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미식회] '어린이날 성지' 용인…'43억 세금' 장소·이유·날짜 6년째 누락

입력 2019-05-05 09:01   수정 2019-05-05 09:04

로컬 맛집 찾는 '까칠한' 새 패러다임
맛있는 데이터저널리즘 #세금미식회

⑥ '어린이날 성지' 용인 편
▽ 에버랜드-민속촌 등 가족 인산인해
▽ 용인시청 6년 43억 사용처 1.7% 공개
▽ 세금 사용 '이유-날짜' 무더기 누락
▽ 경기도 '장소 공개' vs 용인시는 삭제



[편집자 주] 뉴스래빗이 맛집을 찾는 '까칠한'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그것도 대한민국 전국 단위로 말입니다. 여행지 맛집 찾을 때 가장 궁금한 게 '로컬(local·지역민) 맛집'이죠. 그 '로컬 맛집'을 어떻게 아냐구요?

비밀은 바로 '세금'에 있습니다. 뉴스래빗이 결정적 힌트를 드립니다. 맛있는 집이라면 반드시 다시 방문하게 되어 있는 법이죠. '재방문'은 만족도를 증명하는 가장 분명한 행위입니다. 재방문을 많이 했다면 '단골'이 되고, 그만큼 그 집에 쓴 돈도 많아지겠죠.

뉴스래빗은 '로컬'들이 '재방문'하는, 맛집의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목록을 확보했습니다. 그것도 정부 공식 공개 데이터에서 추출한 믿을 만한 '진짜배기' 정보입니다.

이른바 '맛있는 데이터저널리즘' #세금미식회.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전국 106만6288명(2018년 9월 30일 기준) 공무원들. 이들 100만 공무원이 업무추진비, 즉 국민의 세금으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굴한 '공공의 맛' 지도를 여러분께도 공유드립니다.



'가정의 달' 5월, 어린이를 둔 가족들은 경기 용인시로 향합니다. 짜릿한 놀이기구와 광활한 동물원, 워터파크까지 갖춘 국내 최대 규모 놀이공원 '에버랜드'가 용인에 있습니다.

'한국민속촌'도 용인의 자랑이죠. 다양한 이벤트로 '꿀잼' 장소로 급부상한 아이들의 놀이터입니다. 5월 5일 어린이날이면 이 일대는 어린이와 부모 그리고 가족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그래서일까요. 용인은 어린 자녀를 둔 젊은 가족의 유입이 늘면서 대도시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경기도 31개 시군 중 인구 3위 규모입니다. 경기 최대 도시는 수원(119만8461명)입니다. 2위가 고양(104만5533명)인데 용인은 104만2229명으로 고양시와 맞먹죠.

용인시는 3구로 구성됩니다. 수지·죽전·광교지구가 모인 수지구, 수원신갈IC와 삼성전자 사업장이 위치한 기흥구, 용인행정타운과 강남대, 명지대, 용인대 등이 있는 처인구로 나뉩니다. 생활권은 여럿으로 분리돼 있지만 명실상부 '없는 게 없는' 대도시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용인 가면 뭘 먹어야할지 입니다. 도시 규모와 성장 속도에 비해 '대표 메뉴' 음식이 마땅히 없습니다. 새로 생긴 음식점은 많은데 진짜 맛집인지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웃한 수원은 왕갈비, 이천은 쌀밥, 광주는 소머리국밥 등 시 대표음식이 떠오르지만 용인은 그렇지 못합니다. 백암순댓국(처인구 백암면)이 있지만 놀이공원에선 먼 외곽이고, 가정의 달 나들이에 아이와 함께 먹을 메뉴로는 마땅치 않죠.

뉴스래빗은 '가정의 달' 용인을 향하는 가족들께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세금미식회] 처음으로 수도권 도시, 용인 '세금 맛집'을 찾아 떠납니다.

'미식 천국'
제주
'겨울여행 성지'
부산 ①
'겨울여행 성지'
부산 ②
'맛의 고장'
전주
'봄여행 성지'
경주
'밤바다 로망'
여수·순천
'닭갈비 성지'
춘천
'어린이 성지'
용인


다만 지난 여섯 지역이 그랬듯, 용인 '세금 맛집' 단서는 극히 미미했습니다. 티끌같은 추진비 사용처 정보를 하나하나 모아 그나마 용인 세금맛집 1~3위를 추려냈습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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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광역자치단체 17곳은 업무추진비를 의무 공개한다. 업무추진비는 지방자치단체가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데 쓰는 돈이다. 하루에 한 번 공개하는 곳도 있지만 1년에 한 번 몰아서 공개하기도 한다.

뉴스래빗은 용인시청이 공개한 업무추진비 내역을 모두 분석했다. 총 3141개 문서에서 지출 내역 2만7474건을 수집했다. 업무추진비 공개가 지자체의 자율인 만큼 전수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공개된 내역만으로도 분량은 충분히 방대하다. 최고 2013년 5월부터 2019년 4월까지 길게는 약 6년치 업무추진비에서 사용처를 뽑았다.

용인시청이 지출 장소를 명시한 곳 중 음식점만 추렸다. 해당 음식점에 쓰인 업무추진비 전액이라고 보긴 어렵다. 지출 장소가 써있지 않은 내역이 많기 때문. 다만 파악 가능한 집행 횟수나 액수는 분명한 '맛집의 증표'인 만큼 가능한 범위 내에서 다각도로 분석했다.
용인 '세금 맛집' 1, 2, 3위
진짜 맛집이라 하기엔

용인 공무원들의 업무추진비 맛집 역시 지극히 '공무원다운' 곳들 뿐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금액과 방문 횟수 둘 다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금액도, 횟수도 모두 1~3위 내인 '톱3' 세금 맛집을 찾았습니다.



1위는 '산골한우명품관'입니다. 네, 또 소고기집입니다. 기흥구청에서 약 2km 떨어진 곳입니다. TV 프로그램 '식신로드3'에 출연해 유명세를 탔더군요. 용인 공무원들은 총 177만9000원을 쓴 맛집입니다. 방문횟수도 3위로 상위권에 들었죠. 한우 식당인 만큼 고기를 구매해 구워먹는 방식입니다. 고기 종류와 가격대가 다양하죠. 좌석까지 많고 넓은 걸 보니 영락없는 공무원 회식 장소입니다.



2위는 '천하장사'입니다. 용인시청(처인구 용인행정타운)에서 약 2km 떨어진 김량장역 인근 삼겹살집입니다. 사용 금액은 153만8000원으로 2위지만 방문 횟수는 1위인 '단골 맛집'입니다. 삼겹살(180g당 1만2000원), 항정살(180g당 1만3000원), 돼지갈비(250g당 1만3000원) 등 회식 단골 메뉴가 눈에 띕니다. 고등어김치찜, 제육쌈밥 등 점심식사도 팝니다. 밤이든 낮이든 간담회 식사 장소로 좋군요. 아예 식당 간판에 '연회석 완비'라고 적힌 걸 보니 자주 찾는 이유를 알 만하네요.



3위는 '행랑채'입니다. '천하장사'처럼 용인행정타운 바로 앞입니다. 주 메뉴는 쌈밥입니다. 업무추진비 131만9500원을 13번에 걸쳐 쓴 식당입니다. 제육쌈밥과 닭갈비쌈밥을 인당 9000원에 먹을 수 있습니다. 'VJ특공대', '테이스티로드', '굿모닝대한민국' 등 TV 출연 경력도 상당하더군요. 식당 내에 수영장이 있습니다. 아이들과 가족 단위로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합니다.

용인시청 6년 간 43억 썼지만
'세금 장소' 공개 1.7% 불과

용인 [세금미식회] 1~3위, 실망하셨나요. 사실 뉴스래빗도 그렇습니다.

용인 '세금 맛집'들은 유독 특색이 없습니다. 1~3위가 모두 흔한 고기, 한식집입니다. 어느 식당 하나 '용인에서만 먹을 수 있다'거나 '용인이 제일 맛있다'고 할 수 없죠. 고기 싫어하는 어린이 많지 않다지만, 굳이 용인까지 가서 먹어야하나 싶은 메뉴들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용인시청 공무원들이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장소를 시민에게 적극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용인시청 공무원은 지난 6년 간 업무 추진을 이유로 국민 세금을 2만7474건 썼습니다. 하지만 그 중 어디서 왜 썼는지를 함께 기재한 경우는 1.7%, 단 479건에 불과했습니다.

시민이 낸 세금을 업무추진비로 쓴 100건 중 어디서 썼는지를 공개한 건 채 2건도 안 된다는 뜻입니다.

금액으로 따져볼까요. 용인시가 공개한 6년 간 업무추진비 사용액은 총 43억3265만5194원입니다. 이 가운데 사용처가 공개된 지출액은 8억7056만3480원, 20%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35억원, 즉 80% 세금 사용처는 어디였을까요. 왜 공개하지 않을까요. 용인 [세금미식회] 1위 맛집인 '산골한우명품관'에 썼다고 명시한 금액이 177만9000원으로 적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공개 '필수 항목' 무책임 누락
세금 사용 '이유·날짜'도 없다


맛집은 없을 수 있습니다. 업무추진비로 밥 먹는 게 꼭 나쁜 것만도 아닙니다. 다만 시민이 낸 세금인 만큼 꼼꼼하고 철저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용인시 업무추진비 내역엔 공무원들의 의지 결여가 종종 보였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볼까요.



용인시 평생교육과장의 2015년 9월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입니다. 흔치 않게도 지출한 식당 이름이 상세히 적혀 있습니다.

문제는 식당 이름이 '집행일자' 자리에 있다는 점입니다. 집행 날짜는 업무추진비 내역의 투명성을 위해 필수적인 내용입니다. 집행 대상을 '업무 관계자'로 뭉뚱그린 게 상대적으로 별 일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 자료로는 누구와 언제 썼는지를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결국 애써 한 문서 작업이 아무 결과도, 의미도 없어져버린 셈이죠.



2016년 1~4월에 용인시청 토지정보과가 쓴 업무추진비 내역입니다.

'집행 내용' 즉 업무추진비를 왜 썼는지가 없습니다. 금액은 명시했지만 왜 쓴 세금인지 내용을 알 수가 없습니다. '집행 대상', 즉 세금을 함께 사용한 사람들은 공개했지만 '사업 추진 관계자', '부서직원' 등 모호합니다. 누구에게 왜 썼는지를 전혀 알 수 없는겁니다. 업무추진비 사용 날짜와 금액만으론 공무원들이 합당한 업무를 추진했는지 따질 수도 없습니다.

경기도 조례 '장소 공개하라'
용인시는 '장소' 쏙 삭제


경기도 업무추진비 공개에 관한 조례 제3조(공개시기 및 방법) ② 제1항에 따른 공개내용은 건별로 구분하여 사용일자, 집행목적, 장소, 집행대상, 지출금액을 포함하여야 한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개인정보는 제외한다.
용인시 업무추진비 공개에 관한 조례 제5조(공개내용) 업무추진비 공개는 사생활 보호에 필요한 최소한의 내용을 제외한 집행일자(건별 구분), 집행목적, 집행대상, 집행금액으로 한다.

뉴스래빗은 [세금미식회] 여수·순천편에서 상위기관(전라남도) 조례와 직속 하위기관(여수시) 조례 간의 모순을 지적했습니다. 공개 방식이나 범위를 각 지자체가 알아서 정하는 '셀프 조례'의 폐해였죠. [세금미식회]가 지적한 제도 상 함정은 여수MBC를 통해 지자체에 전달됐습니다. 여수시청은 여수MBC와의 인터뷰에서 "규정이 없다보니 담당자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구나 생각이 든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용인시와 그 상위기관인 경기도 조례도 마찬가지입니다. 경기도 조례에는 '장소'를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된 반면 용인시 조례에는 '장소'만 쏙 빠져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1조(목적) 이 법은 공공기관이 보유ㆍ관리하는 정보에 대한 국민의 공개 청구 및 공공기관의 공개 의무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國政)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
(중략) 제7조 ② 공공기관은 제1항에 규정된 사항 외에도 국민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투명한 정보공개는 시민이 시 행정기관을 믿을 만한 최소한의 성의입니다. 정보공개법은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투명성 확보를 천명하고 있습니다. 용인 공무원이 주어진 '셀프 조례'에 따라, 주기적으로 수고롭게 만들어 올리는 업무추진비 내역의 목적입니다.

정보공개법은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도 강조합니다. 상위법은 정보 공개의 이유가 '조례에 정해져 있어서'가 아니라 '국민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명확히 합니다.



과연 여수 순천 그리고 용인만의 문제일까요. 제주, 부산, 경주, 전주, 여수, '순천, 용인 등 전국 7개 도시, 일곱 편을 이어온 [세금미식회]. 언제쯤 정보공개의 모범 지자체, 진정한 '세금 맛집'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요.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는 공무원 사회 문화가 절실합니다 !.!





# 세금미식회 맛집, 어디서 찾으시나요.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한 번 먹어봤을 뿐인' 이들의 후기를 보며 갸우뚱하고 계신가요. 혹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음식 사진 때깔만 보고 '하트' 누르시나요. 아니면 골목식당이나 수요일마다 나오는 미식회 같은 TV 프로그램 보고 줄 서시나요. 뉴스래빗 세금미식회가 전국 맛집을 찾는 새로운 대안이 되겠습니다. 지역·메뉴·부서별로 업무추진비를 파헤쳐 '공무원이 다시 찾는 맛집'을 쌓아나갑니다.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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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la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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