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아의 '북한 뉴스 대놓고 읽기'] (7) 김정은, 러시아에서도 '셀카 정치'

입력 2019-05-01 16:21   수정 2019-05-01 16:42

북·러 정상회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러시아 유명 방송인과 함께 ‘셀카’
지난해 싱가포르에서도 리셴룽 총리와 ‘셀카’
北에선 아버지·할아버지뻘 간부들에게 지시 사진만




[들어가며] 통일부에 출입하며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을 읽기 시작한 게 2017년 4월부터였습니다. 때로는 어이 없고, 때로는 한글인데 무슨 말인지 모르고, 때로는 쓴웃음도 나오는 북한 뉴스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에선 ‘살아있는 신’이자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동지’, 해외에선 ‘걸어다니는 광고판’이자 ‘독재자’로 통한다. 김정은의 동선을 쫓는 취재 기자들 사이에선 그의 현장 사진을 한 장이라도 직접 찍었다면 ‘크나큰 수확’으로 통한다.


그런 김정은이 해외 방문 때 두 차례 ‘셀카’로 화제가 됐다. 첫 번째는 지난해 6·12 1차 미·북 정상회담 전날 한밤에 세계 최대 규모 인공정원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카지노복합리조트인 마리나베이샌즈의 스카이파크 등 싱가포르 관광 명소들을 둘러보면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함께 사진을 찍은 것이었다. 스카이파크에서 김정은과 마주친 한국인 관광객이 찍은 김정은의 사진은 순식간에 인스타그램의 ‘스타’가 됐다.


두 번째는 지난 25일 북·러 정상회담 당시 러시아 채널1의 유명 방송인이자 배우인 마리나 김과 함께 찍은 ‘셀카’다. 마리나 김은 지난 2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marina_kim_tv) 계정에 회담 취재 당시 김정은과 함께 찍은 셀카를 올렸다. 또 이튿날 뉴스 방송 화면을 올려 셀카가 합성이 아니란 사실도 알렸다. 이 사진은 러시아에서 화제가 되며 ‘좋아요’가 6200여개에 달했다.

김정은이 해외에서 셀카 찍기를 하는 이유는 본인 나름대로는 ‘정상 국가의 지도자’ 의미를 살리고 싶어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북한에서 김정은의 사진을 찍는 것도 그렇게 쉬운 일일까. 당연히 아니다.


북한에선 김정은이 현지 시찰을 나갈 때마다 4~5명의 사진 기자들이 따라 붙는다. 거의 목숨을 걸듯 앞다퉈 셔터를 누른다. 조선중앙통신이나 노동신문에 나온 김정은의 사진 구도는 대부분 천편일률적이다. 특히 자기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뻘 되는 간부들에게 뭔가 지시하는 모습이 많다. 간부들은 김정은 옆에서 수첩을 들고 열심히 그의 지시사항을 적느라 바쁘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속담이 김정은에겐 통하지 않는다. 해외와 주민들에게 하는 행동이 극단적으로 다르다는 게 셀카와 보도사진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이미지 정치의 베테랑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도, 북한 주민들도 그것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걸 안다. 비핵화와 경제 개혁·개방 등 실질적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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