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시장에 부는 '女風'

입력 2019-05-03 15:02  

좁은 취업문 두드리는 대신
'내 사업'하는 2030 女 급증



[ 김정은/심성미 기자 ]
국내에 온라인 다이어트 코칭 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다노’. 이지수 대표(29)가 대학 졸업 직후인 2013년 20㎏을 감량했던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차린 회사다. 신개념 다이어트 서비스 덕에 회사를 조기 안착시킨 이 대표는 해외로 눈을 돌리는 등 공격경영에 나서고 있다. 올초엔 총 65억원의 벤처캐피털 자금도 유치했다. 현재 직원 70명과 여성 코칭 인력 200명을 고용한 이 회사는 다이어트업계 대표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200억원.

창업시장의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다. 취업난과 맞물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여성 창업은 양적으로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공계 여성 졸업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정보기술(IT), 바이오 분야 등 첨단 기술창업이 늘어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여성 벤처기업의 증가율은 10.9%를 기록했다. 전체 벤처기업 증가율(5.6%)의 두 배다. 여성 벤처기업의 모임인 한국여성벤처협회의 지난해 회원사는 1246개사에 이르렀다.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두터운 ‘창업 유리천장’ 깨는 2030세대

올초 대학을 졸업한 박지현 씨는 지난달 경기 안산의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입학했다. 창업을 택한 건 ‘기업체 입사만이 정해진 답은 아니다’고 판단해서다. 아이템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실천하고 있는 젊은 창업가를 소개하는 콘텐츠 플랫폼 사업이다. 박씨는 현재 투자요청 서류작업이 막바지여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께면 ‘대표’ 직함이 찍힌 명함을 건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들어 창업을 선택하는 20~30대 여성이 늘어난 것은 좁은 취업문과 능력있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 욕구가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여성벤처협회가 최근 모집공고한 100명 정원의 ‘2019년 예비창업패키지 사업’엔 729명이 몰렸다. 7.3 대 1의 경쟁률이다. 일반적인 창업지원사업 경쟁률(4 대 1)의 두 배에 육박한다. 예비창업패키지는 혁신적인 기술 창업 소재가 있는 예비 창업자를 돕기 위해 여성벤처협회가 자금, 교육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여성 교육생도 2017년 101명에서 올해 213명으로 2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여성 창업자들이 선호하는 업종도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예전에는 서비스, 식품, 도소매 등의 창업이 많았으나 식품, 생명, 정보통신, 환경 등 차세대 산업의 창업 비중이 60%를 넘어섰다. 신선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원은 “IT를 활용한 고학력 여성들의 지식 기반 창업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여성 특유의 날카롭고 섬세한 시각으로 일상생활의 불편에 착안해 이를 사업화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여성 창업 세대교체

정부의 제2 벤처붐 조성 등 창업 관련 각종 정책 지원이 많아진 것도 여성 창업을 유인하고 있다. 창업 소재나 아이템의 문턱이 낮아지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지식창업이 늘면서 ‘여성 창업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 여성들은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는 자영업에 주로 뛰어들었다.

직장생활을 몇 년 이상 하면서 경험을 쌓은 뒤 창업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오가희 오와이랩 대표는 기자 생활을 하다가 창업해 환경 메시지를 담은 보드게임 ‘플라스틱 플래닛’을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오 대표는 “일회용품에 대한 문제의식을 창업으로 연결시켰다”고 말했다. 아이디어만 갖고 뛰어들었지만 정부의 지원 정책을 활용해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회계와 법무 등 관련 교육을 받았다.

여성 창업이 탄력을 받은 만큼 여성기업의 ‘성장판’이 열리도록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박미경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은 “여성 창업의 외형은 늘었지만 여성의 사회 참여 비율과 비교하면 아직 한참 부족하다”며 “여성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출산 및 육아휴직 제도를 활용하는 여성 근로자와 달리 여성 최고경영자(CEO)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시스템이 없어 한 여성 CEO는 갓난아기를 업고 모임에 참석하기도 했다. 정윤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은 “정부가 창업이나 초기 여성기업에 대한 정책뿐 아니라 여성기업을 장수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등 단계적 지원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심성미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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