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안 퇴짜…금호아시아나 운명 '시계제로'

입력 2019-04-11 17:45  

채권단 "시장 신뢰 회복에 미흡"

사실상 '수용 불가' 금호에 전달
금융당국도 "대주주 재기 아닌
아시아나항공 회생이 기준돼야"



[ 임현우/이상은/김보형/정지은 기자 ]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내놓은 아시아나항공 자구계획에 대해 채권단이 사실상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금호 측이 더 강도 높은 자구책을 제시해 채권단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은 11일 “금호의 자구계획을 논의한 결과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에 미흡하다고 판단했다”며 “채권단 대부분이 부정적 입장”이라고 발표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이런 의견을 금호에 전달했으며, 채권단 협의에 따라 향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사재(私財) 출연이나 유상증자 같은 실질적 방안이 자구계획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금호의 요청대로 5000억원을 지원한다 해도 향후 채권단의 추가 자금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 전체를 채권단에 담보로 맡기고 그룹 주요 자산을 매각하는 등의 자구계획을 채권단에 내면서 5000억원의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박 전 회장의 경영 복귀는 없으며 아시아나항공이 ‘3년 안’에 정상화되지 않으면 팔아도 무방하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이런 자구안이 박 전 회장 일가의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채권단은 거액을 내놓고, 자신들은 하는 데까지 마음대로 더 하겠다는 것”이라며 “자구계획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퇴진한다더니 또 3년의 기회를 달라는 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채권단의 결정 기준은 대주주의 재기가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을 살리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호 측은 “추가 사재 출연 등에 대해서는 결정된 게 없다”며 “채권단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産銀 "자구계획, 실질적 방안 빠졌다"…아시아나항공 매각 압박

“이 정도 자구계획으로 뭘 하자는 거냐.” “회사와 대주주의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회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주재로 9개 은행이 모였다. 이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제출한 아시아나항공 자구계획에 관한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실망스럽다’는 혹평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전체 채무 가운데 시장성 채무(은행에서 빌린 돈이 아닌 채권 등) 비중이 너무 높고, 추가로 제공하겠다는 담보의 가치도 너무 작다”며 “이대로는 지원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났다”고 전했다.

“3년 못 준다, 당장 팔아라” 압박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자구계획을 내면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채권단의 판단은 달랐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 미흡하다”며 거부의사를 명확히 했다. 채권단은 “금호 측이 요청한 5000억원을 지원하더라도 채권단의 추가 자금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금호 측이 강도 높은 자구안을 추가로 제출하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다만 채권단 내부에선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3조원이 넘는다. 이 중 1조원 이상을 올해 갚아야 한다. 전체 부채 중 채권단에서 빌린 차입금은 4000억원 정도다. 자산유동화증권(ABS), 회사채, 금융리스 등 비금융권 부채가 더 많다. 채권단이 추가로 돈을 빌려주기 어려운 구조다.


이동걸 “대주주 인식 너무 안이하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에게 아시아나항공 자체를 매각하는 방법 외엔 선택지가 남지 않았다는 것이 금융권의 공통된 해석이다. 아시아나항공에 관심을 보이는 매수 희망자도 다수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주 발행 형식으로 아시아나항공을 팔면 아시아나가 올해 갚아야 하는 자금을 메울 수 있고, 팔아서 받은 대금으로 금호산업도 그럭저럭 운영할 수 있다”며 “아시아나를 팔지 않겠다고 버티면 박 전 회장은 아무것도 갖지 못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채권단은 자구안이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정상화를 못하면 아시아나항공을 내놓겠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얘기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어 “3년을 더 달라 하는데 항공업에서 3년은 일반기업의 30년에 해당한다”며 “채권단은 거액을 내놓고 자신들은 하는 데까지 마음대로 하다가 내놓겠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한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전 회장 일가를 겨냥해 ‘센 발언’을 쏟아냈다. 최 위원장은 “채권단이 시장 반응 등을 다 감안해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박 회장이 물러나면 아들이 경영하겠다는 보도가 있던데 과연 무엇이 다른지를 모두 포함해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에 시간이 없었나. 30년이란 시간이 주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또 3년을 달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판단해봐야 한다”고도 했다.

“시장 신뢰 회복할 자구책 내놔야”

채권단과 금호 측이 맺고 있는 재무구조개선약정(MOU)은 다음달 6일까지로 한 달 연장된 상태다. 금융계 안팎에선 MOU 추가 연장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번 자구안은 금융당국이나 채권단이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라며 “채권단이 수긍 가능하고 시장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자구안을 추가로 내놓지 않고선 더 이상의 자금 지원은 어렵다”고 말했다.

금호 측이 요청한 지원 규모에 비해 담보 가치가 너무 낮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이 추가로 제공하겠다는 담보의 가치는 2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5000억원을 더 빌려달라는 요청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김보형/임현우/이상은/정지은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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