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날 때만 소방관 국가직화 관심…국회에 '火가 난다'

입력 2019-04-28 14:10  

현장에서

현장선 1분1초가 중요한데
10년 넘게 이슈 때만 목소리

박진우 지식사회부 기자



[ 박진우 기자 ] “대형 화재가 있을 때만 이벤트용으로 써먹고 버린 게 10년이 넘다 보니 이번에도 조마조마합니다. 현장에서는 1분1초가 아쉬운데….”

지난 25일 경남 진주의 한 119안전센터를 찾은 기자에게 30년 근무 경력의 소방관이 남긴 말이다. 소방 현장에서는 소방관 국가직화를 대형 화재 때만 이슈로 삼는 국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원 부족 때문에 사고 피해자들의 목숨과 재산이 사라지는 경우는 잦다. 그에 따른 정신적·육체적 트라우마는 고스란히 소방관들의 몫이라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지적이기도 하다.

소방관 인원 부족으로 발생하는 구급·구조 공백은 제천 화재나 동해 대형 산불처럼 대형 재난사고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일상적인 사고에서도 인원 부족은 심각하다. 진주 평거119안전센터의 구급대원은 기자가 머무른 3시간 동안 쉴 새 없이 출동했다. 이날 출동 횟수만 10여 건. 기자가 도착하기 2시간여 전에는 자살미수사건도 벌어졌다. 당시 출동한 관계자는 “1~2분만 늦었어도 사망했을 것”이라고 했다. 1주일 동안 벌어진 자살사건은 10여 건이라고 했다. 그는 “다른 데 출동 나갔다가 2~3분 늦어 사망한 경우도 많았다”며 “제때 살리지 못한 사망자들을 볼 때가 가장 괴롭다”고 토로했다.

작은 불이라도 대형 화재로 번져나가는 건 순식간이다. 지난해 8월 경기 광주의 한 공장에서 전기 스파크로 불이 났다. 7.4㎞ 떨어진 관할 119안전센터에서 출동해 도착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5분. 그사이 불은 공장 전체로 번져나갔다. 출동한 인력은 펌프차와 물탱크차를 합해 총 2대, 운전기사 두 명과 진압대원 네 명이 전부였다. 화재는 공장에서 그치지 않고 이웃 주택까지 번져나가면서 하루 새 113억원의 재산피해를 안겼다.

평거 119안전센터의 한 팀장은 다음날 출동 중이던 엠뷸런스 안에서 ‘급하시니 나중에 전화하겠다’는 기자의 말에 이렇게 답했다. “현장의 1분1초도 급한 건 사실이지만, 국회에서 (소방관 국가직화) 논의하는 1분1초도 중요하니 뭐든지 물어보라”고. 지난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 소위에서 “소방법이 그토록 분초를 다투냐”며 의사 진행을 막았던 한 국회의원과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생각하는 진정성 면에서 차이가 컸다.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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