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兆 이상 분기 이익 내던 한전…脫원전 이후 '적자 늪' 허우적

입력 2019-05-14 17:41  

'脫원전' 한전, 6299억원 사상 최악 적자

부채도 121兆 넘어 '눈덩이'




[ 조재길/구은서 기자 ]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올 1분기 6300억원의 적자를 냈다. 탈(脫)원전 정책을 수정하지 않는 한 전력·발전 공기업의 대규모 부실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 인상도 불가피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전은 14일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6299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시장 추정치(-419억원)를 크게 넘어선 어닝 쇼크 수준이란 평가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동서발전 등 자회사 평가 실적을 제외한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2조4114억원의 손실을 봤다.

이 같은 적자폭은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또 작년 4분기(-7885억원)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실적이다. 올 1분기 원전 이용률은 75.8%로 작년 동기(54.9%)보다 높아졌지만 예년의 80~90%에는 못 미친다.

한전 부채도 급증하는 추세다. 작년 말 114조1563억원이던 부채는 올 3월 121조2943억원으로 7조1380억원 늘었다. 작년 말 160.6%이던 부채비율은 3개월 만에 172.6%로 치솟았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가장 값싸고 안정적인 원전의 이용률이 높아지지 않는 한 지속적인 적자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가 ‘부실 덩어리’로 전락한 건 원자력 발전을 줄이는 대신 훨씬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및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린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얘기다. 한전은 2013년 이후 2017년 3분기까지 분기별 2조~4조원대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을 내왔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수정되지 않는 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무구조 급속 악화

한전은 올 1분기에 6299억원(연결재무제표 기준)의 영업손실이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자회사 실적을 감안하지 않은 별도 기준으로는 2조411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가의 영업손실 평균 추정치(-419억원)는 물론 최악의 전망치(-4543억원)보다도 나쁜 실적이다. 김갑순 한전 재무처장은 “원전 이용률이 개선됐는데도 국제연료 가격 상승으로 전력 구입비가 급증했다”며 “특히 원전의 대체 발전원인 LNG 가격이 계속 뛴 게 결정타였다”고 설명했다.

작년 1분기 54.9%에 그쳤던 원전 이용률이 올 같은 기간에 75.8%로 높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예년의 평균 80~90%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한전 전력통계에 따르면 작년 원자력 발전의 평균 구입단가는 ㎾h당 62.05원으로, LNG(122.45원)와 재생에너지(168.64원)보다 훨씬 저렴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LNG 발전으로 원전을 대체하려 했던 게 한전 적자의 주요 원인”이라며 “원전 이용률이 낮아지면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하는 부작용도 생긴다”고 지적했다.

한전 부채가 급증하는 것도 문제다. 한전 부채는 지난 3월 말 기준 121조2943억원으로, 3개월 만에 7조원 넘게 늘었다. 부채비율은 2014년 이후 최고인 172.6%로 치솟았다. 한전 관계자는 “적자가 났더라도 설비 투자는 늘려야 하기 때문에 채권 발행을 확대할 것”이라며 “당분간 부채비율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할 듯

한전은 작년에도 연결재무제표 기준 20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조1612억원 급감했다. 탈원전 정책 후 2년간 날아간 영업이익만 12조원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작년 상반기 김종갑 사장 취임 직후부터 비상경영에 들어갔지만 원전 이용률이 높아지지 않는 한 흑자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내부 얘기다. 한전 관계자는 “원전 이용률이 1%포인트 낮아질 때마다 19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구조”라며 “정부 방침에 맞춰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등 환경 비용도 늘려야 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올해 원전 이용률은 평균 77.4%에 그칠 것이란 게 한전 측 예상이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과도하게 개입해 다수 원전을 예방점검 명목으로 세워놓고 있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며 “원전 1기를 하루 멈추고 LNG로 대체할 경우 한전이 매일 10억원씩 손실을 본다”고 설명했다.

한전 재무구조가 급속히 악화하고 있는 만큼 결국 전기요금을 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전은 2008년, 2011년, 2012년 등 영업손실을 기록했거나 적자를 낸 이듬해 일제히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다만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2030년까지 10.9%의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며 “한전이 적자를 냈다고 당장 전기요금을 올리는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조재길/구은서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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