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이 '농심'을 광고하고 '오뚜기'를 소환한 까닭

입력 2019-03-20 18:01  




(김보라 생활경제부 기자) ‘신나면 건면’ 출시로 대한민국 라면 시장이 기름에 튀기지 않은 생라면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제 오뚝이가 함께 하실 차례입니다. “웰컴! ‘신나면 건면’”

-국가대표 생라면 풀무원 ‘생면식감’으로부터.

서울 시내 버스정류장마다 지난 주부터 이상한 광고판이 등장했습니다. 풀무원의 로고가 박힌 광고판인데 오뚝이 인형이 서 있고, 그 안에는 농심의 올해 신제품 ‘신라면 건면’이 등장합니다. 마지막 문구는 풀무원이 생라면의 국가대표라는 자신감까지. 식품업계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비교 광고’ 입니다.

풀무원은 지난 12일부터 내달 13일까지 약 1개월에 걸쳐 서울 버스 정류장 53곳에 광고판을 설치하고, 이외 지역에도 현수막 40개를 내걸기로 했습니다. 현수막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서울대 등 대학가와 도심 일부 지역에 내걸었습니다. 그 동안 ‘착한 먹거리’ ‘바른 먹거리’ 등의 반듯한 이미지의 광고만 하던 식품업계의 모범생 풀무원은 왜 이런 도발을 했을까요.

풀무원은 라면 시장의 후발주자 입니다. 2011년 시작했지요. 농심, 오뚜기, 삼양라면 등의 강자들이 1970~80년대에 라면 사업을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신입생이나 다름없지요. 게다가 두부, 콩나물 등 신선식품과 몸에 좋은 먹거리를 파는 기업이미지 때문에 라면 시장에 뛰어드는 것 자체에 사내에서도 이견이 많았다고 합니다.

기존의 튀긴 라면보다는 건강을 좀 더 생각한 ‘튀기지 않은 건면’만을 만드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지요. 초반에 고전하던 풀무원의 ‘자연은 맛있다’ 건면 라면은 2016년 갑자기 대박 상품 대열에 오릅니다. 풀무원이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만 해도 그 규모가 300~400억원대였는데 지금은 약 1400억원대로 커졌습니다.

풀무원 이전에도 농심 등이 건면 시장에 뛰어 들었지만 사람들은 외면했습니다. “굳이 라면을 먹는데 건강까지 생각해야 되느냐”는 반발이 컸던 것이지요. 하지만 아이를 둔 주부, 20~30대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 소비자들의 지지를 얻으며 건면 시장은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풀무원이 주도해온 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풀무원은 라면 브랜드 이름을 ‘생면식감’으로 바꾸고 돈코츠라멘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왔습니다.

올해 초 농심이 간판 브랜드 ‘신라면’을 ‘신라면 건면’으로 만들어 내놓은 후 풀무원 내부는 뒤숭숭해졌습니다. ‘우리가 다 키워놓은 시장을 1등이 새로 들어와 빼앗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습니다. 실제 신라면 건면은 1개월 만에 800만 개가 팔리며 라면 시장에 작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요.

광고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원래 최초 광고 시안은 ‘신나면 건면’이라는 중의적 표현은 없었습니다. 대신 매울 ‘신(辛)’자 대신 ‘신(新)’을 시용해 ‘新라면 건면’이라는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새로운 개념의 라면이 출시됐다는 의미를 담았지요. 하지만 라면의 주요 소비층인 10~20대가 한자에 덜 익숙하고, 광고 내용을 좀 더 직관적으로 바꾸자는 의견이 낙찰됐다고 합니다. 신라면 건면의 실제 광고 카피도 영화배우 하정우가 나와 “신나면 신라면 하자고요”라고 말하는 것도 패러디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 광고에는 오뚜기도 소환됐습니다. 건면 시장에서 ‘컵누들’로 연간 300억원대 매출을 내고 있는 업계 2위이죠. 라면업계 1,2위를 모두 광고에 집어넣은 풀무원의 ‘배짱’. 농심은 “시장을 함께 넓혀갈 수 있어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권오성 풀무원식품 생면식감 사업부 매니저는 “실무자 입장에서는 그 동안의 풀무원 이미지와 다른 광고라 부담이 컸고, 내부 반대 의견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경쟁사 비방이 아니라 건면 시장을 함께 키워나가자는 선의의 목적이었기 때문에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풀무원은 이번 광고로 ‘건면의 원조는 풀무원’이라는 브랜드 전략을 확실히 알리는 데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어그로(관심을 끄는 사람이라는 뜻의 게임 용어)광고 재미있다”, “풀무원 생면 부심을 확인했다”, “오뚜기가 나설 차례다”는 등의 다양한 댓글이 달리고 있습니다.

여담 하나. 서울 대치동 오뚜기 본사 사옥 앞 버스정류장에도 이 광고가 가장 먼저 붙었다고 합니다. 이를 본 오뚜기 직원들은 “농심인 줄 알았는데 풀무원 광고다”면서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고 합니다. 풀무원의 소환에 오뚜기는 어떤 응답을 할 지 기대됩니다. (끝)/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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