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의 마지막 인터뷰

입력 2019-04-18 18:06  

프리모 레비의 말


[ 유재혁 기자 ]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부군의 기습으로 유격대원이던 프리모 레비는 잠자던 중 체포돼 아오스타(이탈리아 북부 도시)로 압송돼 신문을 받았다. 거기서 레비는 ‘바보같이’ 유대인이란 사실을 털어놨다. 무슨 이유였을까. 파시스트들이 “네가 유격대원이면 널 총살할 것이다. 하지만 유대인이면 포솔리 수용소(이탈리아에 있는 수용소)로 보낼 것이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거기 있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레비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어리석었다. 어떤 게 나은 행동이었는지는 뒤늦게 깨달았다. 파시스트 정부가 안정적일 것이며 독일의 개입이 없으리라 믿었다. 포솔리 수용소에서 탈출을 시도하지 않은 것도 내 실수였다. 친구, 친척들과 함께 수용된 처지여서 혼자 탈출하는 게 내키지 않았고 필요하다고 보지도 않았던 것이다.”

《프리모 레비의 말》은 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 학살이 이뤄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화학자이자 저술가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를 소개한다. 레비는 1944년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이송 수감돼 11개월 뒤에 풀려났고 고향인 토리노로 돌아가 살았다. 그는 증언문학의 최고봉으로 인정받는 《이것이 인간인가》 《주기율표》 등을 통해 나치의 만행을 폭로했다. 레비는 인간성이 모든 개인에게 드러나는 특징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했다. 그는 극한 체험으로 인해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다. 문헌학자인 친구 테시오는 “이야기가 최고의 치료제”라며 레비에게 자서전을 쓰자고 제안했다. 그는 세 차례 인터뷰했지만, 네 번째 인터뷰를 앞두고 돌연 자살했다.

책은 레비의 어린 시절부터 중·고교, 대학 시절,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기 전, 수용소에서 돌아온 후의 순서로 이어진다. 수용소에서 일어난 일들은 대화에 포함되지 않았다. 레비는 아끼던 사람들을 잃어버린 기억을 떠올리며 고통스러워한다. 특히 사랑하던 여인을 잃게 된 데 대해 그는 평생 죄책감에 시달렸다. (이현경 옮김, 마음산책, 232쪽, 1만6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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