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예고'에도 광주행…황교안 '대권가도'에 藥인가 毒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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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5-19 17:51  

'충돌 예고'에도 광주행…황교안 '대권가도'에 藥인가 毒인가

5·18 기념식 참석 강행

'임을 위한 행진곡' 불렀지만…
정치권에선 엇갈린 평가



[ 고은이 기자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광주에서 열린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황 대표는 “참석해야 할 곳에 간 것”이라고 했지만 여권은 ‘정치적 셈법’이라고 비판했다. 황 대표의 ‘광주행’이 총선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물세례 뚫고 참석한 5·18 기념식

황 대표는 19일 민생투어로 찾은 제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회가 되는 대로 자주 광주를 방문해 상처받은 분들께 위로가 될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광주에서 열린 제39회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배경을 밝히면서다. 황 대표는 이날 주먹을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도 불렀다. 그는 “광주 시민들로부터 많은 말씀이 있어서 제창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황 대표의 기념식 참석은 입장부터 녹록지 않았다. 황 대표가 5·18 민주묘역에 버스를 타고 도착하자 시위대가 “어디를 오느냐” “황교안은 물러나라”고 외쳤다. 일부 시민들은 황 대표를 향해 물을 뿌렸고, 플라스틱 의자도 던졌다.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정문에서 200여m 떨어진 기념식장까지 이동하는 데 20분이나 걸렸다.

이번 광주행은 ‘한 번은 감당해야 할 일’이라는 황 대표 자신의 소신이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입장문에서 “광주 시민의 마음이 열릴 때까지 시민들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층 포섭 전략 먹힐까

황 대표의 광주행은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대와 기존 지지층 결집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한국당이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보수 지지층 외에 중도층 포섭이 필요하다. 하지만 5·18 망언 의원 징계 등 중도층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결단은 당내 반발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황 대표가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 후속 조치와 5·18 망언 의원 징계 등을 처리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가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차기 대권주자로서 ‘호남 민심’ 다지기 행보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됐던 2004·2005년 5·18묘지를 찾았다. 2007년 10월 공식 대선후보로 올라선 뒤엔 전국 투어 첫 방문지로 광주를 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04년 3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된 뒤 첫 행보로 5·18묘지를 참배했고, 2005년엔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반면 태극기부대 등 보수층 민심을 잡는 일에 주력했던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해 5·18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황 대표의 이번 광주행은 홍 전 대표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선언이자, 성공적인 대권 가도를 향한 밑그림일 수 있다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기념식 참석 자체가 장기적으론 ‘정치인’ 황교안이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당내에 황 대표 세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혼자라도 중도층에 대한 어필을 한 게 바로 5·18 기념식 참석”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5·18 망언 의원 징계와 진상조사규명위원회 출범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보여주기식 행보만 이어질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역 갈등을 조장해 보수층의 지지를 결집하려는 의도라고 의심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 ‘과거사 공방’ 재연

정치권은 황 대표의 5·18 기념식 참석을 둘러싸고 또다시 ‘과거사 공방’을 벌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는 발언의 해석을 놓고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독재자의 후예’ 운운하며 우리 당을 겨냥하는 발언을 했다”며 “반쪽짜리 기념식을 본 듯해 씁쓸했다”고 비판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여권과 한국당이 과거사를 두고 상대방을 ‘과거’, 우리는 ‘미래’로 몰면서 지지층을 결집하려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이 최근 한국당의 5·18 망언 등을 겨냥한 것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미래세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기싸움이라는 분석이다.

5·18 진상조사위 구성이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여야는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여권은 진상조사위 출범을 압박하며 한국당을 향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아직도 한국당이 명단을 제출하지 않아 진상조사위 구성이 안 되고 있다”고 촉구했다. 반면 나 원내대표는 “자격이 충분한 위원을 추천했지만 청와대가 이유 없이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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