 일들을 적어놨다. 예를 들면 발성 연습 같은. 밥 먹듯이 해야 할 것들이다"라고 밝혔다.

연기 호흡을 맞춘 김혜자의 한 마디는 남주혁의 마음 속 깊이 새겨져 있다. 그는 "선생님께서 지금처럼만 성실하게 초심 잃지 말고 멋진 배우가 되라고 얘기해주셨다"라며 "저에게 함께 연기했던 그 순간이 아직도 꿈 같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남주혁이 출연한 '눈이 부시게'는 JTBC 월화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지난 19일 방송된 최종회는 전국 기준 9.7%, 수도권 기준 12.1%(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며 지상파를 포함한 동시간대 1위를 지켰다.

마지막까지 차원이 다른 감성으로 가슴을 울렸다.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과 당연하게 누렸던 것들의 소중함을 일깨운 ‘눈이 부시게’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따듯한 위로를 전했다. 알츠하이머 혜자를 통해 바라본 ‘시간’과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는 마음속에 깊게 남았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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