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칼 지고 바이오 뜬다?...“합성의약품 매력 여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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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4-04 18:47   수정 2019-04-05 08:53

케미칼 지고 바이오 뜬다?...“합성의약품 매력 여전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100개 의약품 중 합성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68%였다. 그러나 2017년 51%로 줄었고 2024년에는 48%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 100곳이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953개 중 합성의약품은 396개(41.5%)로 바이오의약품(433개)보다 적다.

이처럼 의약품 시장의 무게중심이 점점 합성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바뀌고 있는데도 합성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바이오의약품이 가지지 못한 장점이 있고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최신 기술을 신약 개발에 적용 가능해 합성의약품의 매력은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1년 이후 기술수출, 합성신약이 더 많아

2016년 SK케미칼에서 스핀오프한 티움바이오는 뛰어난 기술력으로 설립 2년 만에 합성신약 파이프라인 2건의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제약사 키에지에 특발성 폐섬유증 파이프라인 'NCE401'을 7400만달러에 기술수출했다. 지난 2월에는 대원제약과 자궁내막증·자궁근종 파이프라인 'TU2670'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2011년 이후 현재까지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가 기술수출한 전체 파이프라인 89건 중 합성의약품은 51건(57%)이다. 업계 관계자는 "합성신약에 대한 관심이 아직 높을 뿐 아니라 국내 제약 기술이 뛰어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합성신약 개발 업체로 보로노이, 미토이뮨테라퓨틱스,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오스티오뉴로젠 등이 있다. LG화학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미토이뮨테라퓨틱스를 창업한 김순하 대표는 "요즘 바이오의약품이 합성의약품보다 많이 뜨고 있는데 합성의약품만의 강점이 있다"며 "매년 바이오 신약보다 합성 신약이 많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복용 편리해 만성질환 관리 용이

합성의약품은 저분자 화학물질을 결합해 만든 의약품이다. 바이오의약품은 생물체에서 유래한 원료로 제조한다. 합성의약품은 합성법을 알면 제품을 저렴하고 쉽게 생산할 수 있지만 바이오의약품은 세포를 배양해 만들기 때문에 생산시설이 더 크고 원가가 비싸다. 또 바이오의약품은 제조 환경이 달라지면 약효에 차이가 나지만 합성의약품은 정해진 방법에 따라 화학물질을 합치면 약이 되기 때문에 효능이 일정하다.

합성의약품의 가장 큰 장점은 복용이 편리하다는 것이다. 합성의약품은 대부분 알약 형태의 경구제지만 바이오의약품은 정맥주사제형이다. 업계 관계자는 "합성의약품은 분자 크기가 작기 때문에 경구 투여해도 약효가 병변에 빨리 작용한다"며 "바이오의약품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약물을 투여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저분자라서 혈액에 들어갔을 때 약물 전달 속도가 바이오의약품보다 빠르다.

약을 정기적으로 자주 먹어야 하는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데 효과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반감기를 늘리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한 번 주사해서 2주 이상 가기 어렵다"며 "합성의약품은 필요 시 경구 복용을 하면서 일상생활이 가능해 만성질환자가 많아질수록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IT 활용해 파이프라인 발굴

약물이 작용하는 기전도 바이오의약품과 다르다. 합성의약품은 저분자 물질이라 세포막을 투과해 세포 안의 병변에 직접 작용한다. 바이오의약품은 분자량이 크기 때문에 세포막을 뚫지 못하고 세포 표면의 수용체와 결합하는 등 간접적으로 치료 효과를 낸다. 미토이뮨테라퓨틱스 관계자는 "난치성 폐질환 등 많은 질환이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부전으로 생긴다"며 "합성의약품만이 미토콘드리아에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 AI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독성은 줄이면서도 약효를 높인 파이프라인을 발굴할 수 있게 됐다. 합성신약 개발의 관건은 정확한 분자 타겟을 선정하고 이 타겟의 3차원 구조를 파악한 다음 약물이 어떤 부위에 붙게 할지 찾는 것이다.

보로노이는 자체 개발한 파이프라인 발굴 플랫폼 '인실리코'를 통해 파이프라인을 찾고 있다. 인실리코는 컴퓨터를 통해 화합물과 분자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가상으로 시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분자 모델링을 통해 특정 타겟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약물을 개발하는 게 가능해졌다"며 "인실리코를 통해 다량의 파이프라인을 도출할 수 있는 게 우리 경쟁력"이라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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