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일자리 만들자" 창업한 나노, 1000억 회사로

입력 2019-04-02 17:26  

"공대교수 본분은 무엇인가" 고민한
20년 전 신동우 경상대 교수

대출 포함 5000만원으로 창업
韓·中·스페인 등에 4개사 설립



[ 김낙훈 기자 ] 1999년 4월 신동우 경상대 세라믹공학과 교수는 개인적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양대 무기재료공학과, KAIST(석사),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원, 영국 케임브리지대(재료공학 박사), 일본 국립무기재질연구소(펠로연구원)를 거쳐 1995년 교수로 임용됐다. 국제적인 논문 100여 편을 써 국내외 강연 요청도 이어졌다. 하지만 신 교수를 힘들게 하는 게 있었다. 제자들의 취업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그해 졸업한 제자 중 한 명도 취업하지 못했다. 잠을 뒤척일 정도였다. 답답함은 그를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끌었다. ‘공대 교수의 본분은 무엇일까.’

공대 교수의 본분

온갖 생각이 들었다. 공학도를 키워 기업이나 연구소로 보내 기술 발전에 기여하게 하는 게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여파로 실업자는 넘쳐나고 사람을 뽑는 기업은 없었다. 직업에 대한 회의로 이어졌다. ‘열심히 가르치는 게 결국 실업자를 양산하는 결과로 나타난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직업의 본질에 대한 고민은 새로운 결심으로 이어졌다. ‘내가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 이들을 취업시키자.’

제자 4명을 데리고 17㎡ 규모의 학교 실험실에서 회사를 차렸다. 월급을 모은 돈과 은행에서 대출받은 5000만원이 전부였다. 사명은 ‘나노’, 사훈은 ‘사원의 행복’과 ‘맑은 공기’로 정했다. 그후 20년이 흘렀다. 나노와 창업 멤버 4명은 어떻게 됐을까.

연결 매출 1000억원대 기업으로

나노는 모기업인 나노와 나노케미칼, 나노오토모티브, NBG(나노베어링글로벌) 등 4개 기업으로 성장했다. 신 교수는 나노 회장이 됐다. 계열사를 포함한 전체 인원은 400명. 작년 연결 매출은 1019억원에 달했다. 신 회장의 고향(경북 상주)에 본사가 있는 모기업 나노는 미세먼지 주범 중 하나인 질소산화물을 제거하는 탈질촉매제를 생산한다. 2014년 설립된 나노케미칼은 탈질촉매 원료생산업체로 원자재가 풍부한 중국 쿤밍에 자리를 잡았다. 나노오토모티브는 세계적 베어링업체인 SKF의 스페인 공장에서 분리된 허브베어링 생산라인을 인수해 2015년 출범했다. NBG는 지난해 8월 한국금속강구제조사를 소프트뱅크인베스트먼트의 기업 인수합병(M&A)펀드를 통해 인수했다. 경남 밀양에 본사가 있다.

‘창업 동지’ 4명 중 2명 대표에

신 회장은 모기업인 나노를 비롯해 계열사 경영을 총괄한다. 나노케미칼은 창업 멤버인 유상희 대표가 맡고 있다. 이달 출범 예정인 나노엔지니어링 대표는 창업 멤버인 윤대현 전무에게 맡길 예정이다. 이 회사는 중국의 화력발전소 환경설비 전문회사의 기술과 자본을 유치했다. 산업용 대기환경설비를 제작할 계획이다.

신 회장은 기업 경영을 위해 2016년 교수직을 내놨다. 그는 제자인 창업 멤버들을 ‘창업 동지’라고 부른다. 이들은 공장에 화재가 났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갔고 고비를 맞을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다. 신 회장은 직원들이 석·박사과정을 마치도록 지원했다. 그동안 공학박사 4명, 공학 및 경영학 석사 10여 명을 길러냈다.

신제품 탈질촉매로 승부

신 회장은 “사업 확장 분야는 소재와 부품”이라고 말했다. 나노는 지난 3년간 연구개발을 통해 특허를 획득한 신제품 탈질촉매를 올해 상용화할 방침이다. 그는 “지난달 시행된 미세먼지특별법에 따라 제철, 석유화학 등 산업용 탈질촉매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가볍고 효율이 높은 신제품으로 새로운 산업탈질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최대 국영 발전설비 회사인 BHEL과 맺은 평판형 탈질촉매 기술이전 계약에 따라 올해 평판형 탈질촉매 공장을 인도에 준공한다.

중국의 촉매원료 공장인 나노케미칼은 수요 증가에 맞춰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2차전지 배터리용 고순도 및 광촉매용 이산화티타늄(TiO2)도 생산한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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