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매각때 고의 지연 없었다"…하나금융, 론스타에 '완승'

입력 2019-05-15 18:05  

국제재판 승소
정부 - 론스타 ISD 영향에 '촉각'

ICC 판정문에 '정부 책임'
9~10월 ISD 판결 나올 듯



[ 정지은/안대규/임현우 기자 ]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제기한 14억430만달러(약 1조57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하나금융이 승소했다. 하나금융은 15일 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 판정부로부터 “하나금융이 승소했다”는 내용의 최종 판결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2년10개월가량 이어져 온 분쟁이 하나금융의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금융계의 다음 관심은 정부와 론스타가 벌이고 있는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결과에 쏠리고 있다. 정부는 ICC가 론스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을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지만, ISD에선 론스타가 ‘승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론스타 완패’ 의미에 주목하는 금융위

윤창호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ICC와 ISD는 근거법도, 당사자도, 쟁점도 모두 다르고 독립적으로 판단한다”며 “정부가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강조했다. 다만 “하나금융이 완전 승소한 것은 론스타가 내세운 논리와 연결고리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정부가 참여하는 ISD에 불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론스타는 2006년부터 외환은행을 국민은행, HSBC 등에 매각하려 했지만 2012년까지 금융위가 승인을 미뤄 손실을 봤다고 주장한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매각 가격 인하를 압박한 배후로 정부를 지목하고 있다.

하나금융과 정부는 당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재판 등 외환은행 대주주로서 론스타의 형사리스크가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2011년 대법원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의 유죄를 확정하면서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은 박탈됐다. 하나금융도 “외국 투자자가 천문학적인 돈을 회수하는 ‘먹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컸던 건 사실이지만 하나금융이나 금융당국이 직접 압박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론스타 ISD의 주요 쟁점은 △외환은행 매각 가격 인하 압박 △정부의 매각 승인 지연 △부당한 세금 부과 등이다. 은행 매각 가격 쟁점은 ICC 중재와 겹친다.

졌는데도 론스타는 미소?

“나쁠 게 없다”는 정부와 달리 국제중재업계에선 “정부가 질 가능성이 있다”며 정반대 결과를 예상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하나금융의 ICC 중재 승소는 정부의 ISD 배상 부담을 가중시키는 ‘제로섬 게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중재업계에서는 판정문에 한국 정부의 ‘책임론’을 거론한 부분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론스타 측이 ISD 재판부에 이번 판정문을 추가 자료로 제출해 유리한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제중재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ISD의 주요 쟁점인 외환은행 매각 가격 인하 압박이나 승인 지연 문제를 판정부가 상세히 다뤘는데 론스타에 결코 불리하지 않은 판정문”이라고 해석했다. 남은 ISD 소송 과정에서 론스타가 ‘정부 책임론’을 들고 나서면서 추가 자료를 제출하면 사건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론스타 ISD의 의장중재인을 맡고 있는 영국계 변호사 조니 비더가 정부보다 투자자와 기업에 우호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비더는 2009~2011년 론스타와 예금보험공사 간 국제중재에서 론스타 측에 유리한 판정을 내렸다.

ICC 판정문에는 론스타를 사기 피해자로 규정하지 않고 외환은행 매각 지연이나 가격 인하 절차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는 표현도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중재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압박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론스타 스스로 정부의 거절이나 압박을 예상해 처리한 일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론스타는 한국 투자로 4조6000억원의 수익을 거둬들였다”며 “세계에서 이 정도 수익을 얻고도 피해를 입었다고 ISD를 제기한 투자자는 론스타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정지은/안대규/임현우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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