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통과 땐 한국당 20석↓…범여권에 포위"

입력 2019-04-26 17:40  

與·野, 패스트트랙에 왜 사생결단인가…

각 당, 지역구 개편안에 촉각



[ 임도원 기자 ]
“여기서 밀리면 당의 존재가 위태롭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은 26일 새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생긴 이후 한 번도 벌어지지 않았던 국회 폭력사태가 7년 만에 재발한 근본 원인은 “게임의 룰이 바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선거제 개편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은 여야 모두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의 생존이 걸린 문제여서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당 포위 vs 군소정당 생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6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여당이 추진하는) 선거법은 개악”이라며 “우리가 찍은 표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깜깜이 선거법’이고, 우리의 손으로 뽑을 수 있는 국회의원을 줄여 국민 주권을 박탈하는 선거법”이라고 비판했다.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을 통해 추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석으로 고정하면서 지역구 의석을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되, 대신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는 방안이다. 다만 비례대표 75석의 100%가 아니라 50%만 연동형이 적용되도록 했다.

이 경우 지역구 개편에 따라 다르지만, 정계에서는 지역구 당선자 비율에 비해 정당 득표율이 높은 군소 정당 의석은 늘어나고, 거대 야당인 한국당 의석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시뮬레이션 결과 한국당은 최대 20석 가까이 줄어드는 반면 민주당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의당도 10석 넘게 증가해 군소 정당에서 벗어난 교섭단체(20석)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총선에서 범여권 의석이 전체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면서 한국당을 포위하는 구도가 만들어진다”며 “선거제 개편을 놓고 정당 간 육탄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이에 맞서 의원 정수를 300석에서 27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제는 없애는 선거제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군소 정당, 지역구 개편 물밑 신경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관련해 여야 4당은 벌써부터 미세 조정 작업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지역별 선거구 감소에 따라 정당 이해득실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원내대변인은 “6월 말까지 남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기간에 합의된 선거제 개혁안을 바탕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보완해야 한다”며 “특히 지방과 농촌지역, 낙후지역의 지역구 축소가 가져오는 심각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보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당은 소속 의원 전원이 지역구를 두고 있는 호남에서 의원 정원이 줄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정개특위 위원인 김재원 한국당 의원이 지난 1월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시 전남과 전북, 광주는 각각 두 개 지역구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당 “공수처는 게슈타포”

패스트트랙 법안에 포함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 역시 각 당의 계산이 명확히 엇갈린다. 한국당은 신설되는 공수처가 야당을 표적 수사하고, 검찰과 법원을 장악하는 데 악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공수처는 법원·검찰·경찰 권력을 청와대 마음대로 하면서 게슈타포(독일 나치 정권하 정치경찰)를 설치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에 검찰개혁을 위한 핵심 수단인 공수처 도입이 무산되면 하반기 총선 정국과 맞물려 더 이상 기회를 잡을 수 없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도 연동형 비례제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며 “바른미래당이 공수처 법안과 선거제를 패키지로 걸고 있어 어쩔 수 없이 동시에 관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25일 발의한 법안은 신설되는 공수처에 수사권과 영장청구권, 재정신청권을 부여하고 수사하는 사건 중 판사·검사·경찰의 경무관급 이상이 기소 대상에 포함된 경우에 한해 기소권을 주기로 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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