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위대한 작가의 글에 담긴 '어머니 DNA'

입력 2019-05-09 17:33  

작가의 어머니


[ 윤정현 기자 ] 위대한 작가의 삶과 글에서 어머니의 영향은 얼마나 크고,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까. 데일 살왁 미국 시트러스대 영문학 교수는 이런 의문에서 출발해 《작가의 어머니》를 엮어냈다. 작가의 문학적 뿌리는 어디서 발현되는지, 어머니의 존재감은 작품에 어떻게 투영됐는지 여러 작가의 어머니를 통해 들여다 본다. 책의 1부는 작가에 대한 전기문, 2부는 작가가 직접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쓴 자서전 형식으로 구성했다.

영국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비평가이자 사상가 존 러스킨, 《작은 아씨들》을 쓴 루이자 메이 올컷, 시인 겸 소설가 필립 라킨,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 등을 1부에 담았다. 2부엔 《암스테르담》으로 맨부커상을 받은 소설가 이언 매큐언, 탐정소설 작가 캐서린 에어드, 퓰리처상을 받은 시인 리타 도브 등이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타적이고 용기를 주는 존재였던 어머니가 있는가 하면 매정하고 비뚤어진 어머니도 있다.

소설가이자 평론가인 마거릿 드래블은 베케트와 어머니의 관계가 “가까우면서도 전투적이었다”고 설명한다. 드래블은 베케트의 자전적인 작품에서 어머니라는 존재가 드리운 그늘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살펴본다.

어머니의 말과 글은 그대로 작가들의 것이 됐다. 영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필립 라킨은 대학에 진학한 1941년부터 30여 년간 어머니와 수많은 편지를 주고받았다. 어머니의 편지를 보면 문체뿐 아니라 내용까지 라킨의 글과 비슷한 게 많았다. 이언 매큐언은 “글은 어머니처럼 쓰지 않지만 말은 꽤 오랫동안 어머니처럼 했다”며 “어머니 특유의 소심한 화법이 나의 화법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털어놓는다. 매큐언은 어머니의 말을 자신의 소설에 녹여 넣었다. 혈관성 치매를 앓는 어머니에게 그는 썼다. “그녀의 말을 구사할 줄 아는 캐릭터가 이제 막 살아 움직인다. 고마워요. 이 말을 들려줘서. 그리고 다른 말들도 전부요.” (정미현 옮김, 빅북, 352쪽, 1만68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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