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형 예술가' 호크니…"그림은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힘"

입력 2019-04-14 17:39  

이명옥의 아트 리뷰
'데이비드 호크니'展

서울시립미술관서 국내 첫 전시
영국 출신 가장 비싼 생존 작가
'예술가의 자화상' 1019억 낙찰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92)는 현존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가로 평가받는다. 덕수궁 옆 서울시립미술관에는 지난 12일 평일 오후 시간인데도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야외매표소 옆에 설치된 호크니의 대표작 ‘나의 부모님’을 입체물로 재현한 포토존에는 2030세대 관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전시장 외벽을 장식한 타이포그래피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찍는 중장년층도 많았다.

물론 호크니는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흥행 요소인 예술성과 상품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세계 수많은 미술가가 전시하기를 갈망하는 영국 테이트미술관을 비롯해 프랑스 퐁피두센터,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 유명 미술관에서 순회 개인전을 열어 1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열광시켰다. 지난해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그의 1972년 작 ‘예술가의 자화상’이 9031만달러(약 1019억원)에 낙찰되며 생존 작가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호크니는 다재다능한 르네상스형 인간의 전형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그는 회화뿐만 아니라 입체주의 핵심인 다중원근법을 사진에 응용한 포토콜라주, 판화, 무대미술, 삽화, 아이폰 드로잉 등 다방면의 관심사를 열정적으로 추구하는 ‘창의적 예술가의 표본’이다. 호크니는 특히 그림 보는 즐거움을 되돌려준 예술가로 꼽힌다. 최근 현대미술은 관객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인 감상의 기쁨, 공감대 형성, 예술에 대한 사랑을 상당 부분 빼앗아버렸다. 많은 현대미술 작품이 아름다움이나 감동보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과장, 괴기함, 신성모독, 시각적 충격을 추구하며 대중과 멀어지고 있다. 호크니는 이런 흐름에 비켜서서 전통회화에서 중시했던 손과 눈, 마음의 세 가지 요소가 조화롭게 결합된 작품이 예술성이 높다고 믿었다.

“예술은 질투심이 강해서 우리에게 온 힘을 다 바치라고 요구한다. 나는 정말로 화가의 손을 가졌다. 매일 농부들처럼 일하는 화가의 작품이 더 진지하다”고 설파했던 빈센트 반 고흐의 미학 정신을 본받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한 그였다. 호크니는 현대인들이 삶의 고단함에 지쳐 불안과 좌절을 느끼고, 고통을 호소하며, 절망에 빠질수록 마음의 위안을 주고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 예술을 갈망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그는 드로잉, 즉 그림이 모든 미술의 출발점이며 탁월한 그리기 실력으로 불멸의 명성을 얻은 얀 판 에이크, 티치아노, 카라바조, 벨라스케스, 렘브란트, 페르메이르, 반 고흐, 모네, 피카소를 숭배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호크니의 엄청난 명성, 스타 작가라는 화려한 포장지를 벗겨내고 그의 걸작 ‘나의 부모님’ ‘클라크 부부와 퍼시’ ‘더 큰 첨벙’ 앞에 서서 그림 보는 즐거움에 마음껏 빠져드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최첨단기술 시대에도 붓과 물감만으로 얼마든지 흥미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사람들은 변함없이 그림에 매혹당하며, 그림 그리기는 계속되고, 또 호크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 테니까.

그러나 국내 전시회는 대중 취향 저격 홍보 전략이 적중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졌다는 아쉬움이 크다. 관람 포인트로 거론되지 않았던 호크니의 예술관, 즉 그림이 세상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하는 힘을 지녔으며 그림만이 그를 살아있게 하는 유일하고 절대적 사랑이라는 점을 관람객들이 놓치고 있다. 호크니는 많은 사람에게 세상 보는 법을 가르쳐줬다. 덧붙이자면 주의 깊게 보는 능력, 즉 관찰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그는 “제대로 보는 능력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배워야 하는 기술이며, 그림 그리기는 시각적 기억력과 집중력을 강화하는 훈련이 될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와의 대담집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 사람은 한 사람의 얼굴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이 인물화를 그린다면 오래 들여다볼 것입니다. 그림은 우리가 보지 않았을 것들을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전시는 오는 8월 4일까지.

이명옥 < 한국사립미술관협회 명예회장 savinalecture@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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