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부 R&D 과제의 높은 성공률에도 불구하고 혁신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른바 ‘코리안 R&D 패러독스’의 가장 큰 이유로 실패에 대한 부담이 꼽혀왔다. 실패 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풍토에서는 연구자들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쉬운 과제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에 대해 연구자들이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실패 책임을 지우지 않겠다고 하는 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부처에서 실패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해도 정권이 바뀌면서 감사원이 그 책임을 묻기 시작하면 속수무책이란 게 연구 현장의 하소연이다. 정부는 이런 불신과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확실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정부가 선진국형 R&D로 가겠다고 한다면 과제 선정부터 민간에 맡기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부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60명으로 구성된 ‘그랜드 챌린지 발굴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민간의 역할이 과제 발굴에 그친다면 지금 하고 있는 R&D와 크게 다를 게 없다.
관료들이 기업인 등 전문가들을 내세워놓고 뒤에서 조정하는 식의 정부 R&D에 마침표를 찍을 때도 됐다.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잠재력이 큰 미래기술 개발은 정부 R&D가 정권에 따라 휘둘리지 않을 때 가능하다. 관료들이 쥐고 있는 R&D 권력을 과감하게 민간으로 넘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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