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썰쩐] (16) '좋은습관' 구도형 "연평균 50% 수익 안겨준 건 가치주"

입력 2019-04-10 09:16   수정 2019-04-24 11:10

구도형 현명한투자자들의모임 대표




"설령 워렌 버핏이 추천한 종목이더라도 본인이 투자가치를 따져본 뒤에 투자해야 합니다. 본인이 분석하지 않는다면 비행기를 운전하고 싶지만 조종법을 배우기 싫다는 뜻입니다. 비행기를 조종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바로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필명 '좋은습관'으로 유명한 구도형 현명한투자자자들의모임 대표(사진·45)는 2003년부터 전업투자를 시작한 이후 연평균 50%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2002년 책에서 주식을 처음 알게 된 이후 관련 서적 100권을 읽은 뒤에야 실제 주식 투자에 나섰다.

주식 투자의 전략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가치투자다. 자산주에 집중해 잃지 않는 투자를 하는 것이 연평균 50% 수익의 비법이다. 구 대표는 이같은 투자철학을 강연 등을 통해 공유하며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전업투자 17년차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공부하고 있다. 2011년 만든 네이버 카페 '현명한 투자자들의 모임'을 운영하며 정기적으로 회원들과 스터디모임을 갖고 있다. 지난 2일 구 대표를 만나 그가 살아온 얘기와 투자원칙을 들어봤다.

◆중고서점하려다 전업 투자자로

그는 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1998년 졸업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위기가 터지면서 굵직한 대기업들이 부도가 났을 시기였다. 구 대표는 '내가 사회를 잘 모르고 있구나'라고 느꼈다. 그 길로 민주언론시민연합에 들어갔다. 당시 월간지 '말'지에서 간사 역할도 하면서 일했다. 출판사 '인물과 사상'에도 잠깐 몸을 담았다. 시민단체, 기자나 출판사에 뜻을 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회경험만 쌓고 나왔다.

사업 쪽에도 관심을 두기도 했다. 그가 눈독을 들였던 쪽은 중고서점이었다. 일본 여행 중 중고서점 북오프가 우리나라 교보문고 만큼 규모가 크고, 깔끔하게 잘 돼 있다는 점에서였다. 책값이 1만원을 넘어가면 중고서점이 잘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자본금이 없어서 사업을 제대로 벌여보지는 못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동기들이 회사에서 받는 처우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고, 무엇보다 제가 회사 생활에 잘 맞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취직을 고려하진 않았습니다. 별다른 경력도 없는 데 날 써주는 회사 있을까도 싶었습니다."

방황은 시간낭비를 가져왔지만 시야를 넓혀줬다. 중고서점을 사업 아이템으로 생각하던 때 다양한 책을 읽었다. 이 때 주식투자 책을 접한 뒤 주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한국 주식 시장이 좋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구 대표는 자신이 주식투자를 시작한 시기를 2002년으로 본다. 당시 주식 투자는 하지 않았지만, 주식 관련 책을 100권 정도 읽었다. 주식을 사는 것보다 주식 투자를 준비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당시 한국에 있던 주식전문투자서를 다 읽었습니다. 가치투자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도 읽었구요. 책을 읽다보니 한국은 가치투자를 할 수 있는 좋은 시장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IT(정보기술)주 버블 뒤에 초저가, 저평가 종목이 많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장이 곧 합리화될 것이라고 생각해 주식투자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저평가된 실적개선주 실패한 적 없어"

구 대표는 자산가치 수익가치 성장가치를 따져 종목을 고르는 투자원칙을 세웠다. 초기의 투자원칙을 지금까지도 지켜가고 있다. 가장 명확한 종목은 자산주다. 사람으로 따지면 자산가치는 이미 벌어둔 돈, 수익가치는 현재 벌고 있는 연봉, 성장가치는 앞으로 벌 수 있는 돈을 의미한다.

"주식 시장에서 최고의 가치는 바로 성장가치이지만, 불확실성이 많다는 게 흠입니다. 회사 최고경영자(CEO)조차도 자기 회사의 성장가치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죠. 자산가치가 있는 종목 중에서 성장가치를 가진 종목에 투자한다고 보면 됩니다."

우선 국내 상장사 중 싼 종목을 찾는다.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매출비율(PSR)이 기준이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PSR은 주가를 주당매출액으로 나눈 값이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이들 중에서 실적이 개선될 수 있는(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골라낸다.

"좋아하는 종목은 저PBR·저PSR 기업 중 현재는 수익이 나지 않지만 시가총액이 싼 기업입니다. 자산과 매출이 많은 이들 기업은 영업이익률이 올라가면 무조건 수익이 났습니다. 관련 산업의 업황이 좋아지면 영업이익률이 올라가고 주가도 따라서 상승했습니다. 이렇게 골라낸 종목은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자산가치와 성장성을 동시에 지닌 종목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해당 산업을 잘 알아야 한다고 구 대표는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회사의 자산가치를 파악하고, 직접 회사 탐방도 간다. 업황을 알기 위해 그 산업의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도 듣는다. 늘 엑셀에 공시를 통해 분석한 자료와 회사 탐방 뒤 보고서를 정리했다.

"PSR이 낮은 기업들 중 영업이익률이 1%에 불과한 경우가 있습니다. 사업 내에서 치킨게임(가격인하 경쟁)을 벌이느라 이렇게 되는 건데요. 치킨게임이 끝난다거나 업황이 좋아지면 이익률이 좋아집니다. 시멘트업의 경우도 건설업이 좋았지만 10년째 서로 적자를 보다가 정상화되니까 주가가 많이 올라갔습니다."

부채가 없고 자산가치가 높은 기업도 선호한다. 2010년 투자했던 일신방직도 여기에 해당하는 종목이었다. 당시 서울 한남동 다음커뮤니케이션(현재 카카오)의 새 사옥이 일신방직의 소유였다. 광주와 안산, 부산에도 대규모 공장 부지와 유휴 부지를 갖고 있었다.

"일신방직이 보유한 건물의 부동산 가치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 투자했습니다. 좋은 위치에 넓은 공장이 있었다는 점도 감안했습니다. 방직 산업은 매출은 많지만 이익은 얼마 나오지 않았죠. 2010년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업황이 좋아지는 초입이었습니다."

2010년 5만원대였던 일신방직은 2015년 25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제조업 선호, 바이오는 접근 안해"

구 대표는 한 해에 적게는 5개 종목, 많게는 10개 종목에 투자한다. 회사에 잠재된 위험 등으로 주가가 떨어질 확률이 30% 정도라는 판단이 들면 투자를 접는다. 손실을 보지 않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연평균 50%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주식 거래에서 레버리지(신용·주식담보 대출)를 쓰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종목의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물타기도 지양한다.

"가치투자를 하는 사람들 중 자기 돈만 써서 시장에서 아웃된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레버리지를 활용해서 무너진 사람들은 많이 봤습니다. 레버리지는 한 번 쓰다보면 마약처럼 중독되기 때문이죠. 가치투자는 더딘 느낌은 있지만 손실을 보지 않으니 복리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그는 가치투자를 할 수 있는 제조업을 선호한다. "최대한 확실한 분야를 선택해서 공부하고 투자합니다. 수익은 괜찮게 나고 있는데 시장에서 불안해하거나 미워하는 종목을 선호합니다. 반도체도 주기가 있는 산업이기 때문에 나쁘게 볼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직까지 저평가됐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기업 자체의 근본적인 가치가 악화될 수 있는 바이오는 아예 접근을 안 하고 있습니다."

구 대표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처음으로 손실을 봤다. 같은 해 10월 코스피지수는 1300까지 주저앉았다. 코스피가 더 내려가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주식을 더 샀다. 하지만 미국 주식 시장이 빠지면서 코스피는 2008년 12월 1100선까지 밀려났다. 그때 구 대표 계좌의 수익률은 -40%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때 보유한 종목이 하한가를 맞았습니다. 멘탈 관리가 중요했던 때였는데요. 당시 취미였던 오토바이를 타면서 버텼습니다. 뒤돌아 보니 당시 보유만 했던 게 미숙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 알았더라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었을 것같습니다."

손실의 회복은 예상보다 빨랐다. 6개월 만에 손실을 회복하고 수익이 났다. 지난해에도 손실을 봤지만, 10월 급락 당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투자를 늘리면서 손실을 방어해 나갔다.



◆"네오위즈홀딩스·팬엔터테인먼트 보유"

현재 보유하고 있는 종목도 자산가치를 고려해 고른 종목이다. 네오위즈홀딩스와 팬엔터테인먼트다.

그는 "네오위즈홀딩스는 정보기술(IT) 종목 중에서 가장 저렴하다는 것을 분석해보면 알 수 있다"며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시가총액의 2배 정도로, 지난해 이익도 잘 나왔고 블록체인과 카지노 게임을 만드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오위즈홀딩스의 2018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11억원으로 2017년(106억원) 대비 2배 가량 증가했다. 매출도 2283억원으로 23.47% 늘었다.

팬엔터테인먼트는 2002년 '겨울연가'를 흥행시킨 드라마 제작사다. 현재 KBS2TV에서 방영 중인 '왼손잡이 아내'를 비롯해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두번은 없다' 등 모두 5편의 드라마를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 상암동에 보유한 사옥은 지상 13층, 지하 5층으로 시가 500억~600억원으로 추정된다. 3개층은 회사가 사용 중이며 나머지는 임대를 주고 있다. 지난해 시가총액 606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구 대표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중에 자산가치가 있는 곳은 드물다"며 "부채도 거의 없고, 겨울연가와 해품달을 만든 회사로 잠재력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내에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가장 유망할 것이라고 봤다. 애플도 동영상 플랫폼을 만드는 등 앞으로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이란 예상이다. 구 대표는 "한국 드라마 제작사들은 가성비도 좋은 만큼 아시아의 맹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외 주식투자도 준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내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있고, 그간 성장동력이 됐던 제조업은 중국에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그는 "30대 이하 인구가 70%인 베트남은 제조업 기반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중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1 수준이지만, 중국처럼 충분히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그는 전업투자자로 활동할 계획이다. 가치투자를 했기 때문에 전업투자자 생활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주식계좌와 HTS(홈트레이딩시스템)을 적게 볼 수록 행복한 투자자입니다. 사람이 매일 주가가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을 본다면 멘탈이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주식투자를 시작하기 전 과정이 '어느 종목을 사느냐'보다 더 중요하다고 구 대표는 강조한다.

"주식투자를 하기 전에 본인만의 투자 철학을 세워야 합니다. 기업 관계자와 회사의 미래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하고 투자해야 합니다. 남의 말을 듣고 주식투자를 하는 것은 '도박'입니다. 아직 한국 주식시장은 블루오션까지는 아니지만 경쟁자가 많이 없습니다. 자본시장 공부에 재미를 붙이면 더 큰 혜택이 돌아올 겁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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