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후분양제는 소비자에게 이로운가?

입력 2019-03-27 17:20  

실물 볼 수 있지만 분양가 부담은 커져
전면 도입이 절대선인지는 생각해 봐야

이정선 건설부동산부 차장



[ 이정선 기자 ] 재건축을 통해 서울 응암동에 들어선 ‘백련산 파크자이’는 드물게 선분양과 후분양을 모두 적용한 단지다. 조합은 전체 678가구 중 조합원분을 제외한 일반분양분 292가구에 대해 2016년 6월 입주자를 모집했다. 이후 조합 사정으로 남겨뒀던 잔여 물량을 지난 20일 다시 분양했다.

같은 아파트지만 분양가는 생각보다 더 크게 차이가 났다. 3년 전 4억6210만~5억1430만원에 공급했던 전용 84㎡ 아파트가 6억6100만~6억7710만원으로 뛰었다. 최대 2억1500만원 오른 금액이다. 이번 청약 결과는 어땠을까.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43가구 모집에 1578명이 청약통장을 던졌다. 84㎡C는 128 대 1로 마감됐다. 후분양이 적용되면 투기 수요가 감소한다는 일부 주장이 무색해진 결과다.

은평구 ‘녹번역 e편한세상 캐슬’도 설계변경으로 늘어난 128가구에 대한 후분양을 준비 중이다. 이곳의 분양가도 최초 분양가 대비 1억~2억원 이상 오를 전망이다. 재건축 사업지인 ‘과천주공1단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처음부터 후분양 방식으로 사업 일정을 짜고 있다.

후분양 아파트의 분양가가 선분양 아파트보다 더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는 조달 금리 차이 때문이다. 선분양은 청약자의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아파트를 건설하는 방식이다. 건설사들은 은행에 손을 벌릴 필요 없이 부족한 사업자금을 청약자들로부터 조달하는 만큼 대부분 선분양 방식을 선호한다.

후분양은 건설사 등이 직접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야 한다. 성공할지도 모르는 아파트 공사에 들어가는 막대한 금액을 저리로 대출해주는 은행은 없다. 당연히 적잖은 이자가 붙는다. 신용도가 낮은 건설사의 조달 금리는 더 올라가게 된다. 이런 비용은 고스란히 분양가에 얹어진다. 철근, 인건비 등 계속 올라가는 물가도 반영해야 한다. 이 때문에 후분양 아파트 분양가는 선분양 아파트 분양가보다 올라갈 수밖에 없다.

후분양 아파트는 이렇다 할 분양가 규제 장치도 없다. 건설사 등 시행주체가 주변 시세에 맞춰 분양하면 된다. 주변 시세보다 많게는 2억~3억원까지 낮은 가격에 분양하는 선분양과 대비된다. 후분양의 일종인 ‘10년 공공임대’ 아파트의 분양 전환을 둘러싸고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결국 선분양과 후분양은 누가 리스크를 지느냐의 함수다. 선분양은 소비자가, 후분양은 건설사가 리스크를 지는 구조다. 리스크를 지는 쪽이 수익을 많이 가져가는 게 당연한 이치다.

후분양의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는 실물을 직접 볼 수 있어 부실공사나 설계변경에 관한 우려를 덜 수 있다. 아파트를 짓던 건설사가 부도날까봐 불안에 떨 필요도 없어진다. 이런 이유로 일부 정치인이나 시민단체는 “후분양제를 전면 도입하라”고 주장해왔다. 정부도 이 같은 의견을 일부 받아들여 ‘2018 주거종합계획’을 내놓으면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 단계적으로 후분양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장점이 1억~2억원 이상의 분양가를 더 치르면서까지 관철해야 할 ‘절대선(絶對善)’인지는 한 번 곱씹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선분양 할 때보다 훨씬 높은 분양가를 감당해야 하는 건 결국 서민들인 까닭이다.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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