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주총꾼 다시 ‘기승’‥주총장 돌며 상품권 현금 뜯어내

입력 2019-03-27 18:00  

≪이 기사는 03월27일(14:3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한 직원은 이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회삿돈으로 30만원어치 백화점 상품권을 부랴부랴 구매했다. 이름난 '주총꾼'이 주총장을 방문할 것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몇년 전에 주총꾼의 금품 요구를 거절했다가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주총장이 난장판이 됐다"며 "금품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주총 시즌이 도래하면서 주총꾼은 물론 의결권 모집대행사, 의결권 자문사가 바빠지고 있다. 이들은 정기 주총이 몰리는 3월이 '대목'이다.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제도)이 폐지되고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 원칙) 확산으로 기업들이 주총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틈타 수익을 올리는 곳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상장사 ‘블랙리스트’ 공유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법인 2216개사 가운데 71.66%인 1588개사가 이번주에 정기 주총을 열었거나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주 매입 149~362개 기업이 주총을 연다. 주총꾼한테 이번주는 '극성수기'다. 상장사들은 어림잡아 주총꾼 10명가량의 명단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 60~70대 남성인 최모 박모 양모 씨 등은 이름난 주총꾼이다. 주총꾼 일부는 강남 유명 아파트에 거주하는 등 재력가들도 있다고 상장사 관계자들은 귀띔한다.

이들은 하루에 1~2곳에 주총 현장을 방문한다. 회사 담당자들은 20만~30만원 가량의 백화점 상품권과 현금을 지급한다. 회사가 주주 권리행사와 관련해 재산상 이익을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 상법(467조의2)에 어긋나는 것은 알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요구를 거절하면 주총 의장인 대표이사 등을 집중 공격하는 주총꾼 탓에 난감하다"고 말했다.

주총꾼은 통상 수십여개 상장사 주식 1~10주를 매입한 이후 정기 주총을 돈다. 이들은 상호 교류하면서 담당하는 상장사를 서로 나눠 '장사 영역'이 겹치는 것을 막는다. 통상 50~60대가 많으며 때에 따라 10명 안팎으로 뭉쳐 다니기도 한다. 주로 경영권 분쟁을 겪는 코스닥 시장 상장사들이 이들의 주요 표적이다. 종종 초보 주총꾼이 이들 영역을 침범하면 그들끼리 충돌을 빚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 상장사들의 이야기다. 다른 상장사 관계자는 "주총 쏠림을 막고자 상장사들이 주총 날짜를 분산하면서 주총꾼들에게 호재가 됐다"며 "더 많은 주총장을 방문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결권 모집 대행사, 건당 1억

전국 소액주주의 의결권 위임장을 대신 받아주는 '의결권 위임 대행업체’는 상장사 주문이 몰려들고 있다. 이들은 올해 주총에서만 3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한진칼 대한항공 포스코엠텍 등이 고용한 의결권 위임업체인 팀스가 가장 인기가 높다. 팀스는 이번 정기 주총에서 10여곳의 의결권을 대행하고 있다. 리앤제이마커드아시아(AJ렌터카 중앙리빙테크 등) 씨씨케이(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셀트리온제약 등) 로코모티브(한솔홀딩스 SK증권 등) 마인그룹(신성이엔지 케이티스 등) KGI(바른전자 상보 등) 피제이(피앤텔 해덕파워웨이)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건당 3000만~1억5000만원을 부른다. 한 의결권 대행업체 관계자는 "소액주주가 많고 지방에 사는 주주들 비중이 높을수록 액수를 높게 부른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 가운데 일부는 주총 '바람잡이'도 고용한다. 상장사 주총장에서 안건에 찬성하는 의견을 발표해 원할한 진행을 돕는 것이다. 상장사 관계자는 "회사 직원이 주총에서 의견을 말하면 주주들의 반발을 사는 경우가 많다"며 "주총에서 우호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바람잡이를 고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문사, 리포트 건당 10만원안팎

◆목돈 버는 ISS

의결권 자문사들도 주총 시즌이 몰리는 2~3월이 가장 바쁘다. 국내 주요 의결권 자문사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 4곳이다. ISS, 글래스루이스 등 외국계 의결권자문사도 국내 상장사 의결권 보고서를 왕성하게 작성하고 있다. 이들은 의결권 보고서를 한 곳마다 10만~15만원에 판매한다. 기업지배구조원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 10곳(연기금 4곳, 운용사 등 6곳)과 계약을 체결해 의결권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연금에 상장사 500개사 가량에 대한 의결권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받는 수수료는 1년에 8000만원 수준이다. 연구원 한 명 인건비도 안 되는 돈이다.

정작 국내 상장사 의결권 서비스로 수익을 내는 곳은 ISS를 비롯한 외국계 자문사라는 평가가 많다. 전세계 기관투자가에 국내 상장사 관련 의결권 보고서를 제공하고 ‘목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ISS는 국내에서 단기 계약직으로 고용한 10여명의 연구원들로부터 보고서 작성을 의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결권 자문사 관계자는 “ISS 보고서를 작성하는 연구원들의 전문성과 숙련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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